[투데이코리아=김혜미 기자]“청소년들에게 학창 시절에만 만들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주는 게 꿈이거든요. 제가 맡은 국어 과목을 통해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김유림(25)씨는 임용고시생이다. 3년째 끈질기게 공부하고 있다. 푸르른 추억과 따뜻한 공부, 참교육에 대한 열망은 마음 속 가득한데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서울시가 발표한 2012년 국어과 경쟁률은 42대 1에 달한다. 해마다 치솟는 경쟁률은 떨어질 줄 모른 채 고공행진 중이다. 사회 계열의 경쟁률은 더욱 심각하다. 지리과목 경쟁률은 자그마치 61.5대 1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시험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도덕, 윤리, 한문과 같은 비인기 과목은 최근 2년간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시험이라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이 정도 죽어라 공부하면 붙을 수 있겠구나!’가 아니라, ‘이렇게 죽어라 공부했어도 그 경쟁률을 뚫고 내가 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커요.”

도대체 왜 이렇게 선생님이 되기 힘든 것일까?

또 다른 임용고시생 최은수(27)씨는 “자주 바뀌는 시험 방식, 들쑥날쑥한 채점 기준과 수험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해주지 않아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올해부터 객관식 문제는 완전히 없어졌고 시험전형도 3차에서 2차로 줄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한국사 능력 시험(3급 이상)’을 통과해야 자격이 주어지고 교육학 폐지도 논의 중이다. 오랫동안 공부에 매달려온 고시생들에게 자주 바뀌는 시험 방식은 혼란스럽고 불안감만 안길 뿐이다.

김유림씨는 제도적인 문제도 함께 꼬집었다.

“결국 제도적 문제 아닐까요?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교사와의 관계입니다. 교사 1인당 담당하는 반 아이의 수를 줄일 때 현재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지는 학교 내의 많은 문제들이 개선될 수 있다고 봐요. 결국 교사를 많이 뽑는 길이 임용 시험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자 학교 교육의 질도 높이는 길이죠. 그런데 참 이상하죠, 매년 모집 인원은 하락곡선을 그으니까요.”

일각에서는 교원 수요는 적은데 너무 많은 인력을 생산해 내는 사범대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타과와 달리 사범대 학생 대부분은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을 꿈꾸고 입학 후 임용고시에만 올인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다른 직종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거의 없으니 공급과잉 문제가 더 심각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경쟁률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김유림씨와 최은수씨는 둘 다 ‘왜 다른 일은 생각해 보지 않냐’는 질문에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이었다. 이 길만 꿈꾸고 자라왔다”고 대답했다.

학교 폭력, 왕따, 학생 인권 등 수많은 문제들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은 모두 아이들에 대한 ‘교육’으로 귀결된다. 교육은 가정에서는 부모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그 주체인 ‘교사’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힘겹게 공부하고 있는 임용고시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김유림 양과 최은수 군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이 미래라고 하죠. 사람을 키우는 교사, 사람이 커가는 학교 현장에 제대로 관심 가져주세요. 청소년이 중요하다면, 그 청소년들의 학창 시절을 책임질 교사 또한 중요하고, 그렇다면 교사를 뽑는 임용시험에 대한 임용고시생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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