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 제품강 인상에 정부의 강력한 물가 관리 대책 필요"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올 들어 식음료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앞다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으나 원가는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재벌닷컴이 최근 가격 인상을 예고한 8개 식음료업체들의 원가를 조사한 결과 12일 드러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8조9천683억원) 대비 매출원가(5조6천813억원) 비율은 63.3%로 전년 같은 기간(63.7%)과 비교해 0.4%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원가란 상품과 제품 등의 매입이나 제조에 직접 들어간 비용인 매입원가 또는 제조원가를 뜻하며 판매관리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조사 대상 8개 업체 가운데 오리온[001800]과 삼립식품[005610] 등 2개사를 제외한 롯데칠성음료, 농심[004370], 롯데제과[004990], 크라운제과[005740], 해태제과, 삼양식품 등 6개사는 모두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이 하락했다.

롯데칠성음료의 2013년 1∼3분기 매출(1조7179억원) 대비 매출원가(9951억원) 비율은 57.9%로 전년 동기(59.7%)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등의 상품을 평균 6.5% 인상하기로 했다.

새우깡 등을 8.3∼10% 인상할 예정인 농심의 매출원가 비율은 73.1%에서 72.1%로 1%포인트 낮아졌다.

롯데제과도 빼빼로 등 주력상품 가격을 두자릿수(11.1∼20%)나 인상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매출원가 비율은 오히려 63.1%에서 62.6%로 0.5%포인트 줄었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매출원가 비율도 각각 2%포인트(62.2%→60.2%), 1.1%포인트(60.3%→59.2%) 하락했다. 두 업체의 상품 가격 평균 인상률은 각각 7.1%, 8.7%였다.

삼양식품은 올해 11.1~18.2% 상품가격 인상을 예고했지만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78.1%에서 76.6%로 1.5%포인트 떨어졌다.

주요 식음료업체의 매출원가 비율이 하락한 것은 주력상품 생산에 드는 원자재 가격이 대부분 하락했기 때문이다.
라면과 과자의 주원료인 소맥의 수입가격은 2012년 276원에서 지난해 239원으로 13.4% 떨어졌고 같은 기간에 팜유도 990원에서 770원으로 22.2% 하락했다.

대형 식음료업체들은 "지난 연말과 올해 들어 제품의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너무 올라 상품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원자재 가격 등 원가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은 업체들의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연말이나 연 초가 되면 관행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어 정부의 강력한 물가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국내 식품시장을 주도하는 이들 대형업체의 잇단 가격 인상은 향후 중소 식품업체와 외식업체 등 다른 업종의 가격 인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식음료업체들은 물가 안정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가격을 올린 식품업계의 가격인상폭이 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11일 "2012년과 201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2.2%, 1.3%였으나 롯데칠성음료·코카콜라음료·삼립식품·크라운제과가 올린 가격인상폭은 6%를 훌쩍 넘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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