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장 향해 '도 넘은' 질타 쏟아져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2015년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뒤 추석 연휴기간을 맞아 잠시 중단된 뒤 2차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8일까지 실시되기에 마무리단계인 것이다.

사실, 시작 전부터 큰 기대가 되지 않던 국감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맹탕’이었다. 이번 국감은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으로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의 전초전 성격이 짙었다.

게다가 올해 국감은 지난해 대비 36개가 늘어난 총 708개 기관(정보위 제외)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19대 역대 국감 중 최대 규모다. 뿐만 아니라 현장 시찰도 늘어난다. 국감에 계획돼 있는 현장 시찰은 21회로 지난해 보다 10회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생리상 국회의원들이 국감에 매진하기 힘든 구조였기에 국감은 평소 어느 때보다 알맹이가 없었다. 문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케팅용 ‘고성 국감’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국감’은 예전부터 국감의 단골 메뉴였다. 방법은 다양했다. 내용은 없이 화제를 모을 만한 자료를 들고 나오거나 충실한 의정업무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비추기 위한 행동들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은 18일 행정자치부 국감에서 자신이 요구한 자료 제출이 늦어지자 “네 차례나 얘기했는데 안 갖고 오고 있다. 담당 실장 누구예요. 국회를 그렇게 농락해”라고 호통을 쳤다.

같은당 황주홍 의원도 한국농어촌공사 국감에서 정부에 더 적극적으로 건의해 현재 2.5%인 농지연금 금리를 낮추라고 질책하면서 “의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지 농담하듯이”라고 이상무 사장을 나무랐다. 이에 이 사장이 “저는 직을 걸고 하고 있다”고 답하자 황 의원은 “가만 있어요. 지금 국정감사가 장난이냐”고 난데없이 고성을 질렀다.

이어 “건의가 미흡하기 때문에 개선이 안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황 의원의 질문에 이 사장이 “말을 안 들어줘서 그런 것 같다”고 답하자 “이 사장, 이거 봐요.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용을 갖추고 질책을 하기 위한 호통은 그렇다 치더라도 알맹이가 없는 이 같은 행태가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정감사에선 의원들이 갑, 피감기관장들이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의원들의 고성에 반박조차 할 수 없이 고개만 숙여야 하는 피감기관장들은 어디서 항변조차 할 수 없다. 국감이 끝나갈 무렵 피감기관들에게선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얘기들이 들리곤 한다.

게다가 의원들의 호통은 자신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감기관장을 길들여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호통 국감’ 같은 구태가 먼저 사라져야 국감 무용론이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방송화면]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