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헌신적 ‘연기’와 1990년대를 회상케 하는 ‘디테일’의 조화 돋보여

▲ 극중 한 장면.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1990년대 말 이제 막 20대를 시작하는 서툰 청춘들의 연애 흑역사를 유쾌하게 그린 코믹 뮤지컬 <찌질의 역사>가 지난 6일 공식적인 막을 올렸다.


제작사인 (주)에이콤은 8일 대학로 소극장 수현재씨어터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8월 27일까지 계속되는 대장정의 시작을 알렸다.


6월 3일부터 총 7차례 프리뷰 공연을 통해 이미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배우들의 지질한 모습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 야유가 터졌고 이런 야유가 많을수록 배우들은 더 신나서 연기한다는 게 제작사인 (주)에이콤의 설명이다.


▲ 극중 한 장면. 배우 허민진이 '연정'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그렇지만 뮤지컬 ‘찌질의 역사’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넘어 결국에는 미숙한 청춘들이 성숙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서툴고 부끄러운 연예를 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회상함으로써 지질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어른으로 성장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린다.


“사랑의 시작과 지속 그리고 끝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찌질함’은 결국 용기가 없을 때 나타나게 된다. 용기를 내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할 용기가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사랑이 끝난 후에는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용기가 없어서 사랑했던 사람 탓하는 그런 모습이 바로 ‘찌질함’이다”


▲ 극중 '민기' 역을 맡은 세 배우의 무대인사.


연출을 맡은 안재승 감독의 말이다. 관객들이 이 메시지를 공감하도록 이끌기 위해서 넘버, 의상, 소품, 무대장치 등 많은 부분에 세심함이 필요했다.


당시 유행했던 대중음악을 뮤지컬 넘버로 선택한 이유는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었다. 특히, 주인공들의 상황과 넘버 가사의 일치가 중요했다. 내가 이별 했을 땐 모든 대중가요가 다 내 얘기 같이 느껴진다는 말처럼 각 상황별 넘버들의 싱크로율은 상당히 높았다.


시대에 맞는 의상과 소품 그리고 남자 주인공 4명의 각자의 방이면서 동시에 극의 상황 설명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영상들의 스크린 역할도 하는 무대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 민기의 친구들 '준석', '기혁', '광재' 역을 맡은 배우들.


안재승 감독은 “지질함을 드러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중요했다”면서 “3부작이나 되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장면이 튀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몰입된 연기력, 배우들의 의견이 중요했다. 연습을 통해 배우들과 많이 얘기를 나누면서 준비했다”며 배우들의 노력을 칭찬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20대 중·후반의 청춘 남녀라는 것도 이 뮤지컬의 포인트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묻어놓고 있던 부끄러운 감정들을 연기를 위해 끄집어내는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비록 이 뮤지컬이 남자들의 지질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사실은 여자들도 남자들의 지질함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설하’를 연기해야 했던 여자 배우들에게는 특히 그랬을 것이다. 여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찌질의 역사>의 장점이다.


▲ 3명의 설하와 '희선', '연정', '유라'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여배우 4인방.


지난 제작발표회 때 김희어라는 “남자들의 지질함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들이 사귀는 여자들도 굉장히 바른 여자는 아니다. 저 자신을 굉장히 많이 내려놓고 제 옛날 연애를 떠올리면서 연기했을 때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었다.


뮤지컬 <찌질의 역사>는 연애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세대를 초월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들의 상황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서툴었던 연애 감정들은 여전히 모든 사람들에게 유효하다. 내 얘기가 아니라고 해도 시대를 소환하는 장치들이 있어 20대를 훌쩍 지난 사람들에도 이 뮤지컬은 충분히 가치 있다.


▲ 간담회를 위해 모인 모든 배우들과 안재승 감독(오른쪽 맨 끝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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