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균 원장

4차 산업혁명, 초연결 시대, 스마트 시대 등 현 시대를 정의하는 신조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빠른 시대 변화에 민첩히 대응하기 위해 긴장감과 반응속도를 높인 결과다. 속도와 시간에 민감한 시대에도 가을은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여름 내 푸르던 산은 울긋불긋 단풍산으로 바뀌었고, 단풍산행을 즐기려는 인파로 산촌이 모처럼만에 북적될 시기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의 미래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전망했다. 그리고 2달 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이 성사되었다. 대국 직전까지 자신만만했던 이세돌은 대국을 마치고, “이제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고유 영역에 들어왔음을 전세계인이 체감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미래 일자리에 대한 불안을 촉발했다. 얼마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준비위원회에서 발간한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라는 보고서에서도 미래 일자리의 첫 번째 주요 이슈로 ‘고용불안’을 꼽았다. 미래 역량을 찾아 배양하고, 이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사회 경제 시스템 변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조직에서 개인으로, ‘일이 곧 행복’이 되는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평생직업 시대, 산림에 기회가 있다.
새정부의 ‘사람중심,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경제로드맵에 따라 각 부처도 일자리창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분야는 지금까지 잘 육성된 산림을 활용해 자원순환경제를 달성하고, 사람과 일자리 중심의 행정을 펼쳐 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산림에서의 경제활동, 예컨대 조림・육림・벌채 등 전통적 임업과 산지에서의 청정임산물 재배, 산림 휴양・교육・치유 등 산림복지 분야 등에서 말이다.
이미 기술의 진보가 많이 진척되어 인간의 일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제조업 등 여타 산업에 비해 산림분야는 인간의 노동력을 요구하는 작업이 많다고 평가되어 고용전망도 밝은 편이다. 한편 경제발전에 따라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국민들이 산림에서 요구하는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70-80년대 산업고도성장기에 출향한 약 800만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림에 행복한 일자리가 있다.
순천에 귀촌한 A씨는 부친이 가꾼 편백숲을 보물산으로 만들고 있다. 그는 편백베개, 정유, 제재목, 방향제 등을 만든다. 편백 종자, 묘목, 잎, 가지, 원목, 톱밥 등 나무 한그루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이용된다. 편백숲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은 연간 1.2억원. 비용만 들어가던 산을 돈이 되는 산으로 바꾼 것이다.
산림비즈니스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산림형 사회적기업도 있다. 산림교육・치유, 목공체험・목공예품 생산, 임산물 생산・가공 등 산림산업 영역에 있어 다양한 사회적기업이 나오고 있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이라는 가치가 협력과 연대라는 사회적경제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귀산촌 희망 인구의 꾸준한 증가는 과소화된 산촌에 새로운 활력소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귀산촌 희망자는 대부분 베이비부머 은퇴세대다. 이들은 도시에서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전남 함양에 귀산촌한 B씨는 토종 머루라는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해, 머루와인이라는 가공품을 개발하고 이를 테마로 하는 체험형 와인밸리 단지를 조성했다. 함께 머루를 재배하는 50여 임가의 머루를 수매한다. 이 지역 산촌마을 짭짤한 소득원이다.
산촌에는 여성의 일자리도 있다. 무주에 귀산촌한 한 여성임업인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다양한 소셜교육을 받아 SNS 활용에 능숙한 그녀는 소셜이야말로 산촌에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해 귀산촌을 결심했다. 그녀는 무주의 작은 산골에서 정기적으로 체험형 소셜 팜파티를 개최하고, 산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SNS 교육과정을 운영해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산림에는 행복한 일자리가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와 직업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의사, 변호사와 같은 선망 직종도 기술의 진보 앞에 위태로울 것이라 한다.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평생직업 시대에 있어서 업을 통한 삶의 만족도는 직업을 선택하는 주요 척도가 될 것이다. 산촌의 전원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고, 평생 가꿀 삶의 터전인 산림에서 만족을 느끼며 경제활동을 하는 산림일자리에 대한 미래 전망이 밝은 이유다. <한국임업진흥원 원장>
필자약력
△농학박사(산림자원학)
△전)산림청 차장
△전)산림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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