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馬 식용 반대여론 높아… “생산환경 개선에 여론환기 병행돼야”

▲ 몽골의 전통가옥 게르(Ger)에서 건조되고 있는 몽골식 육포인 보르츠(Borcha.)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칭기즈칸(Genghis Khan) 집권 이래 몽골군은 장거리 원정에서 말고기를 적극 활용했다. 지금으로서도 웬만한 국가는 버거운 동아시아에서부터 유럽까지의 원정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다름아닌 말고기였다.


당시 몽골군의 주된 전투식량은 보르츠(Borcha) 즉 육포였다. 수분이 다 빠져나간 말린 고기는 장기간 보존이 용이했다. 말 안장 아래 깔아뒀던 육포를 꺼내 먹는 몽골군을 본 유럽인들은 몽골인이 사람을 잡아 생고기를 먹는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때 유럽에 전해진 육포가 함부르크(Hamburg) 스테이크의 원형이 되고 이것이 미국 햄버거 패티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보르츠는 보통 소고기로 만들어졌지만 필요에 따라 말고기가 쓰이기도 했다. 몽골군은 기사(騎士) 한명 당 수 마리의 말을 끌고 다니며 갈아탔다. 미리 지참한 소고기 보르츠가 다 떨어지면 몽골군은 말을 잡아 육포로 말렸다. 말은 무게가 수백kg 이상이기에 한마리만 잡아도 상당한 양의 육포가 나왔다.


이같은 말고기 섭취 문화는 원(元)간섭기인 고려 충렬왕 2년(서기 1276년) 제주에 몽골식 목장이 설치되면서 비로소 한반도에 유입됐다.


소는 중요한 농업자산이라 도축이 금지되고, 닭은 계란을 생산해야 하기에 쉽게 잡을 수 없고, 양돈(養豚)기술이 도입되기 이전이라 돼지는 희귀한 상황에서 말고기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한일(韓日) 양 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생식(生食)문화가 접목되면서 말고기 육회 등 새로운 음식이 탄생하기도 했다.


말고기의 인기는 제주를 넘어 육지에도 전파됐다. 고려 말에는 말고기를 즐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군사자산이었던 말 도축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기록이 있다. 인기는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제주 목장에서 매년 말고기 육포인 건마육(乾馬肉)을 임금에게 진상하기도 했다. 특히 연산군은 백마(白馬) 육회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허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말고기는 신경통, 관절염, 빈혈, 척추질환에 좋다”고 평가했다.


▲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유통시키다 적발된 업자가 징역형에 처해지는 등 말고기를 터부(taboo)시하는 서구권 분위기가 표면화된 2013년 말고기 파동.


말고기 시장 성장추세… 매니아들, 국내외 반대여론 고조 우려


우리 정부가 2012년부터 ‘말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시행하기 이전부터 말고기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유통됐다. 수도권에서도 말고기를 취급하는 업소가 하나둘 생겨났다. 하지만 연간 1천두 내외에 불과한 식용 비육마(育肥马) 도축량이 대중화의 발목을 잡았다. 낮은 생산량은 자연히 높은 가격을 불러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차 종합계획 시행 과정에서 지난 2016년 9월 비육마 생산에 알맞은 사양(飼養)관리법을 개발하는 등 생산량 확대에 노력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새 비육마 사양관리법은 곡물사료 급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배앓이(산통) 등 생리적 질환 예방을 위해 무리사양(1마방 당 5~10마리)하지 않고 개별마방에서 관리하는 한편 곡물사료는 일반적 급여수준(체중의 1.5%)보다 높은 2.5% 수준을 하루 2회 급여하는 방식이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 정책을 계승해 올 1월1일 2차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1차 종합계획의 미비점을 보완해 △말고기 생산·유통·소비기반 조성을 위한 사양환경 개선 △비육마 사육모델 보급 △등급판정제도 도입 등에 나서는 한편 7천619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이같은 일련의 조치를 통해 말산업 규모를 2016년 3조4천억원에서 2021년 4조원으로, 관련 일자리는 2만4천명에서 3만명으로 늘리기로 목표했다.


역대 정부의 의욕적 지원으로 말고기 시장은 느리지만 점차 성장추세에 있다. 그러나 일부 동물보호단체 반대 등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


말고기 반대 여론은 해외에서 더 크다. 지난 2008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텍사스주(州), 일리노이주 등에 소재한 말고기 도축장 3곳에 대한 지방의회의 운영금지 법안 입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앞서 일부 지방의원, 주민들은 말고기 반대를 외치며 도축장 폐쇄를 요구했다.


2013년 영국에서는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비프버거 패티가 실은 말고기를 대량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업자들이 말고기를 소고기로 둔갑시켜 유통하다 적발된 이 유럽 말고기 파동 사태가 벌어진 후 영국 왕실의 앤(Anne Elizabeth Alice Louise) 공주가 말고기 식용을 옹호하고 나섰다가 여론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말고기 식용 문화가 보편화된다면 개고기에 이어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의 또다른 혐한(嫌韓)운동 발발의 빌미가 되고 여기에 일부 국내 동물보호단체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개막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한국의 개고기 섭취 문화를 이유로 평창올림픽 보이콧을 경고한 바 있다.


때문에 정부가 말고기 생산환경 개선은 물론 국내외 여론환기에도 나서야 한다는 게 말고기 매니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제도, 시설 개선에 더해 말고기 유통의 정당성까지 확보된다면 국내 말고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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