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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포커스]한반도와 해외농업개발

    기사입력 2018.05.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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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본 -16김민철-사진.png▲ 김민철 박사
     
       
    요즈음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깜짝 소식이 시시각각으로 들려오던 중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모습까지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서 조심스럽게 우리의 미래를 점쳐보게 된다. 지금의 우리 모습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이면서 5천만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7개국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성적표를 넘어서는 많은 우려는, 앞으로 이것이 언제까지 유지되고 또 얼마나 발전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많은 노력들이 더해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남북간 경제교류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에 대해 이 암울함을 어느 정도 씻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높아지는 것 같다. 내수시장이 기반을 받쳐주는 가까운 중국과 일본을 바라보면서, 남북이 어우러진 77백만명 한반도를 우리의 미래로 밝게 점쳐보고 싶은 것이리라.
     
    남북평화시대의 식량문제
     
    이런 와중에 한반도 농업의 미래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 번 돌이켜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거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한반도 식량 수급의 문제도 이중 하나이다. 최근에 북한의 농업생산이 많이 증가되어 식량부족 문제가 다소 누그러져 가고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당장 소비할 식량문제의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 일 뿐이다. 북한의 농업생산기반은 남한과 비교하여 경쟁력이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북에서 축산물 수요가 늘어나면 곡물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과거부터 해외농업개발이 거론될 때면, 남북통일 이후의 식량 부족문제가 논점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남측에서는 쌀 생산량의 3배가 넘는 곡물을 매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좁은 국토 사정상 이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앞으로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북한 변수를 생각하면 앞으로 더욱 많은 수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농업 현실을 짊어지고 있는 나라를 찾아 볼 수 없도록 절박하다고 느꼈기에, 정부에서는 해외농업투자를 촉진하고 장려하기 위한 해외농업·산림자원개발협력법을 만들었고, 또 해외농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여러 형태로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도구들도 많이 개발하여 시행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농업개발은 출발점 자체가 일반 시장경쟁원리에 입각하여 현실적으로 우리의 국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위에 있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먹거리를 일반 공산품과 같은 맥락에서,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곡물을 생산하여 채산성을 맞추고, 또한 국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여 국내의 곡물 수입시스템에 맞추어 들여와야 한다는 논리로 시작되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곡물의 안정정인 수급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기는 하지만, 해외농업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적자를 보전하여 주면서 까지 해외농업을 지원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국가의 곡물수입시스템에서 벗어나는 특별한 혜택을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농산물 수출국 및 세계 곡물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4대 곡물 메이저들의 눈치도 있다.
     
    해외농업의 바른 길
    그러나 이것은 시작부터가 반칙이었다. 국가의 의무를 기업들에게 전가한 것 밖에 안된다. 곡물 생산은 원래가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 곡물을 생산하기 위한 농업기반시설 초기투자 때문이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국민들이 스스로 농업용수를 해결하기 위한 댐과 수로를 건설하고, 농지를 개간하여 농로도 조성하고, 종자생산 등 생산기술을 개발하여 수지를 맞추는 농사를 지으라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해외농업개발 정책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서 채산 맞는 기업형 농사를 영위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춘 가격으로 당당하게 국내시장에 들여오라는 것이다. 거기에 투자자금을 장기저리로 제공하는 대신, 국가가 반입명령을 발부하면 가격을 얼마를 쳐줄지는 모르지만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
     
      해외에서 농지 몇백ha 또는 몇천ha에서 농사지어서 국제적인 메이저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였다고 생각된다. 모든 기반시설이 갖추어진 곳에서 농지를 임대하여 영농행위 만을 통해서 수익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가 그러한 대규모 농지를 외국기업에 제공할 것인가. 불과 몇해전 중국기업이 호주 최대농장을 인수하려 했으나, 호주정부가 반대하는 현장을 지켜 볼 수가 있었다. 민간부문이 상대적으로 투자효율이 엄청 낮은 농업기반시설에 투자하고, 이를 영농을 통해 수익을 회수한다는 것은 아예 성립이 되지 않는 전제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외농업개발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민관협력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이 답이라 확신한다. 정부가 나서서 상대국과의 농업협력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공공부문의 투자를 통해 농업기반을 건설한 뒤, 기업이 영농에 진출하여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민간은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면 영농 뿐 아니라, 농약, 비료, 종자 등의 농자재, 농기계, 태양광, 유통 그리고 가공 등의 수익성 있는 사업에 추가로 스스로 투자함으로써 그 이익을 상대국과 공유하여 지속성이 더욱 높은 안정적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공공부문이나 민간부문이나 각각 단독으로는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국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이루어 낼 수가 없다. 두 부문이 협력하여야만 현명하게 현재의 과제를 서서히 풀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와는 사회적 시스템이 다른 일본의 해외농업개발을 지켜보면서, 그들과 같은 방법이 아닌, 보다 현명한 우리나라만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해진 것이다.
     
    해외농업과 국제협력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의료, 교육 등 인도적 차원의 국제협력은 지구촌 가족으로서의 책무이다. OECD국가들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고기를 주는 것보다는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지속성 있는 국제협력 방식이라 생각하여, 지금도 이러한 토대 위에서 국제협력사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기를 잡는 낚시대를 사주고 잡는 방법도 알려 주었지만, 낚시대가 부러지면 이를 살 돈이 없어 또 다른 악순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협력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PPP사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농업부문은 다르다. 농업부문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농업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것은 민간부문의 영역을 벗어난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국제적 신망 위에 우리의 국력을 탄탄하게 유지해 나가면서 우리 국민들의 해외 진출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법은 농업개발 분야의 협력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또한,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의 대규모 원조를 우리가 넘어설 수는 없다. 우리의 형편에서 가장 알뜰하게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협력도 농업협력일 것이다.
     
    가장 안정성 있는 미래산업이 농업이라고 하고들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열정, 우리의 IT기술, 우리의 비즈니스 능력을 가지고 해외에서 농사가 아닌 농업을 영위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상대국에 모두 유리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것이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지금 세대가 해야 할 책무인 것이다.
            
    필자 약력
    △전)농어촌공사 해외사업본부장
    △㈜오이코스 경영기획본부장
    △공학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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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기 칼럼]‘脫원전’ 국민투표까지 갈 필요 없다
  • 김성기 부회장|2018-12-07
  • 대만이 지난 11월 탈(脫)원전 정책을 채택한 지 2년 만에 국민투표를 통해 정책을 폐기하자 국내에서도 비현실적인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겨 탈원전으로 가는 정책은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 나라의 장래를 크게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도한 대만 칭화대 원자과학원의 예쭝광 교수는 국민투표 직후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 유언비어에 현혹됐던 국민이 작년 대정전과 심각한 대기 오염을 겪으면서 원전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대만은 11월 24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찬성 59.5%대 반대 40.5%로 탈원전 폐기를 선택했다. 대만은 환태평양지진대에 들어 있어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국민의 막연한 원전사고 불안감도 높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해 유언비어가 난무했고 2016년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민진당 정권이 탄생했다. 그러나 예 교수를 비롯한 대만 과학자들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대기오염 방지에도 적합하다는 점을 대만 국민에게 널리 알려 탈원전 폐기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과학자들이 나서 꾸준히 탈원전 정책의 허상과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지난달 하순에는 57개 대학 교수 210명이 가입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가 국민투표를 촉구하는 대정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의사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도 없이 무책임한 환경단체의 비현실적 주장만 반영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만 사례는 우리와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부가 어떤 의미에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가 지질과 자연환경, 과학기술 수준 및 원전 안전도 등에서 대만 사례와는 크게 다른 게 사실이다. 최근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지만 대만 사례처럼 원전 안전을 직접 위협할 수준이 아니며 원전 건설과 운영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가 훨씬 더 안전하게 원전을 가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말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도 한국 원전의 기술수준과 안전성을 앞세워 해외진출을 홍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불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 탈원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했다. 취임후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를 중단시켰다가 공론화위원회의 배심원단 공론조사를 받아들여 공사를 재개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약 60%의 공사재개 찬성으로 나타난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막연하게 앞으로 원전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이후 지난해 말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포함시켰고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발적인 사업포기로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구체화했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확고하게 세운다는 의미에서 탈원전에 대한 국민투표가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탈원전 절차를 감안하면 국민투표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권의 명운을 건 치열한 정쟁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 에너지 정책이 소위 ‘적폐청산’ 대상으로 떠올라 온갖 논쟁과 들쑤시기가 난무하고 또 하나의 거리 투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난 8월과 11월 원자력학회 등에서 실시한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원전 이용에 찬성한 응답이 70% 안팎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론의 흐름은 이미 방향이 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뻔한 흐름을 놓고 분쟁을 일삼기보다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정책의 역순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면서 원전의 안전도 요구를 대폭 강화해 국민 신뢰를 높이고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한수원의 정상화도 반드시 요구되는 부분이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국가 부도의 날
  • 권순직 논설주간|2018-12-06
  •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개봉 10일도 안되어 관객 6백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이 성공적이다. 20여년 전 우리나라를 치욕의 현장으로 만든 이른바 IMF(국재통화기금)사태를 주재로 한 이 영화에 관객이 몰리고, 국민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지금의 팍팍한 삶이 겹쳐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국가가 부도 위기에 몰려있던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고 IMF와 협상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픽션과 넌픽션을 가미한 팩션이라고는 하지만 사실과는 많이 달랐다. 극적인 재미에 더 비중을 두어 그랬겠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생각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시대의 사건을 너무 흥미 위주로 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어쨌든 여러 측면에서 우리 국민에게 던지는 교훈은 적지 않다. 우리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그 댓가로 금융 통화정책은 물론이고 기업구조조정 등 모든 정책을 IMF승인을 받아야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서야 겨우 국가부도를 모면한 사건이다. 경제주권을 3년간 IMF에 넘겨준 것으로 그야말로 국치(國恥)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고개 숙이고 감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던 협상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국회는 IMF기준에 맞춰 세입 세출을 맞춰야하고, 정부는 이 틀 안에서 정책을 수립한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국방 통일 문화정책까지 그들의 승인을 받아야했다. 이 양해각서는 국무위원의 서명도 모자라 국회의장과 대선 후보자들에게까지 서약을 받아갔다. 주권국가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감내하기 힘든 굴욕이었고, 국민이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면 어떠한 댓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절감했다. 사태 1년전인 1996년 12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선진국 클럽에 들어갔다며 샴페인을 터뜨린다. 그러나 이 잔치는 한해도 못넘기고 재앙으로 다가온다. 1997년에 들어서면서 한달에 1천3백여개의 사상초유 기업 연쇄부도 사태가 빚어지는가 하면 한보 삼미 진로 기아자동차 등 재벌그룹이 도산위기에 몰리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경제난이 심각해진다. 은행과 제2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진다. 여기에다 태국 바트화의 폭락 등 동남아시아 각국의 외환위기가 국내 외환 및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기업의 대량 부도와 주가폭락 등으로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졌지만 당시 경제팀은 “우리나라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강한 펀더멘털론’을 펼치며 경고음을 무시했다. 이처럼 곪을대로 곪은 경제체질을 놓고 건강하다며 내외로부터 다가오는 위기를 강건너 불보듯 한 정부 때문에 호미로 막을 위기를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를 초래했던 것이다. 이것이 IMF사태의 본질이다. IMF사태의 여파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기업의 대량 도산과 은행 및 종금사의 퇴출, 그에 따른 곳곳에서의 무더기 해고, 고공행진을 하는 실업률에 자살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가정의 붕괴가 줄을 이었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상황이다. 자, 그럼 국가부도의 날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뭔가. 필자는 두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우리는 IMF사태를 조기에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아왔다. 물론 전 국민들이 뼈를 깎는 노력과 고통을 감내하여 경제를 안정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위기를 초래하고, 안이한 대처로 상황을 악화시킨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실패의 교훈을 얻는데 소홀했다. 둘째, 정책대응에 실패한 정책당국자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정책의 실패에 형사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있지만, 실패한 정책이나 적절하지 못한 정책대응의 책임소재는 분명히 가려놓았어야 했다. 이 영화가 오늘도 빚어지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책당국자들이 한번쯤 심사숙고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현)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운영위원
  • [박현채 칼럼]철밥통을 걷어찬 이웅렬 회장
  • 박현채 주필|2018-11-30
  • 재벌 총수는 임기가 없는 만년 직장이다. 올해 62세로 적어도 10년은 더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데도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철밥통을 걷어찼다. 1996년 코오롱 경영권을 승계한지 23년 만에 스스로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직책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새로운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사실 그룹 오너의 퇴진 자체는 큰 이슈가 아니다. 갑질 논란이나 경영 실패 등 그룹을 둘러싼 잡음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사태가 진정되면 슬며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그럴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이 회장 스스로 퇴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선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업주인 할아버지 이원만, 2세 아버지 이동찬의 뒤를 이어 자산기준 재계 순위 31위의 코오롱 그룹을 이끌어 온 그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하다”면서 '3세 경영자' 자리가 결코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세상이 변하고 있고,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전제하고 "매년 시무식 때마다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졌지만 미래의 승자가 될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불현듯 내가 바로 걸림돌이구나,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업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앞장서 달렸으나 한계를 느꼈음을 고백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며 홀가분해 했다. 검은색 터틀넥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은퇴선언을 한 것도 이러한 기분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인의 변화 속도가 느려 회사에 걸림돌이 된다고 느껴 퇴임을 결심했다는 이 회장의 솔직한 고백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재벌 기업과 총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반세기동안 재벌의 오너 중심 지배구조는 과감한 의사결정, 빠른 추진력 등의 장점으로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주역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지구촌의 산업 생태계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도 대마불사라는 말만 믿고 안주하다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조선이 그렇고, 해운이 그렇고, 자동차가 그렇다. 기득권의 벽에 둘러싸여 작은 변화도 거부한 채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자신들의 철옹성 지키기에만 몰두해 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너 독단’의 폐해를 경계하며 스스로 그 그물을 제거한 이 회장의 ‘자의적 조기 퇴진’ 결정이 우리 기업문화를 돌아보는 신선한 자극제가 돼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 보겠다”고 창업 의사를 내비쳤다. 스타트업은 대마가 아니라서 망해도 좋으니 마음껏 뜻을 펼쳐 보겠다는 얘기다. 번듯한 사업체를 놔두고 험난한 창업의 길을 택할 필요가 없는데도 이를 선택했다. 이 회장은 29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창업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아이템을 꼽지는 않았지만 주저 없이 “플랫폼 사업이 중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앞으로 1년 정도 4차 산업 분야 인사들을 많이 만날 것”이라고 밝혀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천천히 공부하며 창업을 준비하겠다. 창업 시기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1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그 모든 것들을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영권을 바로 아들에게 승계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맡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아들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로 승진시켜 그룹의 패션사업을 총괄토록 했다. 경영수업을 받게 한 것이다. 언제 외아들인 이규호(35) 전무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냐는 질문에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이 돼야 가능하다”며 “나는 기회를 주는 거다. (아들은) 현재 주요 회사 지분도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아들에게 스스로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사회가 너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나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아들을 믿는다”고 말해 이 전무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 회장의 전격 퇴진이 당장 코오롱의 소유구조나 경영 근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는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 49.74%를 보유하고 있는 1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이 회장의 퇴진을 4세 경영체제로 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면서 오너 경영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자의적 조기 퇴진’을 주목하는 것은 그 결정이 재벌가의 대물림 경영 관행에 익숙한 우리 기업문화를 뒤돌아보는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lt;투데이코리아 주필&gt;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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