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인류의 생존과 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음식일 것입니다. 음식은 인간 생존의 기본수요(Basic Needs)인 동시에 삶의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원천이지요. 또한 기초 동동체인 가족을 포함해서 모든 공동체를 묶어주는 고리이기도 합니다. 음식은 인류 문화의 시원(始原)적 요소이자 나눔의 원시 형태이고, 부와 권위의 원초적 상징이지요.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고, 하는 일들이 모두가 뗄 수 없는 인간 생존의 원형이니까요. 우리는 음식(飮食), 마시는 것이 먼저인데, 영어로는 식음(Food & Beverage), 먹는 것이 먼저네요. 음식을 분류할 때 농·식품(Agro‐‐Food), 또는 식·의류(食·衣類, Food & Fiber)라고도 합니다. 즉 음식이 농업이나 옷가지들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음식은 인류사회의 변화와 쌍방 관계에 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는데 생산이 못 따라가면 부족해지고, 수요는 정체되어 있는데 생산이 많으면 과잉이 되지요. 시장이 제 기능을 하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면서 점차 양은 적당하게, 질은 고급화되고 다양해지지요. 현대에 들어와서 핵가족화, 도시화, 산업화, 정보화 등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음식의 생산과 소비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아를 해소하고 기본 영양소를 섭취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음식의 본질이라지만, 최근에는 경제발전과 소득증가에 맞추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5감 만족, 영양식, 건강식, 기호식, 기능식, 간편식, 레저식, 문화식, 전통식 등 다양한 형태로 음식의 주류가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음식은 식재료별로 탄수화물과 당류, 알코올, 지방 등의 에너지 음식, 식물성과 동물성 단백질 음식,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 등 건강필수 음식, 차나 커피 등의 기호성 음식이 있습니다. 조리의 방법과 형태에 따라 주식과 부식, 후식 등으로 나누어지지요. 식사 시간과 장소, 식기와 숟가락 젓가락 또는 포크와 나이프 등, 식사 분위기와 함께 식사하는 사람 등이 또한 중요한 환경요인이 됩니다. 이들을 전제로 음식의 미래를 예측해보려면 먼저 기후변화, 영양의 변화, 인구 전망, 경제사회 발전, 기술발전 등 음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요인부터 분석해야 합니다.


식재료를 비롯한 음식의 생산기반과 생산성 등 공급여건을 보자면, 농산물은 토지의 경작면적과 비옥도, 기상조건, 물, 농업 인프라와 생산시설 장비, 수산물은 해양과 내수면의 이용가능성과 수질, 그리고 노동력과 기술, 경영, 자본 등의 시스템, 에너지 등 이용가능한 모든 자원의 최소비용과 최대효율을 다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음식의 수요를 전망하려면 우선 자연추세와 바람직한 목표지향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의 질과 부가가치 면에서는 맛과 영양, 신선도, 안전성, 향기와 색깔, 모양과 크기, 다양성과 간편성, 문화적 부대가치, 취향과 선호, 유행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하겠지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본 비용과 효율, 형평과 공정, 환경영향 등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의 대세는 건강식과 문화식이라고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 한식이 이상적인 미래 음식으로 권장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한식의 에센스는 적당한 길이의 금속 수저를 주로 사용하는 식사방법과 장류와 김치 등의 발효식품이 주류를 이루는 점, 약식동원(藥食同源)이나 식양(食養)의 개념, 공동체와 함께 하는 음식, 멋과 풍류가 어우러진 음식과 식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식 세계화야말로 인류 건강과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식품체계(Food System)중 공급부문은 주식, 부식, 양념, 기호식, 술 등의 식재료와 음식자체의 생산, 유통, 가공, 판매, 외식 기타 식품 공급체인에 참여하는 산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식품관련 산업의 범위는 광고, 금융, 부동산, 식기, 주방기구 기타 등등으로 넓게 확산되어 있지요. 이 모두를 식품산업이라고 하는데,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추산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수요와 소비부문은 소득과 경제사회 발전의 함수로서 인간의 기본수요와 식품안전을 포함한 소비자 선호가 핵심이지요.


식품체계 발전의 궁극 목표는 인류의 건강과 웰빙이라고 생각됩니다. 식품산업의 미래도 거기에 달려있겠지요. 따라서 그 주체, 참여자, 이해당사자인 소비자(개인과 가족 등의 공동체를 망라함) 측과 공급자(생산자, 유통업자, 외식업자, 관련사업자 등)측이 원만하게 공존, 상생, 번영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조정하고 감시, 규제하는 동시에 적절하게 육성, 조장하는 역할을 충실히 다해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 선택과 수요가 우선이고, 지식과 정보가 우위에 있는 ‘신경제’ 시대에 들어서서 인간자본과 사회자본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는 만큼, 식품산업 분야에서도 창의성과 신뢰, 도덕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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