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신용정보 ‘역대 최대 매출’ 기록… 靑 청원게시판엔 서민 ‘피눈물’ 잇따라

▲ 고려신용정보 채권추심을 둘러싼 호소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잇따르고 있다(사진=고려신용정보 광고 캡처).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채권추심·신용조사 전문회사인 고려신용정보가 윤의국 회장의 11억원 횡령 혐의 기소 및 자살소동을 딛고 장남인 윤태훈 대표이사 체제 들어 반기 실적으로서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런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고려신용정보 채권추심 과정에서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잇따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달 14일 청원게시판에는 ‘채권추심업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랐다. 청원인은 “사업을 하다 실패해서 거래처 물품대금을 못 줬다.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리고 조금씩이나마 갚아 나가려고 25만원을 입금했다”며 “그런데 시간이 흘러 어느날 고려신용정보 남부지사에서 위임을 받았다고 자택방문을 해서 친서를 놓고갔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담당자 김OO에게 전화했더니 원금 183만원하고 이자 부분하고 해서 503만원이라고 해서 너무 많다 하니까 400만원 정도에 합의보자고 해서 너무 많다고 했다”며 “(담당자가) 끝까지 간다고 부모님 산소를 강제경매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고려신용정보는) 피도 눈물도 없다. 제가 대처해야 하는 방법은 요구하는대로 다 지급해야 하는 건가”라며 “이렇게까지 추심을 해야 하나. 안 주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차근차근) 주겠다는데 산소를 강제경매까지 해야 되나”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달 8일에는 자신을 ‘억울한 기초수급생활자’라고 밝힌 여성의 청원이 올랐다. 청원인은 자신에 대해 “기초수급생활자로 당뇨병, 허리통증 등으로 어려운 생계를 정부에서 지급하는 월 20만원과 가끔 지역에서 농사일을 돕고 받는 일당, 폐지 수집판매 등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약 20년 전에 좀 건강할 때 중고차라도 살 생각으로 가까운 지인에게 자문을 구해 현금 3000만원과 주민등록증, 인감도장을 믿고 맡겼다”며 그러나 지인이 돈을 빼돌리고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차량을 자신에게 줬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차량판매업체에서 자신에게 할부금을 독촉하다가 타사에 채권회수를 의뢰했고 이 회사가 고려신용정보에 다시 채권추심을 맡겼다며 고려신용정보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시골집부터 압류하고 강제경매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당장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믿고 의지할 자식도 없다. 가까운 형제, 친척도 없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며 “근 20년 지난 사건을 근거로 전 재산인 시골집을 경매로 넘기겠다고 압박했다. 막상 급한 김에 합의를 봤으나 원금(이자 포함) 2천400만원에 매월 21만2000원을 불입해야 한다. 매월 국가에서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20만원과 폐지 등을 팔아 모은 돈 1만2000원을 보태 매월 갚고 있다”고 심정을 내비쳤다.



▲ ‘부모님 산소 경매’를 호소한 청원(위)과 ‘폐지 아주머니’가 올린 청원(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 캡처).


정부는 2014년 11월21일부터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약칭 공정채권추심법)’을 시행해 불합리한 채권추심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서민들이 법의 그늘 밑에서 부모님 산소를 빼앗기거나 길거리에 나앉고 있다.


고려신용정보는 이미 한차례 ‘전적’이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지난 2013년 12월 허위사실로 채무자를 ‘협박’하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것이다. 이 사건은 공정채권추심법이 제정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음지에서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사이 양지에서 고려신용정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만끽하고 있다. 올해 8월 고려신용정보는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1%, 41.6% 오른 27억7000만원, 20억5000만원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또 매출은 16.9% 증가해 역대 최대규모인 498억1000만원이라고 밝혔다.


고려신용정보의 이같은 ‘약진’ 배경에는 ‘채권관리’를 전담하는 고객자산본부 실적 상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그 어느 때보다 ‘채권추심’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 윤태훈 고려신용정보 대표이사 인사말(위. 고려신용정보 홈페이지 캡처)과 ‘폐지 아주머니’의 호소(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 캡처).


윤태훈 고려신용정보 대표이사는 자사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전 직원의 ‘윤리의식’ 함양으로 고객여러분의 신뢰를 쌓겠다”고 밝히고 있다. 익명의 고려신용정보 관계자는 자사에 대해 채무자 인권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취지의 반박과 함께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오른 청원들 내용을 일축했다.


문재인정부는 ‘사람 중심 정부’를 표방하면서 기업 횡포 근절, 약자 권리 보장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철퇴’를 맞고 있다. 잘못된 것들이 서서히 바로잡혀 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고려신용정보 채권추심 결과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라 밝힌 기초수급생활자 여성은 청와대 청원 말미에서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쓰며 ‘극단적 선택’까지 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이 노예제도 같은 법으로 인해 병이 더욱 심해 그나마 매일 줍던 폐지도 수집할 수 없고 지금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마지막으로 대통령님께 탄원한다”고 청와대의 도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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