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 부실한 실적으로 글로벌 영향…미중 무역전쟁+ 금리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 이어져

▲ 코스피지수가 상승 출발 직후 하락 반전된 26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지수가 보이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증권시장이 심상치 않다. 미국의 ‘검은 수요일’ 이후 무너진 미국 증시에 영향으로 국내 코스피도 하락세를 모면하기가 어렵다. 글로벌 대내외 불안성으로 연말까지 회복하지 못할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는 연중 최저점을 달리며 하락세를 갈아치우고 있다. 심지어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호조에도 불구하고 급락했다. 증권가는 미국 글로벌 기업의 실적 부진이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26일 코스피지수는 2063에서 전일 대비 36p(1.75%)하락한 2027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트위터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로 장중에 호조를 보인 뉴욕증시와 대조된 양상이다.

이날 개인은 총 619억을 매도했고 외국인은 1771억을 팔았다. 기관은 1033억을 사들였다.

전날(현지 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401.13포인트(1.63%) 상승한 2만4984.5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9.47포인트(1.86%), 209.93포인트(2.95%) 오른 2705.57, 7318.34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의 증시는 미국 증시와 매우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거래일간 코스피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코스피와 나스닥지수는 0.79, 0.86의 상관계수를 가졌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워질수록 두 지수가 함께 움직인다는 의미다.

이날 미국 증시의 급등에도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증권가는 정규장이 끝난 후 추가로 공개된 실적 발표를 지목했다.

또한 상승이어도 장중 1~2%대 상승폭인데다 장 마감 이후 기술주중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회사들인 아마존, 알파벳(구글) 등이 부질한 실적을 발표했다. 그 이후 대형주 7%가 급락했고 나스닥도 1%가 넘게 빠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 글로벌 악재는 또 있다. 바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6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올랐다. 올해 들어 3월과 6월에 이은 3번째 인상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를 1.50%에서 동결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최대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2007년 7월 이후 11년 2개월만에 가장 커진 것이다.

연준은 올해 12월 1차례, 내년에 모두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이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자 외국인은 코스피를 ‘팔자’로 돌아서면서 당일 코스피 지수 2150선 밑으로 내려갔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

거기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군사적 옵션까지 고려한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로 좀처럼 글로벌 대내외 불안정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중국에 대한 관세를 완화할 의도가 없으며 중국 지도자들이 관세 문제로 더 고통을 느끼기를 원한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적인 자리에서 이 같은 의중을 내비쳤다는 것인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트럼프 통령이 중국에 관세부과 조치를 오래 할수록, 자신이 더 많은 지렛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은 이제 겨우 `시작 중의 시작` 단계라고 전했다.

이에 중국은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전세계 최대생산하고 있는 희토류에 생산량을 감소하며 항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희토류를 미·중 무역전쟁 대응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의 88%가 중국산이었을 정도로 미국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높기 때문이다.

26일 희토류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아마다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하반기 희토류 생산 쿼터(할당량)을 무려 36% 줄였다.

중국 정부가 제기한 하반기 희토류 생산량을 4만5000톤 수준으로 제한했다.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적은 양으로 중국 내 수요도 겨우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 쿼터량을 지난해 동기대비 40% 증가한 7만톤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30%나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중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전세계 희토류 가격 급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마다스는 희토류의 한 종류인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산화물(PrNd Oxide)의 경우 향후 12개월 안에 가격이 10~50%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5년 안에 가격이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희토류를 원료로 하는 업체들은 이미 대체 공급선을 찾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희토류는 휴대폰이나 반도체 등 첨단 IT제품은 물론 미사일, 레이더 등 군사무기의 재료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편 연일 최저치 행진을 이어가는 시장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금융 당국도 한국 증시 급락을 주시하며 금융 위기 징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증시 하락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 아시아 시장도 같은 흐름인데, 다만 한국의 변동성이 좀 더 크다”며 “(외국인의 증시 이탈은)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인상, 국내 경기 부진 등 복합적 요인이기 때문에 단기간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금융위원장은 “외화유동성과 원화유동성, 금융건전성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이) 양호한 수준”이라며 “대외 환경을 면밀히 점검해 국내적 상황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증시 상황은 ‘정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위기 상황을 주의-경계-심각 3단계로, 위기 이전은 정상-관심 2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윤 금감원장은 “각 단계별로 구체적인 비상 대응 시행 방안이 마련돼 있다”며 “각 단계에 진입하면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