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2018년은 산업계에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분 한 해였다.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들은 앞다퉈 ‘통 큰’ 투자 계획을 밝히고 공통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두뇌’라고 불리는 인공지능(AI)부터 시작해서 자율주행, 5세대 이동통신(5G) 등 각 분야에서 연구개발(R&D)·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4차 산업형명이 오는 2030년 한국에서 약 460조원의 경제효과와 80만명의 고용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울R&D센터. <사진=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 AI 생태계 확보에 총력

전 세계적으로 화두에 오른 4차 산업 중에 가장 관심을 모은건 ‘AI’였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IT업계가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경영에 복귀한 뒤 반도체를 이을 미래 먹거리로 AI를 꼽았다. 이에 삼성은 4차 산업의 중심이 될 AI, 5G, 바이오사업 등에 약 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래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내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를 시작으로 올해 11월까지 전 세계에 총 7개의 ‘AI 연구소’를 개소했다. 향후 AI 연구센터를 계속 확대해 약 1000여 명의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AI 플랫폼 ‘빅스비(Bixby)’ 생태계 확대에도 나선다. 빅스비는 지난해 공개된 삼성전자의 AI 비서다. 삼성은 오는 2020년까지 출시되는 모든 제품에 빅스비를 탑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은 매년 5억대 이상의 제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삼성의 계획대로라면 2020년까지 수십억대에 이르는 가전제품과 IT기기에 빅스비가 동작할 것으로 보인다.

◇ 집으로 들어온 AI 스피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업계와 KT, SK텔레콤 등 통신업계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AI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다양한 홈서비스를 제공하고 쇼핑, 일정, 날씨 확인, 음악 감상 등과 같은 실생활 영역에서 개인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AI 스피커’를 잇달아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안에 전 세계 AI 스피커 사용자는 1억명을 돌파하고, 오는 2022년에는 3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올해 AI 스피커 세계 이용자 수 점유율 3%를 차지하며 5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 2016년 ‘누구’를 출시하며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KT의 ‘기가지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네이버의 ‘웨이브’가 잇달아 시장에 합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후발 주자였던 LG유플러스도 네이버와 손잡고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AI 스피커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에 뛰어드는 대대수의 업체들이 AI 플랫폼 경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해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 이동통신 3사가 5G 전파를 송출했다.

◇ 4차 산업의 ‘혈관’ 5G 전파 송출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 1일 자정 일제히 5G 전파를 첫 송출하며 ‘5G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한 국가의 모든 이통사가 5G를 상용화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30년 5G가 창출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는 국내에서 최소 4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5G는 초광대역(eMBB)과 초저지연(URLLC), 초연결(mMTC)이 특징이다. 4G(LTE) 대비 최대 전송 속도는 20배 빠르고 지연 속도는 100분의 1로 줄어든다.

5G는 4차 산업의 ‘혈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상·증강현실(VR·AR), 홀로그램 등 미디어 서비스와 드론,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을 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한다.

5G 서비스는 시작됐지만 아직 일반인들이 달라진 통신 속도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이번에 개시된 서비스는 모바일 라우터(네트워크 중계 장치)를 이용한 것으로, 기업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5G 전용 스마트폰은 내년 3월 삼성전자가 처음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자동차 대형 트레일러 자율주행차.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 車업계, 자율주행 실험 ‘활발’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눈부신 발전이 이뤄졌다. 그간 테스트베드에서만 진행된 실증이 실제 도로까지 확장되고 자동차 업계는 연이어 자율주행 시험 성공 소식을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8월 40톤급 화물 운송용 대형 트레일러 자율주행차량으로 의왕-인천간 구간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트럭이 스스로 주행한 거리만 40km에 달한다.

이번 시연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3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트레일러가 연결된 자율주행차 1대로 진행됐다. 현대차는 이번 기술 시연 성공을 시작으로 군집 주행과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트럭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시내 도로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을 성공시킨 데 이어 올해 초 넥소와 제네시스 G80 기반의 자율주행차로 서울-평창간 고속도로 190km 자율주행 성공하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11월 ‘티볼리 에어’를 기반으로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미래형 도로시스템 기반 자율 협력 기술 시연해 참여해 자율주행차 기술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쌍용차는 테스트 참여 차량에 ‘V2X(Vehicle to Everything)’ 기능을 탑재해 도로 인프라와 통신을 기반으로 차선 유지 및 변경, 차간거리 및 속도 유지, 돌발 장애물 및 기상 악화 등의 상황을 대응하며 자율주행을 구현했다.

쌍용차는 오는 2020년 정부의 레벨3 자율주행차 부문 상용화 목표에 발맞춰 지난 2014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개발해 왔으며 2015년 자율주행차 시연 행사를 진행하는 등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VR 스트리트 서비스.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 유통업계에도 불어닥친 4차 산업

유통업계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있다. 고객 편의 중심의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고 선진화된 쇼핑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홈쇼핑업계는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쇼핑서비스 개발에 분주하다. 급변하는 업계 트랜드에 줄어든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고, 젊은층과 가족 단위의 고객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3월 ‘VR 피팅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데이터방송에서 판매 중인 패션 의류 등의 상품을 리모컨 조작 만으로 3D모델 및 아바타를 통해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자신의 개인 신체 사이즈를 입력해 가상의 인물에게 옷을 입혀 볼 수 있어 소비자의 편의성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롯데홈쇼핑은 VR 기술을 활용해 실제 매장에 있는 것처럼 쇼핑이 가능한 ‘VR 스트리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3D 화면을 통해 매장 곳곳을 살펴보고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정보를 확인한 후 구매까지 가능한 체험형 서비스다. 고객은 원하는 매장을 선택하고 바닥을 터치하며 실제 걸어 다니듯이 매장을 둘러볼 수 있다.

▲ 자율주행 안내 로봇 트로이. <사진=이마트 제공>

마트에는 쇼핑을 도와주는 자율주행 ‘로봇’이 다닌다. 이마트는 지난 13일 오픈한 이마트 의왕점에 AI 기반의 서비스 안내로봇 ‘트로이(Tro.e)’를 시범 운영했다. 이마트는 앞서 올해 초 자율주행 로봇 ‘페퍼(Pepper)’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이마트는 트로이를 운영해 매장 및 입점 상품 안내와 함께 상품이 진열된 곳까지 자율 주행으로 안내하는 에스코드 기능, 간단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함께 선보인다.

▲ 카카오 카풀을 반대하는 집회.
◇ 공유경제에 대한 과제는 여전

올해 4차 산업 핵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개발, 그리고 성과가 이뤄졌지만 유독 ‘공유경제’에서는 진통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의 승차공유 서비스인 ‘카풀’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카풀을 둘러싼 논의는 1년 넘게 진행 중이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카풀 등 공유경제 활성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과 해커톤 불참 등에 부딪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카풀TF를 구성하고 국토교통부와 해법 마련에 나섰으나 당정이 마련한 해결책도 택시와 카카오 간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풀 서비스 출시에 반대하던 택시기사가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갈등은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이에 택시업계는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주최 측 추산 1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공유경제가 4차 산업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피해갈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만큼 정부는 택시업계와 타협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존산업과 신산업이 조화를 이루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 논의점이 많은데다 갈등만 점점 깊어져 연내 카풀 서비스 출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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