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의 이면엔 큰 허점도 존재...국민적 인식재고, 제도 보완 필요성 절실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첫 해외순방으로 아세안 3개국을 선택해 신남방정책 외교에 나섰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10일 서울공항을 출발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차례대로 국빈 방문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아세안 3국 방문에 대해 “ ‘미래는 아시아의 시대’이며 이번 순방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여 문화와 인적 교류를 촉진하고 우리 기업의 진출과 실질 협력을 확대하겠다”며 “아세안과 함께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브루나이에 대해 열대우림과 풍부한 천연자원이 돋보이는 나라,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중심국가로 다양성을 포용하는 평화와 안정의 나라,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의 나라로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 ‘메콩강의 기적’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는 북한과 수교를 맺은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한류 문화가 깊숙이 침투되어 있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라는 점도 있다. 이들 국가는 한국 건설사들이 건축한 다리와 도로, 빌딩 등이 많아 한국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직후 한반도 주변의 전통 적인 4강 외교(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서 벗어나 저변을 넓히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왜 이렇게 아세안 외교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


▲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브루나이 국왕 내외와 기념촬영을 가졌다

신남방정책의 시작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당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기조연설을 통해 신남방정책에 대해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신남방정책이란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공동체 등 이른바 ‘3P’를 핵심으로 하는 개념이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은 단순한 상품 교역등의 무역을 넘어 기술, 문화예술, 인적 교류등 그 영역도 확장된 것을 담고 있다. 그간 중국을 중심으로 특정 국가들간의 전통적인 교역에서 벗어나 한국의 교역 시장을 다변화하여 한반도의 경제 영역을 확장 시키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 내고 유라시아 시대를 준비하려는 정부의 미래구상이 바로 신남방정책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을 구상하며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스리랑카, 부르나이, 라오스, 인도 정상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아세안 국가들과의 발전을 모색했다.

이중 문재인 대통령이 4강 국가들을 제외하고 국빈방문한 아세안 국가만 해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파푸아뉴기니등 5개 국가가 넘어 다자외교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아시아 외교의 전문가인 이재현 박사(아산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위원)는 ‘신남방정책이 아세안에서 성공하려면?’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아세안 외교에 힘을 쏟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 박사는 “신남방정책은 한국 외교의 다변화를 위한 시도이며 지역 내 국가들과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튼튼히 하고 이를 활용해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의 자율성과 발언권을 높이는 외교 다변화의 방향이다”고 신남방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의 구조 (자료=아산정책연구원)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지난 19대 대통령선거당시 정책 공약집을 통해 “아세안과 인도의 외교를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의 경제적, 정치적의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한다”는 공약을 발표한바 있다.

이 박사는 “문재인 정부처럼 아세안과 인도를 임기 초부터 외교정책 전면에 내세운 정부는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큰 구상은 동북아플러스책임공통체 구상인데 여기서 신남방정책은 신북방정책과 함께 번영의 축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남방정책은 한국의 미래 위상을 위한 외교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며 “과거 우리정부의 경제모델인 수출주도형 국가 전략에서 벗어나 수출다변화와 외교다변화의 필요성에서 낳은 정책이다”라고 분석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총리와 회담을 나누고 있다

신흥국들의 잠재력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아세안 신흥국들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도 존재한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한겨레 신문 기고문을 통해 아세안과 인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했다.

곽 연구위원은 “신흥시장으로서 아세안과 인도는 전략적 가치가 높다. 세계 GDP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2000년에 신흥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그쳤지만 2018년에 들어서는 59.4%로 빠르게 성장했다. 정부는 미래를 대비하여 신흥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인구 6억 5천명, GDP 2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경제권을 형성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신남방정책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신남방정책은 반쪽짜리 정책으로 남게 된다”며 “한국이 교량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도국 해양과 대륙(유라시아)를 연결하려면 평화가 전제 되어야 한다.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이 남북사이에서 북한을 다독이며 평화체제의 중요성을 설득만 해준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안정적으로 유지될수 있다”고 아세안 국가들의 역할을 강조 했다.


신남방정책의 허점은?

그렇다면 신남방정책의 추진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우선 신남방정책은 기존의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 구상에서 크게 다를 것 없는, 기존 정책에서의 연장된 성격이 강하다.

아세안 및 인도지역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통적인 외교 전략의 기본구성과 크게 다르지가 않으며 이미 동아시아의 각 나라는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정상회의등 다양한 협력체를 통해 아세안과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김대중 정부 당시 ‘동아시아비전그룹’, '동아시아스터디그룹(EASG)'의 결성을 통해 이미 남방 외교 정책을 시행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시작하는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지난 정부가 이미 실행한 남방외교정책과의 차이점을 모르겠다는 주장이 크게 존재한다.

▲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그리고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아시아국가에 대한 국민적인 무관심, 왜곡된 시각역시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다.


미국과 유럽등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비해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에게 아세안 국가는 못사는 나라, 더러운 나라 등 오래된 이미지로 굳어진 낙후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면이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6월 발간한 오피니언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당시 한국-아세안 센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중 58.9%가 ‘아세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고 대답했다“며 ”한-아세안 센터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동남아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가난, 국제결혼, 이주노동자, 전쟁, 식민지 등의 부정적 인식이 대부분이다. 동남아에 대한 이러한 무관심과 몰이해는 장기적으로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동남아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수준도 아쉬운 수준이며 연구자의 수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역량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동남아 연구를 하는데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교수나 연구자도 없는 부분은 우리 정부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며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신남방정책을 구상할 현실적인 제안들이 나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남방정책의 보완점은?

김형종 연세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지난해 9월 프레시안 기고문을 통해 신남방정책에서 부족한 점들과 한계점을 설명하며 다른 외교정책과 같이 보완하여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신남방정책은 지난 정부가 내세웠던 ‘세일즈 외교’나 ‘실리 외교’와 같은 구호와는 차별되는 가치를 담았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고 밝혔으나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아직 구제적인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선 “우리정부가 아세안과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경제적 이익을 위한 자의적 해석에 머물고 있으며 아세안 지역을 국내 방위산업의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삼고 있고 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신남방정책의 중요 포인트인 ‘평화’를 내세울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7월에 라오스에서 발생한 수력발전댐 붕괴사고는 그 피해만큼이나 큰 교훈을 주고 있다”며 “39명이 사망하고 97명이 실종되었고 1만 3000여명이 피해를 입었던 큰 사건이다. 민자유치를 통한 개발협력사업과정에서 일어난 참사로 사고원인과 대처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라오스 댐 붕괴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라오스 댐을 건설한 시공사는 한국의 SK건설로 알려졌는데 SK는 사고 직후 사장과 해당 사업 담당 본부장 등 본사 임직원 10여 명이 현지로 출국해 구호작업에 가세했고 SK그룹 차원에서 긴급구호단을 꾸려 사고 수습에 나섰다.


정부 역시 뒤늦게 나마 긴급 구호단을 꾸려 민간인 피해를 수습했지만 현지시민들은 “한국 구호단이 너무 늦게 출발했다”, “한국 구호단의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 사항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하였다.


김 교수는 “중국 다음으로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아세안이 부상했지만 한국은 일방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기에 아세안 국가들이 과연 한국을 공동번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하며 “최근 수년간 몇몇 아세안 국가들이 재권위주위화로 돌아서고 있는데도 불구 한국정부는 변화된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남방정책이라는 용어부터가 어색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이전에도 남방정책이란 것은 딱히 없었다. 냉전 이후에도 동남아시아는 그저 남북외교의 대결의 장에서 서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쓰였을 뿐”이며 “지난 전두환 정권은 이를 만회한다고 81년부터 동남아순방을 했지만 북한에 대한 견제를 요청한 외교전략 때문에 빈손으로만 돌아온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미 아세안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들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기에 한국에 특별한 매력을 느낄수 없다. 그러므로 ‘신남방정책’이라고 한다면 기존 국가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아세안 국가들과 우호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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