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황창규 회장이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황창규 KT 회장 “5G(5세대 이동통신)에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KT의 앞선 혁신기술을 더해 산업과 생활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 가겠다”
KT새노조 “지금 황 회장이 있어야 할 자리는 주주총회장이 아니라 검찰청이어야 한다”

오는 5일 세계최초 ‘5G 상용화’ 일정을 앞둔 KT의 황창규 사장에 대한 공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책임부터 로비 사단 구축, 불법 정치후원금 지급 등의 의혹을 해명하라는 요구가 거세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37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고성과 야유가 난무했다. 이른 아침부터 KT전국민주동지회, KT노동인권센터 등 4개 단체 50여 명이 “황창규 회장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미리 파견된 경호업체 직원 100여명과 KT 청원경찰들의 철통 보완이 이뤄졌고 주주들 역시 입구부터 이어진 줄을 서고 주주 확인을 거쳐 입장할 수 있었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주총에서도 반대 시위자들의 농성은 이어졌다. 이날 의장을 맡은 황 회장이 단상에 올라가자 일부 주주들은 “물러가라” “범죄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총 현장에는 빠졌지만 KT새노조 역시 성명을 내고 “우리는 황 회장이 있는한 KT가 한 발도 전진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 “황 회장, 20억원 들여 정·관·군·경 ‘로비 사단’ 구축”

지난달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가 2014년 1월 황 회장 취임 후 14명의 정치권 인사, 군인,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고 민원해결 등 로비에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KT가 이들에게 공식 업무 없이 자문 명목으로 수천에서 수억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KT 경영고문 명단’을 확보해 공개했다. 명단에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이 포함됐다.

KT는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매월 ‘자문료’ 명목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들의 자문료 총액은 약 20억원에 이른다.

KT는 이 의원의 요구에도 경영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KT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조차 이들의 신원을 몰랐다”며 “공식 업무가 없거나 로비가 주업무였던 셈”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치권 줄대기를 위해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업무상 배임 등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로비의 대가로 정치권 인사를 ‘가장 취업’시켜 유·무형의 이익을 제공했다면 ‘제3차 뇌물교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회장이 위촉한 소위 경영고문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이 KT의 본래 사업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활동내용이나 실적에 대해 증빙조차 못하는 이들에게 수십억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KT 감사와 이사회가 제대로 감독을 해왔는지, 주주총회에 보고는 있었는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중앙지검은 황 회장의 ‘로비 사단’ 구축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 오주헌(오른쪽) KT새노동조합 위원장과 이대순 변호사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황창규 KT 회장 배임 고발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상품권깡’으로 불법 정치후원금 지급 의혹

황 회장은 전·현직 KT 임직원 7명과 함께 정치 후원금을 위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이미 수사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11억원을 조성해 19·20대 국회의원과 총선 출마자 등 99명에게 불법 정치후원금 4억3790만원을 보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6월 황 회장 등 핵심 피의자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후원금을 받은 쪽도 조사해야 한다”며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후 올해 1월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황 회장을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KT 자체 평가서 ‘최우수’ 등급 받은 황 회장...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상여금

황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난무한 가운데 KT가 ‘2018년 경영성과’를 ‘최우수’ 등급으로 평가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KT의 자체 평가로 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성과급 등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황 회장은 앞선 주총에서 “이사회 내 경영평가보상위원회가 지난해 경영목표 대비 실적을 평가한 결과 94.86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KT새노조는 논평을 내고 “황 회장과 KT 직원이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는 것이냐”라며 “당장 작년 실적만 해도 아현화재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는데 회장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 황 회장은 고액의 상여금을 지급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황 회장은 2018년 연봉으로 급여 5억7300만원, 상여 8억6800만원, 기타 근로소득 900만원 등 총 14억4900만원을 챙겼다.

KT는 상여금에 대해 “기가지니 국내 AI홈시장 1위 등 핵심사업 경쟁 우위 확보와 에너지/보안 등 미래사업의 비약적 성장 등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빅데이터 기반 솔루션 제시 등 혁신기술 1등 기업으로 위상 강화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그들만의 리그...검찰, KT 채용비리 수사 박차

현재 검찰의 ‘칼 끝’은 황 회장 외에도 KT에게도 향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의 KT 특혜채용을 수사하는 검찰은 관련된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부정채용에 관여한 핵심 관계자들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일 KT 인재경영실장을 지낸 김 전 전무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전 전무는 2012년 하반기 신입채용에서 절차를 어기고 지원자 5명을 부당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5명 중에는 김성태 의원의 딸도 포함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지사와 경기 성남 KT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확보한 채용 관련 문건에서는 김 의원의 딸 이름이 1차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확인한 KT 부정채용은 총 9건이다. 검찰은 김 전 전무가 주도한 부당 채용 5건 가운데 2건은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고 파악했다. 서 전 사장은 홈고객부문 채용에서도 4건의 특혜채용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무와 서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KT 채용 비리의 ‘정점’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석채 전 KT 회장을 조만간 소환하기로 했다. 특히 자녀의 부정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김성태 의원의 검찰 조사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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