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과 30일 부산공장 가동 중단...다음달 초 다시 협상 재개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두고 노사분규 중인 르노삼성자동차가 결국 부산공장 ‘셧다운(가동 중단)’에 돌입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프리미엄휴가’를 사용해 29일과 30일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5월 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까지 합하면 총 사흘간 생산을 멈추는 것이다.

프리미엄휴가는 법정 휴가와 관계없이 복리후생 개념으로 배정한 휴가다. 직원별로 연간 7~10일까지 사용 가능한 일종의 사내복지다. 이번 공장가동 중단은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 장기화 및 물량 감소 등으로 생산 손실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부분파업에 돌입한 이후 지금까지 약 6개월간 60차례에 걸쳐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기간 누적 손실금액은 약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파업 장기화로 인해 르노삼성차는 경영위기와 추후 생산량 확보 불투명, 지역 협력업체 위기 등 삼중고가 겹쳤다.

르노삼성차의 3월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내수와 수출이 같은기간 대비 각각 16.2%, 62.3% 줄면서 전체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오는 9월 만료되는 상황에 후속 생산 물량 확보도 난항에 빠졌다. 계속되는 파업에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자 닛산은 로그 생산량 중 2만4000대를 일본 규슈공장으로 넘겼다. 또 9월까지 예정된 로그 물량도 당초 10만대에서 6만대 수준으로 감축을 통보했다.

르노삼성차는 로그 생산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크로스오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M3 수출 물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지만 르노 본사가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최근에는 스페인공장으로 돌리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파업 장기화로 지역 협력업체들은 생산량 감소, 고용 어려움 등의 위기에 봉착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15~40%에 가까운 납품물량 감소로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 25일 교섭을 재개해 임금, 작업 강도 등의 협의에서 진전을 이끌어냈지만 작업 전환배치에서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노조는 지난 19일 파업 이후 추가 파업을 예고하지 않고 회사측과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노사분규가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회사측 역시 당초 오는 5월 3일까지 부산공장 셧다운을 검토했지만 기간을 줄여 사흘만 가동 중단을 결정하며 협상 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부산공장 가동 중단이 끝나는 오는 5월 2일부터 추후 협상 일정을 잡기 위한 실무협의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기화되는 르노삼성차의 노사분규를 조속히 해결해달라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지난 11일 부산공장을 방문해 “노조와 노동자 입장에서는 아쉽고 부족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간 논의된 안들을 잘 정리해서 조속한 합의를 도출하고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협력업체들이 생존의 기로에 내몰렸다”며 “부품산업 생태계 붕괴와 고용 대란을 막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경영진과 노조가 정상화를 이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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