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국회보이콧...장외투쟁 선언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2019년 4월 국회는 20대 국회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총선을 1년여 남짓 앞두고 여야는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두고 강대강으로 맞붙었다.


여야는 이 과정속에 서로에게 무수한 상처를 남기며 각 당의 의원들에 대해 고소고발에 들어갔고, 국회선진화법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동물국회가 7년 만에 다시 부활하며 수많은 이야깃 거리를 남겼다.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의장을 막아섰다.

사건의 발단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20대 국회의 주요 논의 안건중 하나였던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설립,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패스트트랙은 '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불리는 제도로 상임위 심의(180일), 법사위 회부(90일), 본회의 부의(60일)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며 최장 330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4당은 자유한국당이 계속 이들 법안 심사에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해, 어떻게든 20대 국회안에 결판을 짓겠다며 이 같이 합의했다.

자유한국당은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수를 올리는 선거법 개정안이 당에 불리하다는 이유를 들며 개정을 반대했고, 공수처 설립 역시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가 설치되면 현 정부의 성향과 다른 고위공직자들, 이전 정부의 인사들에 대한 정치수사가 되어 곧 야당 탄압이 될거라고 주장하며 공수처 설립을 반대해 왔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던 사법개혁위원회(사개특위)소속인 오신환 의원을 사보임하기로 결정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종 결재권자인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달려가 ‘오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하면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문 의장은 자유한국당의 이 같은 요구에 “검토한뒤 소신껏 결정 하겠다”고 국회의장실을 나가겠다고 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의 퇴장을 막으면서 소동은 시작됐다.

자유한국당이 길을 막아서자 문 의장과 자유한국당 의원들간의 몸싸움이 시작됐고 결국 문의장은 국회 경위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의장실을 빠져나왔으나 저혈당 쇼크 증세를 보여 여의도 성모병원에 긴급 입원을 하게 됐다.


▲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감금당한 채이배 의원이 창문 틈으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의안과 대치

결국 24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오신환 의원을 사임하고 채이배 의원을 보임하는 안건을 팩스로 보냈고 문 의장은 병실에서 이 안건을 결재하며 오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사임됐다.

자유한국당은 새롭게 사개특위위원에 임명된 채이배 의원실로 달려가 채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의원실을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일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채 의원은 창문틈 사이로 기자들에게 자신이 “의원실에 감금되었다”며 “경찰과 소방대원을 불러 어떻게든 나가겠다”고 밝혔고 결국 경찰이 출동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을 풀어주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저녁 바른미래당이 오신환 의원에 이어 권은희 의원까지 임재훈 의원으로 사보임 시키자 기필코 패스트트랙 안건을 막겠다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잠을 자며 농성을 이어갔다.

결국 25일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 안건을 통과시키겠다며 의안과에 접수할 뜻을 밝히자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은 국회 의안과를 봉쇄하는 사상초유의 일을 벌이며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시작됐다.


▲ 장제원 의원이 국회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국회7층 의안과에 몰려 한바탕 큰 소동이 일어났고 의안과를 점거한 자유한국당 보좌진들은 문을 틀어막으며 여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아섰다. 결국 이 소식을 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경호권을 발동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끌어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국회 경위들은 문을 강제로 열기위해 쇠지렛대와 망치를 들고와 문을 부수려 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방해로 문을 여는데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 의원들 다수가 타박상으로 실려갔고 일부 의원들은 그 자리에서 실신해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기까지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강제로 의안과를 막은 사상초유의 일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분노했고 홍영표 원내대표는 무관용 원칙을 세우며 의안과를 점거한 나경원 원내대표와 이주영 국회부의장, 정진석, 김학용, 윤상현, 이은재 의원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를 포함 해 총 29명을 검찰에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역시 폭력 행위를 벌였다며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17명을 검찰에 맞고소하며 맞불 작전을 놓았다.


29일 여야4당은 사개특위, 정개특위를 열어 안건으로 올라온 패스트트랙 3법의 안건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했고 자유한국당은 회의장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지만 결국 패스트트랙 안건을 막지는 못했다.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삭발식을 벌였다.


패스트트랙 통과, 그후...


국회에서의 소동이 일단락 되자 정부여당은 자유한국당에 국회 복귀를 촉구했고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에 나섰다.

29일 이해찬 대표는 “패스트트랙 안건을 진지하게 논의해가면서 합리적인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거법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법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해서 이뤄진 선거는 정당치 못한 선거”라며 이전과는 달리 겸허한 자세로 한국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선언하며 국회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서울역과 청와대 분수대, 광화문 광장등 국회 밖에서 집회를 열어 정부여당을 규탄하고 나섰고 일부 의원들은 2일 국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또한 해외 출장중인 문무일 검찰총장은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통과된 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공식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2일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 총장의 이 같은 반발에 “문 총장이 귀국하면 같이 만나든 따로 만나든 만나서 대화를 해보겠다”며 문 총장을 달래기에 나서며 패스트트랙 안건 통과 이후 여야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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