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


투데이코리아=김충식 기자, 권규홍 기자, 유한일 기자, 최한결 기자 |

■ “‘친환경’ 태양광이 오히려 환경 망친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미세먼지 방지숲’ 등 산림 조성을 위한 민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이라는 태양광 사업 추진을 위해 여의도 면적의 15배가 넘는 규모의 산림이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 의원이 산림청을 통해 전국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산지 태양광 사업으로 232만7495그루의 나무가 베어졌다. 훼손된 산지면적은 4407ha에 달한다. 이는 상암월드컵경기장 6040개와 맞먹는 면적이다.

연도별 태양광발전시설로 인한 산지훼손현황을 살펴보면 2016 529ha(31만4528그루)였던 것이 태양광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2017년 1435ha(67만4676그루) △2018년 2443ha(133만8291그루)로 대폭 증가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산림과 나무훼손 등을 억제하는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한 이후 태양광발전시설 신청건수 및 면적이 대폭 감소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시책으로 산림훼손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림을 담당하는 주무관청인 산림청이 제대로 된 비판이나 성명을 내지 못하고 눈치보기식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폐패널 처리까지 완벽해야 친환경 태양광 사업

태양광 사업이 친환경이라는 애초 취지에 부합하려면 수명이 다한 패널, 즉 폐패널 처리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폐패널 등 ‘태양광 폐기물’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7월 태풍 ‘쁘라삐룬’으로 경북 청도군 매전면에 소재한 태양광 설치 현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위한 벌목으로 약해진 지반에 폭우가 내리자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폐패널은 생활폐기물이나 사업장폐기물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아 두 달 이상 현장에 그대로 방치됐다. 폐패널은 납이나 비소 등 중금속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향후 기대수명을 다해 폐기해야 하는 태양광 패널의 양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 태양광 패널이 대거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이후다. 2002년 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고자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교적 높은 전기 생산단가와 일반 전기가격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것이 골자다. 2007년 270억 원이던 발전차액지원금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인 2008년 1266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보통 태양광 패널의 기대수명은 15~30년이다. 2023년이 되면 보급 초기인 2007년 무렵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속속 폐기 대상이 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1~2010년 설치된 패널 가운데 비중이 가장 컸던 35%가량은 기대수명이 15년에 불과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국내 폐패널 발생량을 2023년 1만2690t, 2030년에는 8만7124t으로 예상했다.

물론 폐패널의 중금속 문제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태양전지의 95.4%가 중금속 함유량이 적은 실리콘 결정 태양전지였다. 중금속 일종인 카드뮴이 포함된 카드뮴텔루라이드(CdTe)계 태양전지의 비중은 적을뿐더러, 국내 생산 및 유통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태양전지와 전선을 연결하는 데 쓰는 납이다. 파손된 폐패널을 방치할 경우 납 성분이 유출돼 흙이나 물로 용출될 개연성이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내 폐패널 시료 4종으로 실험한 결과에서도 납 함량이 kg당 88.7~201.8mg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폐패널을 부적정하게 처리할 경우 납 등 유해물질에 따른 환경 유해의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사업의 또 다른 문제점 폐패널 문제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폐패널을 친환경적으로 해결해야 태양광 사업이 진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태양광 사업 친여권 성향 인사가 독점

특정 단체가 미니태양광 등 서울시 태양광 사업을 독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친여권 성향’의 협동조합들이 태양광 사업 보조금 중 상당 부분을 받아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녹색드림협동조합,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해드림협동조합 등 협동조합 3곳이 태양광 사업 관련 전체 보조금 248억6100만 원 중 50%인 124억4300만 원을 받았다. 윤 의원은 “해당 조합의 이사장들이 옛 열린우리당이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 인사”라고 주장한 바 있다.

■ 일본 사례...태양광 업체 작년 도산 96건 사상최다
5년 연속 증가세...수매가격 폭락 등 사업환경 악화 영향

일본은 태양광 발전산업으로 발생한 재생에너지의 고정가격 매입제도(FIT)를 2012년부터 확대해 실시해 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관련 업체의 도산이 작년에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 신문에 따르면 일본 신용정보회사 데이코쿠 데이터뱅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년 연간 도산 건수는 96건으로 5년 연속 증가했다.

태양광 발전을 둘러싸고 2012년에 시작된 재생 에너지의 고정가격 매입제도(FIT)가 시장에 급속도로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수매가격의 대폭 인하로 사업환경이 악화된 결과다.

2018년 태양광 업체 도산 건수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96건이었다. 2016년 이후 도산 건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2017년에는 82건을 웃돌았다. 지난해 도산한 기업 규모는 종업원 수 '10명 미만'이 69%, '10명 이상 50명 미만'이 26%를 차지하는 등 중소기업이 많았다.

업력은 '5년 이상 10년 미만'이 26%로 가장 높았다. 2012년 매입제도 도입 이후 시장에 진출했지만 사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시장에서 철수하는 중소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 여파로, 일본 정부는 전력회사가 일정가격으로 재생 에너지를 사들이는 고정가격 매입제도를 2012년에 시작했다. '일본 에너지백서 2018'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의 일본국내 도입 물량은 2011년 531만kw에서 2016년에는 4229만kw로 늘어났다.

반면 수매가격은 떨어지는 등 사업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태양광으로 발전한 전기 매입가격(사업용)은 2018년도에 1kw 시간당 18엔으로 2012년도(40엔)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는 14엔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중소 사업자에게는 '체력적으로 어려운'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올해 도산 건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2006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일어난 402곳의 태양광 업체 도산(법정관리 대상, 부채 1000만엔 이상)에 대해 부도건수 추이, 종업원 수, 업력 등을 분석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 중국산, 저가 물량의 공세로 한국 중소 기업들 시름만 깊어져

국내 태양광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사업에 적신호가 켜진 탓이다.

최근 정부가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발전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를 적극 육성하겠다며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기업들은 존폐위기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이 범람하며 우리나라 태양광 기업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태양광 패널이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대거 몰려오면서 국내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진은 중국의 공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만들고 있는 장면]

◆ 저가 중국산에 밀려 실적 뒷걸음질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올 1분기 연결기준 40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동기 영업이익 1063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418억원으로 25.1% 감소했고 순손실 규모는 413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폴리실리콘과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벤젠 가격이 약세로 지속됐으며 계획보다 길어진 폴리실리콘 정기보수로 인해 영업 적자가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OCI는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인 15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또 다른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한화케미칼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시장에서는 한화케미칼의 올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49%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생산업체인 웅진에너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에만 1000억원 가량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누적결손금이 3642억원에 달한다. 웅진에너지는 현재 잉곳을 생산하는 대전 공장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구미공장의 가동률을 20%까지 낮췄고 생산인력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설상가상으로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웅진에너지는 지난달 10일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업계에서는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거래소는 이달 10일쯤 웅진에너지 관련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상폐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제조업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진다. 따라서 웅진에너지의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태양광산업 전체 밸류체인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한다.

이처럼 국내 주요 태양광기업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은 제품의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크다. 이를테면 폴리실리콘의 경우 지난달 기준 1kg당 가격이 8.42달러대로 지난해 1월 1kg당 17달러에 비해 반토막났다.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준인 1kg당 13~14달러에도 한참 못미쳐 폴리실리콘을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가 된 것이다. (계속)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