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에서 고객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투데이코리아=김태문 기자 | 국내 주류업계는 수입맥주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들이 요청한 세재개편안은 현재 맥주에 적용되고 있는 종가세(제조 원가나 수입가 등의 가격에 따라 측정되는 세금)를 종량세(용량이나 부피, 도수에 따라 측정되는 세금)로 바꿔 주류 과세를 측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이트 진로의 ‘테슬라’(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판매의 성공이 보여주듯 국내 맥주업계의 경쟁력 약화는 세금문제가 아닌, 제품경쟁력의 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0년 만에 개편되는 주류 과세

지난 6월 5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를 열어 내년부터 맥주와 탁주에 붙는 세금을 기존의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주류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일단 맥주와 막걸리부터 종량세로 전환하고, 소주와 과실주 등 다른 주종은 현행 종가세를 유지하되 향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전환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주류 과세체계 개편 방안’은 지난해 수입맥주가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0% 고지를 넘어선 것과 관련해 국내주류업체가 종가세를 종량세로 변경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가 제안한 내용으로 국세청이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종량세가 적용되면 500ml 맥주 1캔당 수입산은 89원이 비싸지는 반면, 국내산의 경우 365원이 내려간다. 세금인상 여파로 수입 맥주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의 수요가 줄어들고, 그 빈자리는 줄어든 세금 부담으로 10% 이상 판매가를 낮출 여력이 생긴다고 주류업계는 주장한다.

종량세가 되면 국내 맥주업계는 고가의 ‘고급맥주’에 대한 감세혜택도 얻게 된다. 현재 종가세 체계에선 다양한 첨가물을 함유한 고가 맥주를 출시하면 원가 부담이 늘어나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종량세의 경우 고급 맥주에 대한 세금도 시중의 일반 맥주와 같게 측정된다. 국내 고급 신제품에 대해 감세효과다.

“자살골 넣고 심판 탓”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류업계의 세재개편 주장과 정부의 확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입산에는 세금을 더 매겨 국민 부담을 늘리고, 본인들이 생산하는 국산 맥주에는 세금을 내려달라는 아전인수식 요구”라는 주장이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수입맥주가 잘 팔리자 국내 회사들은 ‘세금제도 탓’이라며 국세청을 설득했고, 결국 국세청은 주세 감세 건의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게 됐다”며 “이는 자살골 넣고 심판 탓을 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맥주 감세가 국산 맥주의 가격인하로 이어질 수 없다”면서 “과거에도 맥주에 붙는 세금을 줄여주면 회사들은 일시적으로 출고가격을 내렸다가 곧바로 세율인하 전 가격으로 올려버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과도한 세금으로 가격이 문제’라고 주장하던 맥주회사들은 오히려 금년 출고가격을 올렸다”면서 “이 여파로 현재 도매와 소매를 거쳐 지금 식당에서는 적어도 맥주 1명당 500원씩은 올려받는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OB카스맥주는 4월에 4.9%(56원), 롯데주류 클라우드는 6월에 10.5%(133원)을 올린 바 있다.

국산맥주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세금문제가 아닌 소비자의 기호를 판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올해들어 맥주 세금체계는 변화가 없는데 국산맥주 점유율은 올라 상위브랜드에 국산맥주가 오르는 지각변동이 있었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민 선호가 바뀌었기 때문인데, 이는 국세청 생각과 달리 맥주는 가격보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좌우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세청이 세금제도만 바꿔놓으면 맥주회사들이 신규투자도 하고 신제품을 내놓을거라 생각하느냐. 1위 기업은 지금까지 신규투자는커녕 수입맥주를 들여오는 데만 열중하고 주세 개편 덕을 보고 회사를 팔고 나갈 생각부터 하고 있다”면서 “국세청은 종합감사 전까지 국산맥주의 시장점유율 하락 원인이 세금제도 때문인지, 소비자 기회를 외면한 탓인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기업들이 신규 투자 및 신제품 출시 의향과 가격 인하 의지에 대해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주류업계가 소비자의 기호를 판단하지 못한 또 다른 예로 ‘테라’와 ‘진로이즈백’의 성공 사례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39일이라는 최단기간에 100만상자’를 판매한 점을 들며 “올해 4월에 출시한 테라는 동일한 세금제도 아래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국산맥주의 고전은 소비자들이 국산맥주가 비싸다 외면해서가 아니라, 소비자 기호가 달라졌는데 기업들이 이에 맞춰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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