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권영수 LG전자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성진 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 | LG그룹이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인사에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부회장단을 전원 유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용퇴설이 나돌았던 조 부회장은 세대교체 필요성을 이유로 사의를 밝혔으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나머지 부회장단도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약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미 지난 9월 한상범 부회장이 용퇴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 대표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권영수 (주)LG 부회장과 자리를 맞바꿨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3M에서 영입했다.


LG그룹이 ‘세대교체’ 대신 ‘위기 속 안정’을 선택한 것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글로벌 경기 침체, 경쟁사와의 경쟁 심화, 미래 사업 준비 등 극에 달한 대내외 불확실성 우려 탓에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검증된 인물을 계속 기용할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특히 배터리 기술 침해를 둘러싸고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을 하는 중이고 TV 기술 주도권을 둘러싸고 삼성과도 전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계적 세대 교체 대신 노련한 장수를 전선에 세우는 길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LG 부회장이 전원 유임으로 가면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에 대한 개방형 혁신을 가속할 것으로 보이낟.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각 계열사에 오픈이노베이션 조직 강화를 주문하면서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오픈이노베이션 전담팀을 꾸린 상태다.


여기에 LG전자는 이미 수년전부터 오픈이노베이션 담당 체제를 가동 중이다. 담당은 팀보다 큰 조직이다. 이미 각 계열사 전담팀 컨트롤타워는 올 상반기에 오픈이노베이션실이 신설된 LG사이언스파크가 맡았고 전체 그림은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의 각 오픈이노베이션팀은 외부와의 기술 협력 및 트렌드 공유를 맡고 LG 오픈이노베이션실은 스타트업 테크페어와 같은 그룹 행사를 기획하고 계열사끼리 공동 투자가 필요할 때 조율 역할도 맡는다. 또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 운영에도 관여한다.


과거 LG그룹은 기업 내부 연구개발을 중시했으나 최근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등 기술 혁신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모든 개발을 내부나 협력사에서 담당하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오픈이노베이션 조직 강화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수직 계열화된 사업 구조에서는 혁신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한 LG그룹이 다양한 기술을 합종연횡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개방형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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