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예약제 문제없다. 다른 약국 가면 될 일”

▲ 지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됨에 따라 서울시내 한 약국에서 공적마스크 선착순 판매가 지난 6일부로 중단됨을 알리고 있다. (사진=편은지기자)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 강남구에 거주하는 1993년생 A씨는 마스크 5부제 시행에 맞춰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집 근처 약국에 들렀다. 오전 8시 30분에 약국 문을 연다는 사실을 듣고 줄이 길어질까 8시부터 줄을 선 A씨. 약국 문이 열리자마자 A씨는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빈 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해당 약국 약사는 “어제까지 예약이 다 차서 오늘 오신 분들은 마스크 구매가 안 된다”고 했다.
◇ 정해진 요일에는 살 수 있다더니... 시민들 '분통'

정부가 마스크 수급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다. 이 가운데 구매 가능한 요일 며칠 전부터 예약을 받고 마스크를 판매하는 일부 약국들과 예약 순번표를 받은 사람이 예약표를 판매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5부제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마스크 예약판매와 관련한 글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한 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는 “약국 갔더니 이번주 수요일은 예약이 다 찼고, 다음 주 수요일 예약하려면 지금 하라고 하더라”라며 “마스크 사는 요일까지 다 정해줘 놓고 막상 가면 예약이 다 차서 못산다는데 5부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지적했다.

▲ (사진=온라인 카페 캡쳐. )

온라인 카페의 한 글쓴이는 “몇 군데 돌아봐도 없어서 못산 적은 있는데, 앞에 사람이 당당히 마스크 받는 걸 보고 마스크 있냐 여쭤보니 예약한 사람이라고 한다”며 “이 현실에 마스크 예약제라니, 이리저리 마스크는 풀었다더니 제 몫은 없는건가 싶다”며 한탄했다.

이처럼 5부제에 따라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요일에 약국을 방문했지만 정작 예약이 차있어 빈손으로 돌아간 시민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마스크를 며칠 전부터 예약할 수 있으면 마스크 5부제의 실효성이 있느냐’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마스크 예약은 물론, 예약 순번표를 받고 이 번호표를 판매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약국 의사는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방지하려고 예약제를 실행했다가, 예약 순번표를 받아놓고 그 표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부터 폐지했다”고 밝혔다.

또 마스크 재고를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app)에서는 앱 상에서 확인되는 재고와 실제 재고량에 차이가 있어 시민들의 구매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11일부터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민간기업에 제공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실제로는 마스크가 다 팔렸지만 1시간이 지나도록 마스크 재고상태가 앱 상에 ‘충분’ 상태로 남아있어 헛걸음을 하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 정부 "예약제, 뭐가 문제냐... 다른 약국 가라"

그러나 정부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스크 예약은 약국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한 일이고, 예약제는 아무 문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5부제에 맞춰 당일에 사러 간 사람이 예약이 다 차 있어 못산다고 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예약이 다 차서 마스크를 못 사면 다른 약국을 가면 될 일"이라며 "예약순번표 판매는 개인간의 거래이므로 문제될 것 없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앱과 실제 재고 수량이 다른 사례들에 대해서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 앞으로는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마스크도 몇 군데 돌아다니면 살 수 있을 것이고, 앱도 언젠간 괜찮아질 것이니 기다리라는 셈이다.

다만 마스크 예약제를 정부에서 문제 삼지 않았을 때 마스크 5부제의 실효성과 더불어 갖가지 문제가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대다수의 약국에서 예약을 받을 것이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러 약국에 예약하는 사람이 생겨나면서 노쇼(No show·약속을 해놓고 나오지 않는 것)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또 식약처 관계자의 입장에 따라 예약 순번표를 판매하는 행위를 허용했을 때는 문제가 더 커진다. 마스크 순번표를 비싸게 팔아 이익을 챙기는 사람은 물론 순번표를 여러 개 사들여 더 비싼 가격에 되파는 사람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마스크 가격 인하, 매점매석 방지 등을 외쳤던 정부는 오히려 이를 부추긴 꼴이 된다.

주부 C씨는 “마스크를 예약받으면 결국 줄 서서 사는 거랑 뭐가 다르냐. 평일 중에 살 수 있는 날 하루인데, 예약이 다차서 못 산다고 하면 결국 주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주말에는 예약이 안 차있을 거라는 보장이 있나. 어차피 살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으니 대기 줄은 짧아질 것이고, 그럴 거라면 차라리 아침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게 공평하다”며 토로했다.

한편, 현재 전국 약국에는 매일 250장의 마스크가 공급된다. 공급 시간은 약국마다 상이하며, 5부제에 따라 정해진 요일에 1주일에 2매 살 수 있다. 중복 구매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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