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사진=뉴시스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폐렴) 사태로 금융시장이 더 악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일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채권시장 안정펀드 가동 및 전액공급방식 RP매입 제도 시행에 따른 CP 및 회사채 동향 등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전일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되고 오늘 한국은행 전액공급방식 RP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시작됐다”며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장의 자체수요와 채안펀드 매입 등으로 차환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 4~12월 중 일반기업 발행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20조6000억 원, CP 만개도래 규모는 15조4000억 원 등 총 36조 원이다. 올 2분기 중에는 회사채가 8조9000억 원, CP가 11조4000억 원 만기도래 예정이다.

한은은 “우량등급 회사채(AA등급 이상)·CP(A1등급)의 금년 중 만기도래분은 25조1000억 원인데, 우량물에 대한 시장의 자체 수요 및 채안펀드 조성규모(20조 원) 등을 감안할 때 차환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이 총재는 “그러나 앞으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전개와 국제금융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회사채 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 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은 기본적으로 은행 또는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시장안정을 지원하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법 제80조에 의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법에서 정한 한은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법 제80조(영리기업 여신) 적용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시 종금사 업무정지 및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한국증권금융(2조 원) 및 신용관리기금(1조 원)에 대한 대출이 유일하다.

주요국 중앙은행법도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 사례도 극히 제한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례적이고 긴급하게 금융시스템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목적으로 납세자의 손실을 보호’하는 가운데 실시하도록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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