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연합뉴스) 잔인한 11m의 승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압박감이 찾아와야 할 그 순간에도 '마에스트로'의 심장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6일(이하 한국시간) 2006 독일월드컵축구 준결승 프랑스-포르투갈전이 열린 뮌헨 월드컵경기장.

전반 33분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주장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은 골 라인과 11m 떨어진 페널티킥 지점에 차분히 볼을 갖다 놓았다.

뒤로 두 세 발짝 물러서는 순간 골문을 지키고 있던 포르투갈 골키퍼 히카르두(스포르팅)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잉글랜드와 8강 승부차기에서 월드컵 사상 처음 상대 킥을 세 차례나 막아내 신기록을 세운 히카르두.

이번에도 그가 막아낸다면 '2006년의 야신'이 될 만한 상황이었다.

지단이 속도를 냈다. 가볍게 볼 앞에 다가온 그의 슛은 히카르두의 오른쪽으로 휘어졌다.

히카르두도 대단한 수문장이었다. 지단의 킥 방향을 읽었고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마에스트로의 슛은 더 이상 선방을 허락하지 않았다.

구석으로 날카롭게 커브를 그린 슛은 마치 자석에 달라붙기라도 할 것처럼 네트에 꽂혔다. 히카르두는 방향을 예측했건만 볼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듯 고함을 질렀다.

그걸로 끝이었다.

전.후반 90분 내내 이어진 포르투갈의 파상 공세는 거장의 결정적인 한 방을 넘지 못했다.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은 티에리 앙리(아스날)였다. 앙리는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안쪽으로 진입한 뒤 갑자기 횡으로 방향을 틀면서 히카르두 카르발류(첼시)의 반칙을 유도해냈다.

하지만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은 앙리보다는 지단을 키커로 택했다.

물론 지단이 팀내에서 프리킥 전담 키커를 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보다 부담감이 심한 준결승 페널티킥 상황이라면 사령탑의 선택은 베스트 11 가운데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캡틴' 지단이었다.

지단은 이날 경기까지 107번째 A매치에 출전했다.

그의 플레이는 삼바 군단을 무너뜨릴 때처럼 화려하진 않았다. 전매특허인 '마르세유 턴'이나 수비수 두 세 명 사이를 넘나드는 신기의 개인기를 보여주진 못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포르투갈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흐름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공격을 지휘하는 노장의 지혜를 발휘해 '레 블뢰 군단'을 무난하게 이끌었다.

지단은 오는 10일 오전 3시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리는 이탈리아와 결승에는 마치 '백팔번뇌'를 완성하듯이 108번째 A매치에 나서게 된다.

그것으로 1994년 8월17일 체코전에서 데뷔한 뒤 12년 간 이어온 '레 블뢰와의 추억'을 끝마치게 된다.

또 1988년 프랑스 칸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후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며 사상 최고 몸값(7천300만유로)까지 기록했던 오랜 현역 선수 생활에도 종지부를 찍는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헤딩슛 두 골을 작렬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지단은 자신의 마지막 경기가 될 독일월드컵 결승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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