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심위 ‘눈 가리고 아옹’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Daum) 내 광고불매운동 관련글 58건에 대해 불법정보라는 이유로 해당 정보의 삭제의 시정요구를 하는 결정을 내렸다.

촛불집회의 여파로 보수성향 신문들의 광고를 중단하도록 광고주를 압박하는 네티즌들의 활동에 대한 제동은 건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방통심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위헌이자 월권이라 주장하며, 그 무대를 다음에서 구글 등으로 옮겼다. 구글이 외국계 기업인데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는 회사정책에 따라 정부의 행정조치가 다음만큼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평정됐는데, 다음은 폭탄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의 사장과는 이야기가 잘되는데, 밑의 사람들이 안 따르는 것 같다” 현재 이발언의 진위여부는 이미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인터넷은 가장 참여적이자 자발적인 매체다.

'여론의 공론장'으로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인터넷 게시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의 시도는 개방성을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 여론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마저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정치적 결정이다.

하지만 방통심위의 이번 결정은 광고불매운동으로 인한 업무방해 합법적 논란을 떠나 의사표현의 자유에 의해 이뤄지는 결과에 대해 그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방송심위는 그 본연의 활동의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현안에 있어 힘있는 집단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역사를 뒤돌아 봐도 여론을 통제하려던 시도는 더 큰 반발을 초래했다. 더욱이 인터넷이 사회·문화·경제 전반을 걸쳐 지배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재, 인터넷을 통해 형성된 여론을 손에 쥐고 휘두르려는 정부의 발상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형국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보수신문들에 의한 여론 잠재우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가 특정언론에 광고하는 기업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광고불매운동을 막아달라며 대형 인터넷 포털사들에게 협조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한 반(反)보수로 대표되는 한 언론은 이를 두고 보수신문들의 '강한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심지어 한 보수 일간지는 네티즌들의 의사표현을 '자행'이며 '테러'라고 규정하며, 광고불매운동 분위기가 한창인 모 사이트에 '협박'에 가까운 공문을 보내면서 그들의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

정부가 늘 '교과서'처럼 떠받드는 미국에서는 어떨까? 일련의 미국내 불매운동을 살펴보면, 언론이 편파적이거나, 특정 집단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할 때 미국 시민들은 서슴없이 해당언론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그 언론에 광고를 싣는 광고주에 까지 불매운동을 확대해 나간다.

일례로 미국 폭스방송 불매운동은 현재 우리의 광고불매운동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폭스방송 불매운동을 벌이는 이들은 폭스방송국에 광고를 하고 있는 기업에게 보낼 항의편지양식과 보낼 주소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으며, 심지어 경쟁사의 물건을 구입할 것을 권유하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이런 행위가 불법이라는 보도나 유권해석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미국인들에게는 당연한 소비자권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MBC PD수첩 사태로 네티즌들의 PD수첩 광고끊기운동이 진행됐을 때 검찰이 모습은 지금과 사뭇 비교된다. 그 문제의 본질과 행태는 유사하지만 검찰 역시 이번 광고불매운동을 '소비자 주권'의 논리가 아닌 '기업의 피해'에 맞추고 있다. 그들 스스로가 보수신문들을 언론이 아닌 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에 신문법 위헌심판청구를 제기하며 '사기업'임을 강조했던 보수언론의 대표적인 한 신문사는 현재까지 주요 경영정보를 신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공익적 기업'을 자처하며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로 자유의 수호' 논리를 앞세워, 자신들을 향한 총부리를 '언론탄압'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신문도 정보를 파는 엄연한 상품이다. 그래서 그 상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소비자 주권이며, 잘못된 상품에 대해 항의하고 수정을 요청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다.

투데이코리아 이상훈 기자 xlegend@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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