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상생(相生)은 무슨 놈의 상생입니까?"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나 노사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모 대학 교수가 내게 던진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로 나눠 먹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단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논리였다. 정보화, 디지털화, 글로벌화로 국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요즘 세태를 직시할 때 수긍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기업간 경쟁의 문제가 아닌 기업내 노사문제를 극단적인 자본주의 논리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사용자의 노동착취와 대립적 노사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생적 노사관계론이 정립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현행 노동관계법이 존재하는게 우리의 법질서이다. 특히 노사는 육체의'골(骨)과 육(肉)'처럼 뗄래야 뗄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요즘 노사관계의 최대 화두는 복수노조 허용과 산별노조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무노조 또는 어용노조 보유 대기업은 노동관계법상 내년 초부터 시행될 기업단위의 복수노조 허용에 대비해 전략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특정 대기업을 전략적 공략 대상으로 삼아 산별노조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병원노조는 기업단위를 넘어 산업별로 움직이며 총파업 등을 통해 사용자측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그 동안 수 만명의 근로자가 있는 회사라도 단 2명의 근로자가 노조를 설립한 경우에는 다른 근로자는 그 노조에 가입하든지, 아니면 비노조원으로 남든지 둘 중의 하나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유명무실한 어용노조가 가능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달라진다. 상급단체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복수로 존재하 듯이 개별 사업장에도 수개 또는 수십, 수백개의 노조 설립이 이론적으로 가능해 진다.
이는 자칫 노사 갈등을 부추킬 뿐 아니라 노 노(勞 勞) 대립도 초래할 수 있다. 고유가와 중국의 추격, 권력말 레임덕 현상 등 각 종 경제 여건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복수노조 변수는 산업계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로 무장해 상생의 개념을 원천적으로 부인한다면 급변하는 노사환경에서 노사간 공멸이 우려된다.

노사관계 여건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노사 모두 절감해야 할 때다. 사용자는 노조를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며, 증오의 대상으로 간주해선 곤란하다. 근로자들도 '경쟁 심화'라는 피할 수 없는 기업 현실을 경영자의 입장에서 쳐다봐야 한다.

노사간 '골육상쟁'과 '노노갈등'은 '상생'의 미덕으로만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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