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가 고속버스나 국내선 항공기에는 없는 열차승차권 관련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최근 3년간 104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징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경수 의원(열린우리당, 건설교통위원회)이 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철도공사는 최근 3년 동안 열차승차권의 예약 및 결제와 관련하여 1만 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되었음에도 104억 원이 넘는 돈을 수수료로 거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속버스나 국내선 항공기의 경우, 결제 후 예약사항 변경에 따른 수수료가 전혀 부과되지 않고 있으나, 유독 철도만 약관상 최저수수료인 400원을 부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철도에는 국내선 항공기나 고속버스에는 전혀 없는 예약, 예매 이틀 전의 철회, 반환에 따른 수수료(승차권 1매당 400원)까지 있어 수많은 철도 이용객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국내선 항공기와 고속버스 환불 수수료가 각각 운임의 10%와 20%인 점에 비추어 볼 때, 30%나 되는 철도의 환불 수수료는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 철도이용에 관한 여객운송약관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영정상화 결국 '서민의 몫'

서울에 사는 4인 가족이 부산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KTX 일반석을 예매해 가고자 했으나 사정이 생겨 출발일 하루 전에 취소, 반환할 경우, 구매액 179,200원 중 운임의 10%를 공제당해 1인당 4,480원 총 17,928원을 수수료로 고스란히 내야 한다.

만약 출발시각 이후라면 운임의 최대 30%인 5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내게 된다.
철도이용객의 입장에서 예매, 결제까지 했다면 일반 예약자보다 탑승의사 및 탑승의 확실성이 더 있는데도 결제한 고객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탑승시간 이후 국내선 항공기는 반환시 운임의 10%, 고속버스는 운임의 20%를 부과하고 있는 데 반해, 철도는 출발시각 10분이 지나면 30%까지 부과하고 있어 철도이용객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고속철도가 개통된 후 철도공사가 챙긴 104억원 중 KTX가 61억 2,850만원, 새마을 열차가 17억 2,670만원, 무궁화 열차가 26억 2,500만원으로 고속철도가 전체 수수료 수익의 절반을 차지했다.

현재 항공기나 고속버스는 물론 일반적인 거래에서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예약 취소를 하면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서민의 발'을 자청하는 철도공사의 규정에 대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귀경길을 포함해 KTX를 자주 이용하는 이상목(33, 대구)씨는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급한 약속이 있어 예약 변경을 한 뒤 지출하는 수수료는 아까운 생각이 든다”며 “다른 운송수단도 인터넷을 통해 예약이 가능한데 유독 철도만 수수료를 부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하루 30만 명이 이용하는 철도는 수수료 문제도 있지만 여승무원 정규직 전환 문제, 경영 부실에 따른 서비스 논란, 계열사 부실 등 각종 문제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데 결국 이러한 모든 부담은 철도 이용객의 이중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0년 뒤 경영부실 적자 '20조원'

올 초 철도공사는 “4조 5,000억원의 부채탕감을 위한 원리금 상환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정부가 갚아주지 않으면 파업이 벌어질 수 있다”는 발언을 했고, 실제로 노조는 곧 이어 불법파업을 시작했다.

당시 집단이기주의라는 국민의 비난에 부딪혔으나 정부는 이 과정에서도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여론의 힘을 업고 강경 대처하는 데만 주력하면서 사태를 흐지부지한 상태로 방치했다.

그리고 KTX 여승무원 문제, 자회사 부실, 보유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수수료 관련 부당 징수 부분은 철도공사의 총체적 '경영부실'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장경수 의원은 “하루 평균 30만 명의 사람들이 철도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비행기나 고속버스와는 달리 각종 수수료를 철도이용객에게 부담케 하는 현재의 여객운송약간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며 “더 이상 철도 경영정상화라는 명목으로 공사 출범 후 발생하는 각종 손실을 승객에게 부담케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타 운송수단과의 형평성과 승객부담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철도공사가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철도공사의 의식전환과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철도공사 관계자는 “철도 자체가 다른 운송수단과 달리 출발점과 종착점 사이 중간 기착점이 있기 때문에 요금 적용 시스템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며 “시민들의 예약문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전에 현재의 조치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수료 부분에 대한 문제점은 제도유지와 개선을 전체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이미 3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를 정치적으로 자꾸 거론하는 점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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