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은 온통 정계개편론으로 시끄럽다.

특히 한나라당 보다는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고 지지율이 바닥인 열린우리당에서 정계개편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장외 주자인 고건 전 총리가 기다렸다는 듯 열린우리당에 화답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 27일 전주 전북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치권 내 정계개편 움직임과 관련, “열린우리당 내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중도통합 신당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고 전 총리는 “우리가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파를 초월해 중도개혁세력이 연대 협력 해야한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인지는 앞으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구체적으로 상의해 나갈 것이다. 이제부터 연대통합을 위해 여야 정치인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협의를 하겠다.”고 했다.

연대통합에 있어서는 자신이 중심에 서겠다는 표현을 우회적을 돌려서 한 것이다.

최근 김한길 대표를 만나 했던 이야기도 공개했다.

“김 대표와는 여러 가지 인연이 있다. 분당되기 전 민주당에 공천돼 서울 민선시장 후보였을 때 (김 대표가) 홍보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만남은)정치적인 만남은 아니었다. 하지만 관심사인 정치 이야기도 나눴다. 김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는 중도개혁세력의 대연합하고 작년 연말부터 주장한 중도실용개혁세력의 연대통합과도 적지 않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부 언론이 김 대표의 제의에 동의했다고 했는데 동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양쪽 주장에 대해 적지 않은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표현이 바른 표현”이라고 문구 수정까지 해 주었다.

자신이 주장하는 중도실용개혁세력에 실체도 명확히 했다.

“중도실용개혁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극좌, 극우, 양극단을 제외한 개혁적 보수세력에서 합리적 진보세력에 이르기까지다. 즉 이념의 극단적인 대립을 뛰어 넘어 어떤 것이 국민,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 창조적 실용주의 입장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민생 경제 회복 등 국가적 아젠다를 추진하는 전략에 있어 뜻을 같이하는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개혁적인 세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 기존 정당엔 안간다

대권에 대한 부분도 명확히 했다.

“대권은 큰 권한보다는 큰 책임을 수행하는 자리라 본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보다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적절한 때가 되면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 중도개혁세력의 연대통합에 노력하는 것은 꼭 대권행보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지금 나라가 대단히 어렵다. 경제가 어려운 것이 제일 큰 문제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도 대단히 어렵다. 이러한 때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는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렇게 고장난 정치 시스템을 생산적인 정치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헌 논의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엇박자로 다르기 때문에 국력 낭비와 정국의 불안정이 생기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조정하는 개헌을 하는 게 옳다고 오래 전부터 의견을 개진해 왔다. 4년과 5년의 최소공배수가 20년인데 2008년이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같은 해에 시작하기 때문에 이러한 적기에 임기를 조정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내각개헌이라든지 하는 권력 문제는 이러한 개헌 논의를 확산시키면 정략적으로 왜곡될 우려가 있어 (지금으로서는) 원 포인트 개헌만을 말씀드리고 중임제나 정부통령제 등은 공론의 결과에 따르겠다”.

그러나 최근 열린우리당에서 주장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경선제)에 대해서는“특정정당에 입당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열린우리당에는 관심이 없고 향후 헤쳐모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통합신당에만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희망연대 출범이후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서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중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DJ의 진언.

정치적 후견인을 자처하는 DJ가 고 전 총리를 비공개적으로 만난자리에서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고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며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좋겠다”고 훈수를 했다.

DJ가 이처럼 훈수를 둔 이유는 '희망연대'가 국민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고 고 전 총리의 주변 사조직도의 주변정리도 아직 안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여권기류“고건 카드론 어렵다"

실제로 고 전 총리 주변에는 싱크탱크인 '미래와 경제'를 비롯, '희망연대', 우호적 의원 그룹, 전직 관료출신, 실무자 그룹 등 5-6개의 측근그룹이 산재해 있어 의사결정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통일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빠른 시일내에 실무자 그룹 등을 중심으로 단선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DJ가 간파를 한 것이다.

DJ의 조언을 받아들여 시간을 낚고 있던 고 전 총리가 본격적으로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여권 내 역학구도에 더 이상 침묵을 할 수 없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투데이 코리아 5호 참조) 최근 친노 직계를 포함해 여당 내에서는 “고건 카드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고 전 총리를 범여권 후보로 내세울 경우 내년 대선이 다시 한번 영·호남 대립구도로 갈 수밖에 없고, 충청권 지지기반이 상당히 이완된 상황에서 승산이 없다는 논리다.

특히 지역주의 구도로의 회귀를 극구 반대하는 노 대통령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우리당, 민주당 인사들은 이런 기류를 감안해 고 전 총리에게 자칫 정계개편 논의에서 방전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적극적 행보를 건의했다.

고 전 총리 역시 더 이상 침묵은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것이다.

열린우리당내에서도 고 전 총리에게 힘을 싫어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대철 고문은 최근 대통합 신당론을 펼쳤다.

“11월 중순쯤 국정감사가 끝나면 논의를 본격화해서 내년 1, 2월쯤 통합 신당을 만들면 노 대통령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친노 그룹이 판을 흔들기 전 통합 신당의 대세를 만들어가겠다. 새판짜기가 이런 일정으로 진행된다면 내년 2월 예정된 우리당 전당대회는 없다”는 것. '절대 탈당 불가'를 언급한 노 대통령이 당내 영향력을 행사할 공간 자체를 없애겠다는 의도이다. 여기에 김한길 대표와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 '킹 메이커'로서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마저 깔려 있는 사전포석의 발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정계개편론이 녹녹하지 않다.

◇노심(노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큰 문제.

노 대통령은 “지금 만약 통합 신당이 나온다면 결국 다시 2002년으로 돌아가 세를 합치자는 건데, 이는 절대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 하고있다. 또한 “결국 명분 다툼이 될 것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고건 회의론, 유시민 대망론, 김근태-정동영 대세론등이 고건 전 총리의 발목을 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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