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들 VIP건강검진 경쟁 가속화

-최저 140만원에서 최고급 1500만원을 호가
-비싼 비용 지불해도 기본적인 서비스의 질은 비슷

식품, 의류 등 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분야에서 고급화를 표방하고 고가의 좋은 서비스들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의료 분야의 건강검진도 고급화 경쟁에 뛰어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의 S병원이 VIP대상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또 다른 S병원과 A병원, K병원 등도 연달아 프리미엄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며 경쟁에 가속화를 달리고 있다.

S병원의 경우 기존의 정밀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CT, MRI, PET 등 정밀검사를 포함시키고 남녀별, 연령대별 프로그램과 검사항목별 프로그램으로 세분화된 정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건강검진은 수면위내시경을 기본으로 하고, 45세 이상 남성들의 검사에는 폐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폐 CT와 협심증을 알 수 있는 심장관상동맥 CT, 골밀도, 갑상선초음파, 동맥경직도, 백내장 검사 등이 포함됐다.

또 50세 이상 여성들의 검사는 유방초음파검사와 골밀도,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검사(HPV), 폐 CT, 갑상선 초음파, 동맥경직도, 백내장 검사를 기본검사 항목에 포함했다.

프리미엄 PET 정밀검사는 프리미엄 건강검진에 전신 PET 검사가 추가됐으며, 프리미엄 뇌·심장정밀검사는 프리미엄 건강검진에 심장초음파와 관상동맥 CT, 운동부하심전도검사, 뇌MRI 등이 검사항목을 추가했다.

2박 3일 800만원

남녀별, 연령대별 프로그램과 검사항목별 프로그램으로 세분화 한 8가지 코스를 개발한 S병원은 특히 전 대통령주치의 등을 전담 교수로 구성하고 매년 동일한 의사에게 30분에 걸쳐 상세하고 충분한 의학 정보를 진단받을 수 있다.

또 다른 S병원은 PET와 뇌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한 거의 대부분의 검사가 포함돼 있으며 병원 본관 VIP병동에 머물며 일정기간 동안 검사가 진행된다.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별도의 VIP진료실과 상담창구 마련, 전담간호사들도 배치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있다.

A병원은 프리미엄 건강검진 전용병실을 마련해 건강검진 이용 고객을 위해 전용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전용병실은 특실 4개와 1인실 4개로 구성돼 있고, 하루 최대 12명의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특실에는 조리시설을 포함해 쾌적하고 내 집 같은 분위기로 마련돼 있으며 운동처방사의 개인별 맞춤운동상담서비스도 제공된다. 전담 주의치가 상주하며 개인에 맞는 검사항목 설계를 돕고 건강검진 시에는 전담 간호사의 의전을 받으며 검사할 수 있다.

K병원도 고급화 경쟁에 한 몫하며 최고급건강검진프로그램을 마련했다. VIP전용병실을 마련하고 MRI, PET 등이 포함된 검사를 병실에 숙박하면서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병원의 프리미엄 건강검진은 고급화라는 이름에 적용하듯 최저 140여만원에서 최대 1500여만원을 호가하는 검사비용을 받고 있다.

S병원의 경우 프리미엄 정밀 건강검진을 이용할 때 45세 미만의 남성은 약 139만원, 45세 이상의 남성은 약 187만원, 50세 미만의 여성은 169만원, 50세 이상 여성은 209만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프리미엄 PET 정밀 건강검진의 경우 남성은 266만원, 여성은 306만원의 비용으로 운영되며 프리미엄 뇌·심장 정밀 건강검진의 경우 남성은 251만원, 여성은 340만원으로 운영된다.

또 다른 S병원은 40평대 병실에서 2박 3일 동안 검진을 받을 경우 남성은 800만원, 여성은 830만원의 비용이 든다. 부부가 동반해 검사를 받을 경우 합해서 1250만원의 비용이 든다. 20평대 병실을 이용할 경우 200만원 가량 저렴하다.

1박 2일 동안 검진을 받을 경우 40평대 병실을 기준으로 남성은 700만원, 여성은 730만원, 부부는 1150만원의 비용이 발생되며 20평대 병실은 남성 550만원, 여성 580만원, 부부는 1000만원이다.

A병원의 경우는 1박 2일에 남성 366만원, 여성 399만원이며 PET가 추가된 2박 3일 일정의 검사 프로그램은 남성 554만원, 여성 585만원의 비용이 부과된다.

K병원도 1박 2일의 경우 300만원대의 비용이 들며, 방사선동위원소 골주사(Bone Scan)가 추가된 2박 3일 프로그램의 경우 600만원대의 비용이 든다.

고가의 의료서비스 실시

이러한 고급 환경을 갖추고 소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고가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 민영화에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민영화는 의료보험을 민영화 시켜 질 높은 고급 의료 서비스를 받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미국의 국민들은 의료보험료가 너무 고가라 가입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하거니와 어렵게 가입해도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보험사가 보험료 제공을 거부하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며 의료보험을 통하지 않으면 터무니없는 치료비가 청구돼도 항의할 수 없다.

이런 근거들에 준해 대선 당시 이명박 정부가 의료보험 민영화 정책을 내세워 반발을 샀고, 최근 제주도를 시작으로 의료 영리화를 시도해 계속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의료 서비스가 고급화라는 이름으로 고가의 서비스를 내세우면 소수를 위한 프로그램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다른 나라에 비해 확연한 차이를 보여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생활 서비스마저 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총 파업을 결의했던 보건의료노조가 극적인 타결을 이뤄 총 파업이 철회됐다. 이들의 요구에는 의료 민영화도 포함돼 있다.

의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고가=고급이라는 인식이 강해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발생할수록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고 생각한다”며 “분명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인 서비스의 질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 서비스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요소이기 때문에 고급을 운운하지 말고 더 좋은 서비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더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투데이코리아 최유미 기자 cym@todaykorea.co.kr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