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적인 백만 가지 주장보다 도적적인 한 가지 행위 쪽이 옳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영국의 저명한 작가 J.스위프트의 말이다. 최근 북한 핵실험으로 6.25이후 최고조에 달한 한반도 위기상황에 문득 떠오른 말이다.

스위프트의 말은 도적적인 행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일상사 모든 일에 적용된다. 말보다는 실천에 옮기라는 것이다.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 더욱이 북한 핵실험으로 국가 존망 위기상황에서 의견이 분분한 요즘, 이해당사국인 우리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북한 핵실험이후 유엔이 북한에 대한 경제, 외교제제를 골자로 한 강력한 제재안을 통과시키면서 각국의 행보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미. 일은 대북(對北)제재결의에 따른 북한 선박검사를 위한 구체적 협의에 착수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안보리 제재안의 구체 실행방안 논의차 한, 중, 일 각국을 순방,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한·중의 참여를 독려 한다.

일본은 안보리 결의가 나오기 전부터 대북 무역 및 송금중지 등 경제 제재에 착수한데 이어 자위대를 동원, 해상봉쇄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중국도 제재에 동참, 대북 송금업무를 중단하고 각종 물자를 실은 화물차 북한 통관과 항공운항까지 금지할 태세이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북한은 제 2차 핵실험이라는 또 하나의 강수를 준비하고 있다.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자세이다.

향후 전망은 다양하게 제시된다. 상당기간 제재가 지속되면서 극적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낙관적 예측에서 서해교전 같은 국지전은 피할 수 없다는 견해, 국지전이 6.25와 같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파국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번 위기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 정치권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은 정부의 포용정책 포기와 대북 강경대응 등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일부 야당의원은 국지전 불가피론을 제기한다.

정부, 여당도 위기를 돌파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왕좌왕, 정부내 의견도 통일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이나 실업문제 등 경제, 사회 정책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외정책, 특히 민족의 사활이 걸린 남북문제에 관한한 이 정권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 직후 한 국제문제 전문가가 필자에게 토로한 말이다.

그는 “6자 회담 성사 당시 청와대나 여권이 외교정책의 쾌거로 반길 때 마음 한켠에 섬뜩한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미국과 북한이 얼음과 숯처럼 어울리지 않을게 뻔한데 그에 대한 타개책을 암중모색하고 실천에 옮길 준비가 없었다.”면서 “심각한 고민과 과감한 결단이 부족한 무책임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정부 여당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국제 환경이나 미국과 북한을 탓할 것인가.

사태가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 우리도 “국공합작”을 해야 한다는 농담조 말도 나온다. 일제 침략기에 중국의 국민당과 공산당이 이념을 넘어서 함께 항일전선에 나선 것처럼 우리도 진보와 보수진영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전쟁은 한반도의 공멸이 분명하니 정치권이 국민대회라도 열어서 평화적인 해결책을 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하다. 우리 입맛대로 사태가 풀린다면 위기라는 말도 필요치 않다. 포츠담 회담이후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이른바 관계당사국은 분단체제의 해결에는 소극적이었다. 더구나 북한이 핵무기를 방패로 벼랑끝 협박을 하는 마당에 우리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에서 출발한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공존이다.


단호히 감행하면 귀신도 피한다는 속담이 있다. 여야 정치권은 그 동안 시시비비를 떠나 이번만큼은 일치된 의견을 내야한다. 백만가지 주장보다 한 가지라도 모두의 중지를 모은 단호한 실천이 아쉬운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