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사업계보 형태
지난 21일 오후 서울 구로디지탈 단지역 앞에서 만난 권승훈(가명 30)씨.

그는 얼마 전 다년 간 다니던 회사와의 마찰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직해 대리운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권씨가 밤거리 즉 일자리로 나가는 시간은 오후 5시 정도.

소속 사무실에 출근 신고(?)를 하고 '콜(손님 호출)'을 받기까지 권씨의 기다림 연장의 시간이 시작된다.

첫 번째 콜이 들어온 시간은 오후 9시.

구로에서 갈현동까지 가는 손님이다.

요즘은 대리운전 성향이 여러 업체 운전자를 부른 뒤 가장 빨리 도착한 운전자를 이용하는 풍조 때문에 권씨는 할 수 없이 빠른 교통수단인 택시를 타고 손님이 기다리는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권씨는 “콜을 받자마자 택시를 타고 손님이 기다리는 곳에 가도 먼저 온 대리운전자에게 손님을 뺏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대리운전 업무에 큰 불만을 토로했다.

평균적으로 한 번의 대리운전 대가는 1만 5000원.

이중 권씨가 대기중인 손님한테 가기위해 지출한 택시비 3000원, 사납금 3천원(평균 20%)을 뺀 나머지가 그의 몫이 된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대중교통이 끊기거나 유흥가가 아닌 외각지역 혹은 외지로 행선지가 결정되면 손해를 안 입으면 다행이다.

최근에는 경기불황에 노래방 도우미 단속에 맞물려 3주 전 부터 하루 평균 3~4건에 미친다고 한다.

더욱이 대리운전의 필수품인 개인휴대 단말기(PDA)와 휴대폰 할부비용, 보험료 등으로 매달 15만원씩을 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어 결국 쉬는 날도 없이 새벽 5시까지 수도권 전역을 다니지만 하루 5만원을 벌기 힘들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이어 권씨는 직업이 취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억울하기 그지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막말은 기본이며 길을 조금이라도 헤매거나 거스름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면 온갖 욕설을 듣기 일쑤기도 하다.

길거리가 근무 터다 보니 열악한 환경에서 건강보험 · 국민연금 · 고용보험 · 산재보험 등 다양한 사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해 이 일에 대해 후회감 마저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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