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금융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해였다. 시중은행들의 치열한 영업전쟁 속에서 가계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불러와 이제는 '가계금융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때까지 이르렀다.

한 해 동안 금융시장의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금융전반을 결산하고 내년 시장을 전망해본다.

◇리딩뱅크 선점 위한 치열한 전쟁

올해 금융시장 특징 중 하나는 시중은행들이 치열한 '영업전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리딩뱅크로 올라서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유례없이 열을 올렸고, M&A최대어인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전도 뜨거웠다.

자본시장개방을 앞두고 국내시장에서 밀리면 글로벌 종합금융기업들에게 먹힐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던 듯하다.

배수진을 친 은행들은 자산불리기 경쟁과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불리기에 열을 올렸다.

외환은행 매각입찰 경쟁에서 국민은행이 지난 3월2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듯 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11월23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국민은행에 매각계약 파기를 통보, 계약은 무산됐다.

또 다른 금융시장 빅뱅인 LG카드 인수경쟁에서는 우리금융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반대로 입찰을 포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16일 신한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현재 금융업계는 국민은행·신한지주·우리금융의 3강, 농협중앙회·하나지주의 2중,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의 2약 구도로 재편됐다.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부동산 과열

2006년 금융시장 최대 화두는 단연 부동산 가격급등이다. 여기에 일조한 것은 단연 주택담보대출 급증이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은 '가계발 금융위기'를 경고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서는 등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조4000억원으로 2002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12월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여전하다.

실제로 올해 1∼11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규모는 2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조원에 비해 4조6000억원 이상 늘었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랐던 올해 4월과 5월 각각 3조원 이상이 늘었고 11월에는 4조원 넘게 대출이 증가했다.

과열된 시장 덕에 시중 유동성만 넘쳐나게 됐고 결국 부동산 시장 과열에 치명적인 원인을 제공한 꼴이 됐다.

◇금리 올리고, 지준율 높이고

과도한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고자 한국은행은 3차례의 콜금리 인상과 16년만의 지급준비율 인상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한은은 올해 2월과 6월, 그리고 8월 등 3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 10월과 12월까지 합쳐 모두 5차례에 걸친 콜금리 인상 랠리로 연 3.25%까지 떨어졌던 콜금리는 4.50%까지 상승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콜금리 인상 랠리는 일단 멈췄으나 11월에는 금통위가 16년만에 지준율 인상안을 가결시켜 금융시장을 놀라게 했다. 주택담보대출 급증 속에 통화증가율이 가파르게 올라가자 지준율 인상을 통해 통화증가에 대한 속도 제어에 나선 것이다.

콜금리 인상과 지준율 인상 등으로 CD 유통수익률도 연 4.7%대로 올라서 3년여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 수요자들의 이자빚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은행경기 둔화 대세, 이제는 소호·신용대출로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은 내년 경기가 올해대비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업 경기활황이 2005년 시작된 이래 더 이상 호황의 지속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시중은행장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4% 중·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내년에는 올해처럼 많이 오를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장들의 일치된 의견은 내년 자산포트폴리오는 올해에 비해 좀 더 안전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재테크 측면에서는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보수적인 전략을 권하면서도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내년에는 경기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외형 및 내실 성장세 또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외형 및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용·소호대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도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강화와 은행 내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더 이상 늘리기 어렵고 중소기업 대출 또한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내년 한해 은행들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위험이 많아 꺼려왔던 신용대출과 소호대출 분야에서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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