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장편영화 한 편 꼭 찍을 겁니다.”

[부산=김지훈 수습기자] 2004년, 입대를 3일 앞둔 연출부 막내는 쉴 틈이 없었다. 우연히 알게 된 감독의 권유로 단편영화 '사라짐의 양식'의 연출부원이 됐지만 처음 보는 20세의 어린 대학생을 살갑게 챙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일 뒤 그 연출부 막내는 흔한 군주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군인이 되었다.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4학년 박상준(25)씨. 졸업을 앞둔 시기지만 그는 도서관에서 남들처럼 취업 스펙 만들기를 하지 않는다.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학교를 나선다.

그는 고교 시절 영화를 보면서 막연히 영화감독을 꿈꿨고 대학교에 와서는 학교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했다.

"원래 영화과에 가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막연히 꿈만 꾸고 있기는 더 싫었고요. 그래서 학교 방송국 입부를 결심했던 겁니다. 선배들로부터도 많이 배웠지만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그가 제대를 했을 무렵인 2007년에는 전국적으로 UCC 열풍이 불었다. 그는 입대 전 경험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UCC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TU미디어 UCC공모전 CF부문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그 해에만 무려 10편 가량의 UCC를 제작했고 거의 모든 작품을 수상작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해냈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광고영상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대 후 UCC 제작을 하면서 아이디어와 주제 그리고 독특한 영상미가 잘 어우러져야만 하는 UCC 영상물의 매력 또한 알게 됐어요.”

그의 이력을 다양하다. 입대 전에는 단편영화 제작에 참여 했고 이후 UCC 제작을 했다. 2008년에는 몇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퍼블릭엑세스 및 영상공모전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는 아직 학생의 신분이다.

“솔직히 학업에 신경을 잘 쓰질 못합니다. 영상은 제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고요. 요즘 들어 영상관련 공부를 다시 시작할 지 아니면 학업을 정상적으로 마칠 건가를 놓고 고민 중입니다. 현재는 작품 활동을 위해 휴학 중이고요.”

처음에는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공모전 참가를 위해 작품을 만든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냥 상 타는 것이 좋았어요. 그런데 계속 제작을 하다가 제 작품들을 찾아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때 뭐랄까, 공모전 입상과는 다른 기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떤 영상물이든 다른 누군가는 보게 되고 그 숫자를 떠나서 공감을 하게 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그것이 좋아서 계속 뭔가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만드는 것 같아요.”

그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그리고 UCC에 대해 확고한 지론을 갖고 있었다.

“독립영화는 영화감독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찍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일종의 논문이라고 할까요. 감독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내야하잖아요. 다큐멘터리 또한 영화 못지않은 현장감과 내용 그리고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영화처럼 얘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다른 점 같아요. 물론 사실성이야말로 다큐멘터리영상물의 필수 조건이지만요.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이 두 장르의 경계가 많이 얇아진 것 같아요. 그만큼 장르를 떠나서 관객과 얼마나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그는 지난 2008년 여름 한 달 동안 김해평야 일대를 누비면서 '위기의 식량주권 김해평야'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한다. 한여름 대낮에 드넓은 평야를 걸어 다니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이 작품만큼 애착이 가는 것도 없다고 한다.

“한 달 동안 김해평야를 누비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농민들의 힘든 삶, 무너져 가는 농촌의 현실 등을 피부로 느꼈던 시간이었죠. 평생 잊지 못할 시간들입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 동안 많은 경험과 과정을 거쳐 왔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그는 담담히 얘기 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상관련 일을 하고 싶어요. 특히 광고영상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죽기 전에 장편 영화 한 편 꼭 찍을 겁니다.” 그는 거리낌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부산의 영상 제작 환경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잊지 않았다.

“부산은 영화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제작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제대로 배울만한 곳도 없습니다. 공부를 하려면 부산을 떠나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산은 단지 촬영장에 지나지 않아요. 부산에서 영화인을 꿈꾸는 것은 아직도 꿈일 뿐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항상 자신감 있는 밝은 얼굴로 자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쉼 없이 얘기했다. 하루 빨리 그의 바람이 이뤄지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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