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호선 상도역 1번출구로 나가는 방면 한쪽에 메트로팜이 위치해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김성민 기자 |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안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4차산업 혁신기술을 집합해 농업에 적용시킨 ‘스마트팜’을 지하철 역사 한 켠에 마련해놓고 상도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구경해볼 수 있도록 한 메트로팜(Metro+Farm)’이 바로 그것이다. 이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오면 재배 시설 안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직접 만져보고, 수확하고, 내가 수확한 채소를 직접 샐러드로 만들어 먹어볼 수도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로 장거리 여행이 어려워진 지금, 교통카드 한 장으로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재배되는 스마트팜을 체험해보면 어떨까. 기자가 직접 다녀와봤다. <편집자 주>
▲ 오토팜 내부에서 다 자란 작물을 사람이 수확하고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 “스마트폰 하나로 온도·습도·물 모두 조절 가능해요”
지하철 7호선 상도역. ‘메트로팜’은 역사 안에서 1번 출구 쪽으로 나가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어 생각보다 접근성이 좋았다. 보라색 불빛이 나오는 기계, 그 안에 마치 상추처럼 생긴 채소들이 자라는 생소한 광경. 호기심에 사진을 찍거나 구경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자는 메트로팜을 직접 체험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 3시 30분 체험코스를 예약했다.

상도역 메트로팜 시설은 ICT기술을 기반으로한 스마트팜 시설인 ‘메트로팜(Metro Farm)’과 로봇이 파종에서 수확까지 알아서 재배하는 컨테이너형 인도어팜인 ‘오토팜(Auto Farm)’ 두가지로 나눠져있다. 두 설비 옆에는 이 곳에서 재배한 작물로 만든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을 판매하는 카페와 팜에이트 체험을 위한 작은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 오토팜. 사진=편은지 기자

체험 안내는 메트로팜 시설을 만든 기업 '팜에이트'의 이호정 선임이 담당했다. 체험이 시작되자, 기자와 이 선임은 메트로팜 초입에 위치해있는 ‘오토팜’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토팜은 작은 컨테이너처럼 생겼는데, 유리로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마치 선반처럼 칸칸이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그 안에는 빨간색·파란색 불빛이 심어져 있는 작물들을 쐬고 있었다.

이 선임의 설명에 따르면, 오토팜 내부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은 로메인으로, 우리가 주로 먹는 새싹비빔밥 등에 들어가는 채소였다. 내부에 칸칸이 나눠진 선반에는 모두 로메인이 자라고 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사실상 모든 칸에는 습도, 온도, 이산화탄소 등 환경이 달랐다.

오토팜의 특징은 로봇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이 로봇은 각 칸마다 선반을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칸에서 작물의 키를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이 칸에서 자랄만큼 자란 작물을 꺼내 잎이 넓어질 수 있는 다른 환경의 칸으로 옮겨준다. 이 로봇은 사람이 굳이 옮기라는 명령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작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옮겨준다.

이 선임은 “선반은 총 6층으로 돼 있는데 층마다 LED 빛 패턴이 달라서, 각 층마다 적색 LED와 청색 LED 개수가 다르다. 가장 처음 씨를 뿌렸을 때는 적색 LED가 많이 필요해서, 야외에서 광학섭을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어느정도 성장 후에는 청색 LED가 많은 층으로 옮겨 잎의 색상을 보기 좋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오토팜 작물이 자라는 환경은 노트북 한 대로 세부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ㅕㅆ다. 이 노트북은 스마트팜의 핵심기술인 ICT(정보통신기술) 기술로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고, 이 덕분에 사람은 굳이 오토팜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하나로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물 등의 재배 환경을 조작할 수 있다. 결국 이 오토팜 시설에서 사람이 해야하는 일은 처음에 씨앗을 뿌리고, 마지막에 농작물을 수확하는 정도다.

이호정 팜에이트 마케팅팀 선임은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은 이동이 용이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잠점이다. 원하는 장소 어디든 컨테이너만 옮기면 스마트팜 운영이 가능하다”며 “실제로 2010년 남극 세종기지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설치해 작물을 기르고 있는데, 방울토마토, 애호박 등의 작물을 재배한다”고 말했다.

▲ 메트로팜 내부 환경을 ICT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조절할 수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 내가 만드는 샐러드... “직접 만져보고, 수확하고, 먹어보세요”
오토팜을 지나 70평 규모의 스마트팜 재배 시설인 ‘메트로팜’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트로팜 내부는 철저히 위생적인 환경으로 관리되고 있어, 기자도 들어서기 전에 위생 모자와 위생복으로 환복을 한 후 들어갈 수 있었다.

메트로팜 내부에 들어서자 '이게 농장인가?'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기계와 그 안에 쑥쑥 크고있는 작물들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공존했다. 또 작은 내부에 비해 수직으로 높게 칸칸이 쌓인 작물들은 꽤 잘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선임의 설명에 따르면 상도역의 메트로팜은 수직 실내농장으로,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메트로팜이 들어선 면적은 70평이지만, 6칸으로 나눠 수직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실제 420평의 재배면적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팜에이트 직원이 메트로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작물의 종류도 다양했다. 우리나라에선 기후 등이 맞지 않아 재배가 불가능한 채소인 버터헤드레터스, 이자트릭스, 카이피라, 이자벨, 에즈라, 스텔릭스, 파게로 등이 메트로팜에선 재배가 가능하다. 씨앗은 유럽(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에서 수입된 ‘수직 농장 전용 씨앗’으로, 일반 씨앗보다 고가이며 스마트팜과 같은 환경이 아니면 국내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하다.

특히 메트로팜과 같은 스마트팜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365일 기후, 온도, 습도, 미세먼지 등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매일 정확한 양을 재배할 수 있고,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이 선임은 “오토팜과 스마트팜의 모든 채소들은 100% 무농약 순환식 수경재배로 이뤄지며, 유전자 변형(GMO) 채소는 자랄 수 없다. 따라서 365일 기후변화에 관계없이 정확한 일자에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도역 메트로팜에서도 하루에 최소 30kg에서 최대 50kg까지 매일 수확이 되고 있다.

메트로팜 체험공간은 오직 체험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스마트팜 내부는 원래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자유자재로 드나들기 어렵다. 실제 상도역 메트로팜 또한 전문가들의 손에서 재배되고 있는 메트로팜 내부는 들어갈 수 없고, 체험을 위해 작게 마련해놓은 공간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
▲ 메트로팜 내부에서 버터헤드레터스를 수확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체험공간에서는 직접 자라고 있는 작물을 만져볼 수 있고, 뜯어서 먹어볼 수도 있다. 농약을 치지 않은 작물이기 때문에 굳이 물에 씻지 않고도 바로 먹을 수 있다. 기자도 버터헤드레터스와 카이피라라는 채소를 직접 수확해봤다. 양손으로 잡고 양쪽으로 천천히 흔들며 들어 올리면 뿌리까지 손쉽게 수확이 가능했다. 스마트팜 내의 작물들은 상품성을 위해 잎사귀에 집중된 재배방식이기 때문에 뿌리가 굉장히 연하고 약하다.

메트로팜 내부에는 이렇게 직접 수확한 작물을 올려놓고 뿌리를 제거하고, 직접 잎을 하나하나 뜯어 준비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수확한 작물을 준비돼있는 플라스틱 칼로 썰어 그릇에 담으니 꽤 그럴싸한 샐러드가 됐다.

▲ 기자가 직접 수확한 작물로 만든 샐러드. 준비된 샐러드와 후레이크를 뿌려 먹을 수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샐러드를 담아 메트로팜에서 나와 지정된 자리에 앉으면, 팜에이트 측에서 준비한 유자드레싱과 시리얼을 기호에 따라 뿌려 먹을 수 있다. 직접 딴 작물을 샐러드로 먹는 체험은 꽤 보람있고 재밌었다. 채소도 잎이 굉장히 연하고 아삭아삭해 맛있었다. 맛과 식감은 익숙했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채소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메트로팜은 농업, 4차산업 기술 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접하는 일반 사람들이 '스마트팜'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하철 역사 안에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선임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물론 중고등학생, 대학생,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는 성인들까지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현재 상도역 메트로팜이 유일하게 직접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많이들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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