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투데이코리아와 인터뷰를 가진 (주)티엘 최종석 대표. 구리 이온을 활용한 살균제를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지난 9일 투데이코리아와 인터뷰를 가진 (주)티엘 최종석 대표. 구리 이온을 활용한 살균제를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살균제’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 발생 시 동선을 파악하고 머물렀던 공간은 물론 해당 건물에 대한 대대적 방역을 펼친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선 꼼꼼한 방역이 필수적이다.
 
살균제 수요 증가에 힘입어 관련 제품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 판매 등록된 살균제 제품만 약 4만개에 달한다. 키워드를 ‘코로나 살균제’로 좁혀도 약 1200개의 제품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젠 소형 스프레이에 살균제를 담아 가정용으로 쓰라는 제품도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살균제의 인기몰이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기 중으로 분사하는 살균제가 몸에 유해하진 않을지 걱정도 생긴다. 살균제라는 이름만 내세울 뿐 실제 살균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각양각색의 외형, 읽기 힘든 제품 설명 등 소비자들의 선택 과정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부분 살균 효과는 미뤄둔 채 심리적 안도감만 가지고 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살균제 시장에 혁명을 일으킬 제품이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살균제에 널리 쓰이는 차아염소산나트륨, 과산화수소 등이 아닌 ‘구리 이온’을 원료로 한 살균제다. 살균력은 물론 지속력과 인체 친화적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살균제의 이름은 ‘VIP 살균제’다.
 
지난 9일 <투데이코리아>와 인터뷰를 가진 ㈜티엘(TL) 최종석 대표와 이상철 기업부설연구소장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에 살균제 사용은 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진 소비자들이 유해성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이젠 살균에 대한 방역 효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티엘은 국내에 코로나19가 본격 창궐한 지난 1월 한 건물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향균 필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VIP 살균제 개발에 돌입했다. 향균 필름 역시 필름 소재에 구리 입자를 첨가하거나 코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리는 세균 등과 접촉했을 때 미생물의 대사작용을 교란해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구리 재질 패널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뿌리고 생존력을 측정한 결과 1시간 뒤 바이러스 농도는 절반으로 줄었고, 4시간 뒤 완전히 사멸했다. 반면 플라스틱과 스테인레스에선 각각 72시간, 48시간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살아남았다.
 
이 소장은 “구리 성분의 살균력이 높다는 건 이미 예전부터 알려졌지만 붙이는 형태가 아닌 뿌리는 형태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원래 자외선 발광다이오드(UV LED) 광촉매 물질들을 개발하고 있던 차에 구리 필름을 보고 뿌리는 구리 살균제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VIP 살균제는 향균성이 있는 구리를 뿌리는 게 가능한 수용액 상태의 구리 이온으로 가공한 뒤, 여기에 향균 작용을 촉진시키는 아연 이온도 첨가해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살균의 지속성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천연 바인더를 첨가하고 10마이크론 두께를 갖는 막을 살포된 면에 형성시켜 기존 살균제 대비 더욱 확신한 살균 지속성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VIP 살균제 개발을 마친 티엘은 현재 살균 효과 인증과 판매 등록을 마친 상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에서 대장균을 비롯한 6가지의 대표적인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살균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현재 이 중 4개의 결과가 나왔는데 모두 99% 이상의 살균력을 입증 받았다.
 
특히 인간 코로나바이러스(HuCoV-229E)에서는 99.99%의 살균력을 보였다. 이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원균이다. KTR에 따르면 아무리 신종이라고 할지라고 원균과 비슷한 수준의 살균력을 가진다. 물론 안전확인 대상 생활화학 제품 확인 및 인증도 취득했다.
 
▲ VIP 살균제 개념. 자료제공=(주)티엘.
▲ VIP 살균제 개념. 자료제공=(주)티엘.

티엘은 VIP 살균제의 차별점으로 △살균력 △지속력 △인체 친화적을 꼽았다. 단순히 바이러스 살균을 목적으로 강하고 자극적인 살균제를 개발한 게 아니라 보다 효과적인 방역, 인체에 보다 무해한 성분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물이다.
 
VIP 살균제는 아연 혼합으로 구리 산화를 막고 향균력을 유지한다. 특히 분사했을 때 물체 표면에 ‘구리 코팅’이 생성돼 새로운 세균 침투를 막는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감염자의 비말이 코팅면에 닿을 경우 곧바로 죽게 된다. 묻어있는 바이러스를 죽임과 동시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묻어나는 걸 차단하는 것이다.
 
이 소장은 “VIP 살균제를 물체에 분사한 뒤 물이 증발되고 나면 대부분의 구리와 구리 합금이 표면에 노출되는데, 이 입자를 얇은 폴리머막이 잡으며 코팅된다”며 “실내 방역은 물론 현관 번호키, 방문 손잡이 등 가정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분사 후 생성된 코팅의 지속력도 VIP 살균제의 최대 무기다. 보통 차아염소산나트륨처럼 현재 방역에 널리 쓰이는 살균제의 경우 분사 후 단시간 내에 공기 중으로 휘발된다. 하지만 VIP 살균제의 구리 코팅은 최대 하루의 지속력을 가져 추가 살균 없이 바이러스 침투를 막을 수 있다. 실제 KTE 인증 당시 살균력 반응 시간은 24시간이었다.
 
이 소장은 “예를 들어 손 소독제는 성분이 알코올이기 때문에 휘발(약 5분)된 이후 세균이 붙으면 다시 살균을 해야 돼 지속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방역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차아염소산나트륨인데 살균 지속력으로 따졌을 때 알코올보다는 조금 길지만 보통 20분 이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코로나19 감염 경로를 보면 떠다니던 비말이 물체에 붙고, 거기를 만지고 입이나 코, 눈의 점막에 들어갔을 때 감염된다”며 “감염 예방을 위해선 손이 잘 닿는 물체 표면을 살균해야 하는데, 살균을 했어도 지속력이 없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살균 지속력이 높을 경우 장점은 방역 효율성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코팅된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은 방문자가 마스크만 제대로 쓰면 접촉에 의한 감염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살균제 사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두되는 문제가 바로 유해성이다. 최근 학계에서 특정 소독제의 성분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폐질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역시 지난 6월 “소독제를 분무하거나 분사할 경우, 그 소독제를 사람들이 흡입했을 때 예상치 못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티엘은 살균제 유해성 우려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소장은 “환경부에서 유해성 정보를 내놓은 걸 보면 (자주 쓰이는 살균제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게 피부 자극이다”라며 “VIP 살균제의 경우 주성분이 구리 이온이다. 구리는 예전에 식기로 쓸 정도로 인체 친화적이다. 물론 일부러 흡입하는 경우 체내에 축적은 되지만 비타민 등을 섭취하면 자연적으로 배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역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방역복으로 꽁꽁 싸매고 있는 건 바이러스 침투를 막기 위함도 있지만, 살균제의 유해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여름철은 환기가 되지만 겨울철은 실내공간이 다 밀폐되기 때문에 유해성이 있는 소독제를 분사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소비자들이 소독제에 대한 유해성을 인식하면서 앞으로 조금씩 이슈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코로나19가 수년간 지속돼 살균제 사용이 이어질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비슷한 데미지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주)티엘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으로부터 받은 VIP 살균제 살균력 시험 결과서. 자료제공=(주)티엘.
▲ (주)티엘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으로부터 받은 VIP 살균제 살균력 시험 결과서. 자료제공=(주)티엘.

티엘은 이달 말 VIP 소독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소독을 추구하면서도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곳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기여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콜센터나 물류센터 등에서 근로자들의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는 상황들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이번에 개발한 VIP 살균제를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역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티엘은 지난달 24일 한국기업데이터의 기술평가 결과 ‘기술역량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 12월 경기도로부터 ‘벤처산업발전 유공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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