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원료 암모니아 추출, 국내 연구 성공
이병철 회장이 50년 여 전 세운 요소 공장, 값싼 중국산에 밀려

▲ 중국발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화물차주들의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8일 스마트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요소수 대란에 절박함을 호소하는 한 화물차 기사의 인증사진. 사진=당근마켓 캡처.
▲ 중국발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화물차주들의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8일 스마트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요소수 대란에 절박함을 호소하는 한 화물차 기사의 인증사진. 사진=당근마켓 캡처.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중국발(發) 요소수(尿素水) 품귀 현상으로 인해 대중 의존도를 낮추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요소수의 주원료인 암모니아를 국내연구진이 효율적으로 자체 개발할 수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9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주종훈 교수 연구팀은 미세먼지와 산성비 등의 원인이 되는 오염 물질인 일산화질소(NO)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기술을 충북대(권영철)·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윤형철) 연구팀과 함께 개발했다고 밝혔다.
 
암모니아는 요소비료의 원료이자, 요소수의 주원료다. 연구팀은 유독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원료로 상압(常壓) 조건에서 암모니아를 최고 수준의 효율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 없이 차세대 연료인 수소를 부산물로 생산하는 성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세라믹 이온 전도성 소재를 바탕으로 한 전기화학 셀을 이용한 최초의 암모니아 합성 방법”이라며 “기존 전기화학적 암모니아 합성법에 비해 3배 이상의 생산효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주종훈 교수는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저감시키고 수소 저장체인 암모니아를 높은 효율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암모니아 생산기술로 탄소중립 실현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월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암모니아를 보다 쉽게 만들고, 경제성까지 높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국내외 학계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기존 암모니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400도가 넘는 높은 온도와 수심 약 2000m 깊이에서 느끼는 높은 압력에서 합성해야 했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와 달리 백 교수는 작은 쇠구슬들이 부딪히는 물리적인 힘으로 기계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암모니아를 합성했다.
 
용기에 쇠구슬과 철가루를 넣고 회전시키면서 질소기체와 수소기체를 차례로 주입하면 빠르게 회전하는 쇠 구슬에 부딪혀 활성화된 철가루 표면에서 질소기체를 분해한다. 여기에 수소가 달라붙어 암모니아를 만들어 내는 원리다.
 
이를 통해 반응물에서 생성물을 얻는 효율인 수득률이 기존 25%에서 82.5%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한다. 또 압력은 기존 대비 200분의 1 수준, 온도는 10분의 1 수준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존 하버·보슈법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백 교수는 “암모니아는 비료, 폭발물, 플라스틱, 의약 제조 등 산업현장에 두루 쓰이지만 생산 공정은 여전히 100여 년 전에 고안된 하버·보슈법에 머물러 있었다”며 “복잡하고 큰 설비 없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위치에서 바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사진설명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공업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지시로 울산에 최초로 지은 요소·요소비료 공장 전경. 사진=롯데정밀화학 제공
▲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공업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지시로 울산에 최초로 지은 요소·요소비료 공장 전경. 사진=롯데정밀화학 제공
◇ 요소 자체 생산은 50여 년 전에도 가능했다

요소는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요소수는 순수한 물에 정제한 요소를 섞어 만들고 여러 차례 필터를 통과시켜 불순물을 거른다. 그 다음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수증기로 분해한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치 않음에도 싼값에 중국산 요소를 수입해온 한국은 중국만 믿다가 위기를 맞은 셈이다. 1967년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국내 최초의 요소 비료, 요소, 암모니아 공장을 1967년 울산에 세웠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요소의 공습과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 설계로 사라지게 됐다.
 
현재 요소 수입량 98%를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즉각 수입처 다변화 등 대응조치를 긴밀하게 취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9일 당 원내대책 회의를 통해 "8월부터 중국이 요소 등의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했을 때 우리나라는 중국 외 수입처 다변화 조치를 기민하게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함께 한 류성걸 의원은 “2019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금지규제에 대해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나”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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