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한 남성 승객의 모습.
▲ 사진은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한 남성 승객의 모습.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전 세계에서 대중교통 체계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임에도 시민들의 공공장소 문화수준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 남은 듯 보인다.
 
최근 버스에서 다리를 뻗고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준 이른바 ‘쭉뻗녀’가 피해자에게 오히려 상해를 입혀 지난달 28일 법원이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한 사례만 봐도 그렇다. (본보 <대중교통 에티켓① 쩍벌 이은 ‘쭉뻗’ 민폐녀, 버스서 폭행해 법원까지 간 사연> 참조)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최근 다리를 쩍 벌리는 ‘쩍벌’ 승객들은 다소 줄었지만, 다리를 쭉 펴거나 꼬아 앉는 ‘쭉뻗’ ‘다꼬(다리를 꼬는)’ 승객들은 남녀 불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 앞에 선 사람들은 마치 갈라진 홍해바다 같다. 피해를 보고 있지만, 우리 국민 특성상 “다리 좀 접어달라”고 부탁하기도 민망하다. 해코지로 이어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지하철 1호선은 온수역에서부터 출근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키가 큰 한 남성이 자리에 앉아 긴 다리를 꼰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서있는 승객들 사이는 남성의 발 하나로 인해 여러 사람에게 불편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그에게 다리를 접어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일부 대중교통 이용자의 비매너 행동으로 분명한 피해를 입고 있는 여러 승객들이 많다. 때문에 ‘넛지(Nudge)’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넛지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타인의 강요가 아닌 자연스런 상황을 통해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넛지는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저서 <넛지(2009)>에서 처음 소개된 개념이다. 남성용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 사람들이 스티커 위에 발을 맞추고 앉아있는 모습. 사진은 위에서부터 서울시청, 인천교통공사 제공.
▲ 사람들이 스티커 위에 발을 맞추고 앉아있는 모습. 사진은 위에서부터 서울시청, 인천교통공사 제공.
이러한 넛지는 지하철에서 적용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 인천교통공사는 쩍벌·다꼬·쭉뻗 등의 방지를 위해 전동차 바닥에 발바닥 모양 스티커를 부착해 ‘바르게 타기 캠페인’을 추진했다. 좌석에 앉을 때 앞과 옆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을 예방하는 취지다. 인천1호선 열차 96개, 2호선 열차 160개 등 총 256개 전동차에 설치됐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스티커 부착 이후 일부 승객들께서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자신도 동참하게 됐다는 의견도 상당 주셨다”며 “현재까지 캠페인은 지속 추진 중에 있으며 반응이 괜찮아 당초보다 조금 더 확대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앞서 2015년 12월 ING생명이 주관하고 시행한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홍지요씨)을 수상한 ‘오렌지 하트 스티커’를 서울 지하철 3호선에 객차 2칸에 붙였다. 스티커를 본 시민들은 “자세를 한 번 고쳐 앉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오렌지 스티커 부착 시범도입이 서울에서 본격적인 사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의 요청으로 당시 2개월 간 3호선 2칸에 총 80개의 스티커를 부착하는 시범사업을 했으나,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본 사업으로 진척되지 않은 데 대해 서울시 도시철도 관계자는 “다리를 뻗거나 꼬는 행동으로 발생한 민원이 특별히 많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 사업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면서도 “대중교통 에티켓 관련해 서울교통공사에 유선이나 공문을 보내는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2019년 한해 수집된 교통카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에서 시내버스, 도시철도 등 하루 평균 730만명이 1845만 건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설킨 대중교통에서 한 사람의 작은 에티켓 실천과 이를 위한 정책에서 넛지가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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