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완성차 업계, 내년 1월부터 중고차 사업 시작…사업자 등록·물리적 공간 확보할 것”
“중기부 결정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소비자 편익 증진 등 중고차 시장 발전·활성화 기여”
중기부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 개최 준비 중”…車 업계 “향후 심의 절차 우선 존중할 것”

▲ 서울 소재 한 중고차 매매시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서울 소재 한 중고차 매매시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중고차 매매시장 개방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수년째 어떠한 결론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당장 내년부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주관으로 열린 ‘제15회 산업발전포럼’ 2일차 행사에 참석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시사했다.
 
‘우리 제조업의 위기와 대응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정 회장은 “국내 완성차 업계는 내년 1월부터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 사업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며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이 만료된 지 3년이 다 돼 가고 있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는 법적 제한이 전혀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적합 업종 지정을 중기부에 신청한 점을 고려해 지난 3년 간 소비자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자제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업계와 상생 협력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이견 차이로 방안을 못 찾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진입 요구와 최근 글로벌 업체 간 경쟁 범위가 자동차 생애 전 주기로 확대되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빠른 시일 내 사업자 등록, 서비스 공간 마련 등 중고차 매매업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소비자 편익 증진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공정한 경쟁, 중고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 중고차 매매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언급한 대로 현대차와 기아는 다음달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지엠은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사업에 착수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며 “중기부와 완성차, 중고차 업계가 오랜 기간 논의를 해온 만큼 이번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은 이슈를 마무리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국내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을 시사한 배경에는 허송세월만 흘려 보내고 있는 중기부의 결정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필요한 준비 작업에 선제적으로 나서 자동차 생애 전 주기에 걸쳐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조업의 서비스화 흐름에 대응하겠다는 완성차 업계의 판단이 지목된다.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의 규모는 20조원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크다. 그러나 2013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전격 제한됐다.
 
2019년 초 적합 업종 지정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등의 진출을 막고자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를 살펴 본 동반성장위원회는 같은해 11월 부적합 의견을 냈다.
 
이에 최종 결정권은 중기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 기한인 지난해 5월 이후 1년 반을 훌쩍 넘기도록 중기부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2월이면 3년째 판단을 보류하게 된다.

이에 참다 못한 한 시민단체는 중기부에 대한 감사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앞서 이달 20일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중고차 매매시장 개방 여부를 결론 짓지 않고 있는 중기부를 대상으로 감사원 국민감사를 신청하기 위한 청구인 300명 모집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연말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지금도 중기부가 중고차 시장 개방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과 심의 절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에 이번주 중에 서울 종로구 감사원을 직접 방문해 국민감사 청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만큼 중기부는 조만간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를 마무리하기 위한 일정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을 위한 심의위원회 개최에 준비 중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완성차 업계는 중기부의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를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에도 불구하고 중기부의 향후 심의 절차를 우선적으로 존중할 것이다”며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가 이뤄져 결과가 나온다면 그 결과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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