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수칙 준수, 백신 접종...세계적 협력과 連帶가 解法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새해에는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마음 편히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떠들며 먹고 마시고, 마음껏 공연을 즐기고 여행을 다니는 그런 날이 올해 안에 올까.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는 확진자 발생 및 방역상황 등 코로나 19관련 뉴스에 낭보(朗報)를 기대하며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는 까닭이다.

정말이지 3년째로 접어든 코로나19 감염병은 우리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비대면(非對面)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롯된 고립과 냉담(冷淡), 불신, 우울과 무력감 등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것은 물론 사적 모임 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 등 각종 규제로 경제적 타격 또한 심각하다.

“생존을 보장해달라”는 피해자들의 호소와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지 오래이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임계점(臨界點)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이제 국내외 할 것 없이 지구촌 사람들의 인내심이 바닥 수준에 이르렀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여 저마다 코로나의 긴 터널이 끝나고 평범한 일상(日常)을 되찾을 거라는 희소식(喜消息)에 목말라 있다.

최근 이같은 조짐이 일부 들려오는 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력은 매섭지만, 최근 세계를 뒤덮고 있는 오미크론(omicron) 변이가 전염성은 높고 중증도는 덜하다는 징후들이 속속 나오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終熄)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樂觀論)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독감과 같은 '계절성 감염병'(풍토병)이 된다는 의미로 당분간 취약계층, 백신 미접종자 등을 중심으로 입원과 사망이 증가하겠지만, 이후 상황이 자리를 잡으면 지금과 같이 의료체계를 마비시키는 혼란은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은 전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오미크론으로 환자 수가 크게 늘어 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을 우려하지만, 한편에서는 오미크론으로 팬데믹이 엔데믹(Endemic·주기적 유행)으로 바뀐다는 주장이 대두한다고 전했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진행된 초기 연구 결과, 오미크론 변이는 타 변이 대비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입원하는 사례가 적었기 때문이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 결과, 오미크론 감염자의 입원 건수는 델타 감염자보다 60%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 결과에선 델타 변이와 비교했을 때 오미크론 감염자의 일반 병실 입원율은 40%, 응급실 입원율은 15~20% 각각 낮았다.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의 감염 사례를 비교 및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감염자의 입원율은 델타 등 다른 변이종 대비 80% 낮고, 중증도 발현 위험도 약 30%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아직 초기 단계여서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신중론이 우세했지만, 일관된 연구 결과가 보고되며 오미크론은 높은 감염력과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 바이러스가 종식되거나 풍토화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파력이 강해지는 대신 증상은 약화한다는 것이 의학계 정설이다.

영국 정부 자문위원인 옥스퍼드 의대 존 벨 교수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은) 1년 전에 보던 질병과는 다른 것"이라며 "1년 전 중환자실이 넘쳐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나간 일은 이젠 과거사가 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안심해도 좋다"고 낙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국의 한 저명한 공공보건 교수는 "앞으로 많은 이들이 감염되는 것을 보겠지만, 병원 시스템이 압도당하지 않고, 백신 접종자들이 대체로 중증에서 보호된다면 그게 바로 펜데믹 단계를 끝내고 풍토병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만약 높은 전염성을 가진 오미크론이 더 심각한 감염을 일으키는 다른 변이를 대체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기술적으로 오미크론이 팬데믹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미국 감염병 전문가들이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 확산세가 1월 내로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세계 각국이 ‘오미크론 비상(非常)’을 선언한 상황에서, 조만간 진정세(鎭靜勢)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달 30일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이달 9일부터 일주일간 확진자가 약 250만명으로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모델을 발표했다. 잠재적 감염자 수는 최대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 대학 소속 전염병학자 제프리 샤먼은 “최근 보고된 확진자 수가 이미 예측치의 최고점에 도달한 상태”라며 “정점(peak)이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올해 안에 팬데믹을 종식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동시에 코로나19 백신을 골고루 배분해야만 팬데믹이 끝난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우리가 목표대로 전진한다면 2022년 말에는 다시 모임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을 3년째 겪는 대신 우리는 가족, 이웃과 모여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축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사망자가 5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우리는 이 전염병을 끝내기 위한 모든 수단과 자원, 근거를 확보했다"며 "2년 만에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잘 알게 됐다. 우리는 증명된 전염 통제 수단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과 모임 제한, 거리두기 등의 조치로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게 됐지만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거브러여수스는 "편협한 국수주의, 자국 우선주의, 백신 불평등 때문에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게 됐다"면서 팬데믹 극복을 위해 올해  중반까지 전 세계 인구 70% 백신을 접종을 목표로 지구촌 보건을 위한 세계적인 공조 강화와 기초 보건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설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의 급성기(acute phase)가 끝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다만 코로나19가 언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의 신호가 될 수 있는 독감과 같은 '계절성 감염병'(풍토병)의 토착 질환 단계로 진입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백신 접종자와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항체를 갖게 되는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지만 방심할 수 없어서다.

유행의 정도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백신 접종 인구의 비율, 신종 변이의 출현 여부 등이 꼽히는데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로 부국과 빈국 간 백신 불평등 문제가 거론된다.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백신을 맞지 못하면, 면역 수준이 크게 떨어져 팬데믹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연 소득 1000 달러 이하의 저소득국가 국민 가운데 한 차례라도 백신을 맞은 이들의 비율은 8.1%에 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선진국들의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이 백신 불평등을 심화해 결국 저소득 국가에서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관론(悲觀論)도 만만치 않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코로나19 사태가 오는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카엘 돌스텐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일부 지역에선 앞으로 1∼2년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한 곳도 있겠지만, 코로나19는 2024년쯤 전 세계적 토착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돌스텐 CSO는 “새로운 변이들의 출현도 팬데믹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임산부가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됐다고 이스라엘타임스가 현지 시각 2일 보도했다. ‘독감’과 ‘코로나’의 합성어인 이른바 ‘플루로나’에 동시에 감염된 것.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 두 개에 동시에 감염된 경우는 이번이 세계 첫 사례라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해 초 미국에서도 비슷한 보고가 있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2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입원하면서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의 ‘트윈데믹’ 즉 두 가지 감염병의 동시 유행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현지 보건 당국은 이미 두 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아직 감염 진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스라엘 보건 당국은 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는 경우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 오미크론 감염 첫 사망사례로 보고된 90대 환자는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광역시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고위험군으로 백신을 지난해 10월 2차 접종까지 완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일 “국내 첫 오미크론 사망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기저질환이 있는 90대 고위험군으로 12월 26일 확진 후 다음 날 사망했으며, 오미크론 확진 판정은 사망 뒤인 30일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요양병원의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오미크론 의심 사례로 분류된 1명이 더 있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하루 평균 확진자가 40만 명에 육박했다.

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의 7일간 일평균 확진자는 39만 6천490명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 2배 늘어난 수치다.

뉴욕타임스(NYT)도 자체 집계를 통해 지난 1일 기준 일평균 확진자는 38만 6천920명, 사망자는 1천240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존스홉킨스대학은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면서 누적 감염자는 5천500만 명에 근접했고, 누적 사망자는 82만 5천 명을 넘었다고 집계했다.

유럽에서 코로나 19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영국은 새해부터 중등 교실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이번 조치는 이달부터 등교하는 7학년 이상에게 앞으로 몇 주간 적용된다.

영국에선 지난달 31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8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31일부터 나흘 연속 2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프랑스도 새해부터 6살 이상 어린이에게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 11살 이상에게 적용하던 것을 6살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 봉쇄를 결정한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시 당국은 방역 책임을 물어 지역 공무원 두 명을 해임했다.

3일 AFP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시안시 당국은 옌타구(區)의 방역 능력 제고 등을 위해 왕빈 옌타구 당서기와 추이스위에 부서기를 해임했다. 중국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수십 명의 공무원에 대해 방역 책임을 묻고 징계한 바 있다.

코로나 감염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지난달 23일부터 봉쇄 조치에 돌입한 시안시는 1300만 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일부 시민은 먹을거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혼란한 상황이다.

인구 1300만 명의 시안시는 지난달 4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시민들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도시를 봉쇄했다.

2일 기준 시안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690명에 이른다.

도시 봉쇄령이 내려진 시안에서는 가구 단위로 이틀에 한 번씩 단 한 명만 기본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만 외출할 수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말마따나 모두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오미크론을 걱정해야할 만큼 세계가 '코로나 5차 대유행'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첫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보고된 지 약 3주 만에 델타 변이를 제치고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달 20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직전 한 주 동안 코로나 신규 확진 사례 중 오미크론 변이 감염은 6배 가까이 증가한 65만 건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특히 2주 사이 신규 감염 사례가 80% 이상 증가한 뉴욕에서는 신규 확진 사례의 90% 이상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경우, 하루 감염 사례가 기존의 3배 이상 증가하며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이 1월 31일까지 다시 의무화됐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전 세계가 코로나 '5차 대유행' 위기를 맞으며 각국은 봉쇄 조치와 여행 제한 등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아무튼 불투명한 미래, 희망을 앞당기기 위한 전문가들의 해법(解法)은 모두 비슷했다. 2022년, 코로나19 대유행 극복을 위한 키워드는 방역수칙 지키기, 백신 접종, 그것도 온 세계가 모두 다 함께 참여하는 것이란 얘기다. 특히 뭣보다 인류애(人類愛)에 바탕한 서로 돕고 나누는 협력과 공조에 방점(傍點)이 찍힌다.

여기서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631)의 유명한 시 ‘기도문’(갑자기 발생하는 사태에 대한 명상)이 생각난다.

헤밍웨이가 스페인내전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제목은 존 던의 시 ‘기도문’에서 따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갑(岬)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며,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니!
 
시인은 "우리 각자는 인류라는 이름으로 묶인 공동체의 한 부분이며, 따라서 다른 이의 일이 곧 나 자신의 일이 된다"며 인류의 연대(連帶, solidarity)를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촌과 세계인들이 새겨듣고 실천해야 할 보약(補藥)같은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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