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정부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사고의 책임자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해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에 현산이 현행법상 최고 수위 징계인 ‘등록 말소 또는 영업 정지 1년’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사실상 등록 말소 처분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 HDC현대산업개발. 사진=HDC현대산업개발
▲ HDC현대산업개발. 사진=HDC현대산업개발

◇국토부, 현산·가현건설 등 책임자에 대한 등록 말소 또는 영업 정지 1년 처분 요구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산 아파트 붕괴사고 제재 방안 및 부실 시공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국토부는 올해 1월 11일 발생한 현산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이번 사고의 원인과 피해 규모를 볼 때 엄중한 처분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에 시공사(원도급 업체)인 현산에 등록 말소 또는 영업 정지 1년의 행정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하도급 업체인 가현건설산업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분이 내려지도록 관할 관청인 광주 서구청에 요구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제10호에 따르면 고의나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등록 말소 또는 영업 정지 1년을 부과할 수 있다.
 
감리 업체에도 책임을 묻기로 했다. 국토부는 건축사사무소 광장에 대해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영업 정지 1년 처분을 내려달라고 관할 관청인 경기도에 요청했다.
 
앞서 올 1월 11일 현산이 시공하던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201동 외벽이 23층까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건물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사실상 ‘인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1월 12일부터 약 2개월 간 진행된 현산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상층인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 방식이 당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로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벽과 바닥을 이루는 콘크리트 강도가 매우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해 붕괴 등에 대한 건축물의 안전성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시공사와 감리자의 부실한 감독·감리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사조위 조사 결과를 통해 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토부는 시공사·감리자 등에게 책임을 묻고자 관계 법령에 따른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행정 처분 권한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있어 국토부가 처벌 수위를 특정할 수는 없으나 이번 사고의 중대성과 국민적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분 요청 내용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붕괴사고에 책임이 있는 시공사와 감리자에 대해 관할 관청에 관계 법령에 따른 가장 엄중한 처분을 요청했다”며 “이번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인근 상가와 차량 물적 피해, 추가적 인명 피해 발생 우려 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현산에 대한 처벌 수위는 서울시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서울시가 현산에 대해 최종적으로 등록 말소 결정을 내릴 경우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낸 동아건설산업에 대한 1997년 건설업 면허 취소 처분 이후 25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행정 처분은 늦어도 올 9월 안에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시는 국토부의 처분 요청이 오면 6개월 내에 신속히 행정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토부는 행정 처분과는 별도로 시공사·감리자에 대해 관계 법령에 따른 형사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경찰에 고발 조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부실 시공으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 사망 시 시공사 ‘원스크라이크아웃’
 
이날 국토부는 부실 시공 근절 방안도 발표했다. 우선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시공사의 등록을 즉시 말소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또 5년 간 부실 시공으로 2회 적발된 업체는 등록 말소하고, 3년 간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 ‘투스트라이크아웃’ 제도도 적용키로 했다.
 
부실 시공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 손해배상 책임을 기존의 최대 3배까지 확대한다. 부실 시공 업체에 대해선 주택기금이나 공공 택지 지원, 공공 공사 참가 등에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감리 내실화를 통해 시공사에 대한 견제도 강화한다. 중대 위험에 대해 감리의 공사 중지 명령을 의무화하고, 공사중지권 행사로 인한 손해에 대해 면책 규정을 도입한다.
 
아울러 현재 공공 공사에만 규정 중인 건축 공사 표준시방서 활용을 민간 공사로도 확대하고, 한중 콘크리트(겨울철 냉한 기간 중 시공하는 콘크리트), 거푸집·동바리 해체 등에 대한 표준시방서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시공 이력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시공사가 설계 변경, 가시설 해체 등 주요 과정을 기록해 감리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된다. 이 때 원도급사, 하도급사, 현장 작업자 등 관계자가 각각 의견을 기재·서명하도록 하고, 감리자는 제출 내용을 검토·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토부는 향후 사망자가 3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 부실 시공 사고에 대해 직권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이달 29일부터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관련 절차에 즉시 착수하고, 올 5월 9일까지 입법 예고한다는 구상이다.
 
권혁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중대 부실 시공 사고에 대해 처분 권한을 지자체에서 국토부로 환원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직권 처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건설 현장에서 무고한 시민과 근로자들이 안타깝게 희생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민들께서도 건설 현장에 대해 더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건설 안전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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