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쌍방울 평판·리스크 고려해 참여 않기로
“자금 확보 관건인데” 쌍방울, 인수 대금 마련 비상

▲ 쌍방울그룹.
▲ 쌍방울그룹.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KB증권이 쌍방울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철회했다. 쌍용차 인수를 위해선 자금 확보가 관건인 만큼 KB증권의 투자 철회가 쌍방울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증권은 담당 부서 임원 회의를 통해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철회한 자세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KB증권 내부에서 현재 시장에 돌고 있는 기업 평판이나 여러 가지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딜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KB증권은 쌍방울에 인수 대금 4500억원의 절반을 조달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나머지 절반은 유진투자증권이 투자 의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국내 5대 증권사인 KB증권이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 쌍방울에 투자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부랴부랴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주가 부양 후 대규모 매도를 반복하는 기업 편에 서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조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셈이다.

그간 쌍방울은 주가 조작 의혹을 수차례 받아 왔다. 지난해 이스타 항공 인수전 당시에도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했고, 인수는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 KB증권이 투자를 철회하면서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 자금 마련에도 비상이 걸렸다. 쌍용차의 새 주인은 회생 담보권과 조세 채권, 회생 채권 등을 상환하는 데 80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최소 운영 자금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인수 자금은 1조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쌍방울그룹의 유동자산은 271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유동자산 등을 포함한다고 해도 3956억원에 그친다. 쌍용차 인수 자금 1조원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인 것이다.

실적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쌍방울그룹의 매출은 970억원이었다. 여기에 영업손실 23억원, 당기순손실 186억원 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이 주가가 요동치는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쌍용차 인수와 관련된 주가 급등락이 지속되면 관련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6일 정은보 금감원 원장은 임원 회의를 열고 “최근 상장 기업 인수를 통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본 시장을 악용함으로써 시장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정 테마주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같은 차원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의 체계적 협력과 관련 부서(공시·조사·회계)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조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증권 시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쌍방울 주가는 11일 종가 950원 대비 17.79%(169원) 하락한 781원에 거래되고 있다.

광림은 11일 종가 3375원 대비 무려 25.48%(860원) 감소한 2515원에 거래 중이고, 나노스는 11일 종가 3930원 대비 7.76%(305원) 내린 3625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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