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까지 약 1만8240시간
자영업자 입가에 미소 띈다…‘다시 찾은 봄’
수도권 주요 거리 상권 찾는 문의도 빗발쳐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시설이 있다면 집회나 집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어기면 처벌을 하는 등 단호한 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2020년 3월22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첫 운영제한 행정명령 당시)
 
“사랑하는 내 나라에서 배신감을 느꼈었죠. 눈물이 납니다. 단골손님께서 그동안 잘 버텼다고 하셨어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네요. 저를 비롯한 모든 사장님들 고생하셨습니다.”(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글 갈무리)

 
▲ 18일부터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에 앞선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에 위치한 한 식당에 24시간 영업안내 간판이 설치돼있다. 사진=뉴시스
▲ 18일부터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에 앞선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에 위치한 한 식당에 24시간 영업안내 간판이 설치돼있다. 사진=뉴시스
예고 없이 찾아온 세계적 감염병 ‘코로나19(COVID-19).’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내린 첫 ‘운영제한’ 행정명령. 끝 모른 채 이어지던 범국가 차원의 ‘길고 굵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국가에 대한 국민의 협조와 기대, 불신과 원망. 그리고 다시 찾아온 봄.
 
지난 2년여간 이어진 코로나에 온몸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드디어 숨통을 트게 됐다. 코로나 대유행에 대응하는 주요 방역수단이자 최후의 보루였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18일부터 종료되면서다.
 
◇ 1만8240시간, 너무도 길었던 인고의 터널
 
종교시설과 일부 사업장에 보름간 ‘운영제한’을 권고하는 첫 행정명령이 내려진 2020년 3월22일을 기준으로 보면, 거리두기가 해제되기까지 햇수로 약 2년1개월, 일수로 약 760일,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만8240시간 만이다. 지난했던 세월이 흘러 이날부터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전면 폐지됐다.
 
그간 정부는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가능시간을 밤 9시, 10시, 11시, 12시 등 2~3주 간격으로 확산세 수준에 따라 수시로 변경해왔다. 사적모임 가능 인원도 2명, 4명, 6명, 8명, 10명 등으로 제한했다.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전망에 자영업자들은 터널의 끝은커녕 ‘새로운 터널에 진입했다’고 비판했다.
 
▲ 코로나19 경영난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 설치가 경찰 제지로 무산돼 임시 분향소 자리가 마련된 지난해 9월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 자영업자가 분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코로나19 경영난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 설치가 경찰 제지로 무산돼 임시 분향소 자리가 마련된 지난해 9월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 자영업자가 분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다리다 지쳐 분노에 찬 소상공인들은 전국에서 모여 차량 시위, 총궐기대회, 삭발식 등을 거행했다. 이 가운데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고야 마는 이들도 속출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의 넋을 기리러 합동 분향소를 만든 자영업자시민단체 대표에 대해 경찰은 집시법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들여다 보고자 조사를 실시했고, 이 같은 경찰의 행태는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 감염병 확산 차단을 위해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사상초유의 결단을 내리기에 이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20년 3월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배경과 관련 “중앙부처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행정명령을 내린 첫 사례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비상한 각오가 담겨져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며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시설이 있다면 집회나 집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어기면 처벌을 하는 등 단호한 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방역을 방해하고, 공동체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에 더 이상 관용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하루 확진자수가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까지 발생하자 정부는 유행 상황에 맞춰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등을 강화하거나 조금씩 완화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유행의 파고를 넘어왔다.
 
◇ 다시 일상으로…“많이 울었던 만큼, 조금씩 웃을 수 있겠죠”
 
‘1만 시간의 법칙.’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가량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으로, 1993년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인간 개인에게 비롯된다면, 코로나 창궐 이후 1만8240시간이 걸린 거리두기 해제조치는 전국민이 함께 감내한 인고의 시간이었다. 다만, 전문가는 이 시간을 ‘다시 찾은 봄’이라 규정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1만 시간의 법칙’에서 전하는 주요 내용이 인간 개인에 대한 훈련이라면,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준 커다란 교훈점을 남겼다”면서 “정말 오랜만에 ‘봄다운 봄’을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활기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서울 용산에서 요식업을 운영하는 지 모씨는 통화에서 “그동안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는 손님들의 뒷모습, 다 못판 식자재를 눈물로 폐기할 때의 감정이 남아있다”면서도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에 저녁장사를 준비하는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서도 거리두기조치 해제에 대한 안도와 기대를 표하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술집을 운영한다는 A씨는 지난 16일 글에서 ‘울면서 들어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랑하는 내 나라에서 (거리두기 조치에) 배신감을 느꼈었다”면서도 “(지금은) 눈물이 난다. 단골손님께서 그동안 잘 버텼다고 하셨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저를 비롯한 모든 사장님들 고생하셨다”고 썼다.
 
이어 B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니 손님들도 걱정을 많이 내려놓으신 듯 홀(매장)을 찾으시는 분들이 확실히 늘었다”며 “체감상 벌써 느껴질 정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바빠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거리두기 해제 소식이 들려오자 수도권 주요 상권을 찾는 문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운영하는 한 모 씨는 통화에서 “거리두기 해제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 목요일부터 합정, 홍대인근 상권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특히, 권리금이 없는 곳의 경우 순식간에 거래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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