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당진 해나루쌀만 이용... 오랜 고집끝에 이뤄낸 맛
2013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 1기 선정
2020 문체부 '산업관광' 사업 선정
지난해 체험 고객만 2500여 명... 외국인도 찾는 명소

▲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가 활짝 웃고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가 활짝 웃고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1차산업인 농업을 2차 가공산업 및 3차 서비스업과 융합해 농촌에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체들이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사업체들을 6차산업 경영체로 인증하고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본지는 농촌융복합으로 앞서가고 있는 농가를 찾아 6차산업의 희망을 보여주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이 기획은 매월 1~2회씩 연재될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충청남도 당진에 위치한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 양조장. 동네 사람들에게는 오다가다 맛있는 명품 막걸리를 살 수 있는 곳. 하지만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3대째 한 자리에서 지역 쌀을 원료로 빚어낸 특별한 우리 술과, 당진의 세월을 오롯이 간직한 역사가 들어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술을 직접 빚어보는 막걸리 체험은 외국인들에게 더 유명한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양조장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기자가 충남 당진의 신평 양조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신평 양조장의 백련막걸리. (사진=편은지 기자)
▲ 신평 양조장의 백련막걸리. (사진=편은지 기자)
◇ 87년, 같은 곳에서 같은 맛으로... 청와대 만찬주, ‘백련 막걸리’
 
건물 앞, ‘백련 양조문화원’이라고 적힌 간판과 예쁜 벽돌이 두르고 있는 외관. 그 아래 작게 ‘신평 양조장’이라는 글씨가 보이면 잘 찾아왔구나 싶다.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가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신평 양조장은 1993년 설립돼 올해로 꼬박 87년을 맞았다. 김동교 대표는 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 3대째 막걸리를 만들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양조장 옆 작은 철문을 열고 기자를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잘 보존된 고택과 사람만한 항아리들이 마치 과거의 어떤 시점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양조장 옆에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1930년대 지어진 잘 보존된 고택이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 양조장 옆에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1930년대 지어진 잘 보존된 고택이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항아리는 양조장이 설립됐던 1930년대부터 사용했던 항아리로, 갈라지고 깨진 부분을 다시 수리해 쓴 흔적까지 모두 남아있었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고택과 항아리, 양조장 건물은 살아있는 우리 술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막걸리 박물관이 있다면 이곳일까 싶은 느낌이 절로 들었다.
 
이러한 87년 역사를 그대로 품은 신평 양조장의 ‘백련막걸리’는 긴 시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 명성이 이미 자자하다. 지난 2009년에는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됐고, 우리 술 품평회에서는 여러 번에 걸쳐 수상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09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신년 하례술로도 익히 알려져있다.
 
김동교 대표는 백련막걸리에 오랜 시간의 고집이 깃들어있다고 설명했다. 백련막걸리는 당진의 지역 쌀로 알려진 해나루쌀만 쓰고 있는데, 해나루쌀의 가격은 수입 쌀의 다섯 배에 달한다. 여기에 연꽃으로 유명한 충남 예산군의 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덕사의 백련잎을 공수해와 막걸리에 가미한다. 신평양조장의 막걸리가 특별한 이유다.
 
신평양조장의 막걸리 체험 과정. 고두밥을 물이 담긴 용기에 넣고 잘 섞은뒤 누룩을 부어준다. (사진=편은지 기자)
▲ 신평양조장의 막걸리 체험 과정. 고두밥을 물이 담긴 용기에 넣고 잘 섞은뒤 누룩을 부어준다. (사진=편은지 기자)
◇ 내 손으로 직접 빚는 막걸리... 체험 공간도 확대한다
 
오랜 세월을 알아준 것일까. 신평 양조장은 지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은 농식품부가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통해 국산 농산물 수요 확대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추진한 사업으로, 신평 양조장은 이 사업의 1기에 선정됐다.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면서 신평 양조장은 전통주 문화체험장인 ‘백련원’을 짓고 본격적으로 체험사업을 시작했다. 전통주 빚기와 누룩전·쿠키 만들기 등의 이색 체험 프로그램은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코스로도 자리 잡았다.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기자도 김 대표를 따라 체험장으로 들어가 전통주 빚기 체험을 직접 해봤다. 체험장으로 들어가 잠시 기다리자 갓 지은 따뜻한 고두밥이 나왔다. 고두밥은 술을 빚기 위해 물기 없이 꼬들꼬들하게 지어진 밥으로, 밥을 계속 뒤저어 식힌 뒤 물에 넣어야 한다. 물과 술을 담을 용기는 직접 담근 술을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양조장에서 직접 체험객들을 위해 준비해주고 있다.
 
이 밥알이 정말 술이 될까? 알맞은 온도로 식은 고두밥을 위생장갑을 끼고 조심스레 물에 옮겨 담았다. 밥을 잘 옮겨 담으면 양조장 측에서 준비해주는 알맞은 양의 누룩도 잽싸게 털어넣고, 위생장갑으로 누룩과 밥, 물을 잘 섞어준다. 5분 정도 열심히 저었더니 밥이 물을 머금어 불었고, 술이 될 준비를 마쳤다.
 
다만 집에 가져가 그늘진 곳에 뚜껑을 반쯤 걸쳐 열어두고 하루 3번씩 저어줘야만 술이 된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수고와 귀찮음을 견뎌내야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그냥 사서 마시면 되는 줄 알았던 우리 술 막걸리는,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간단한 체험이지만 체험객들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가볍지 않을 것 같았다.
 
이를 증명하듯 김동교 대표는 막걸리 체험을 하는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체험객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폐렴)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관광객이 많이 줄었으나, 지난해 신평 양조장의 전통주 빚기 체험을 한 고객은 2500여 명에 달한다.
 
김 대표는 특화 프로그램을 위한 체험 공간을 앞으로 더욱 늘릴 예정이다.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신평 양조장은 문체부의 산업관광 사업에 선정돼 한국 양조장 산업관광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신평 양조장 바로 뒤편에는 새로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데, 김 대표는 해당 건물을 새 양조장으로 이용하면서 동시에 관광객들이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도 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문체부의) 산업관광 사업에 선정된 만큼, 우리 술을 궁금해하는 외국인들과 국내 체험객들을 상대로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건물을 새로 짓고 있다”며 “막걸리 뿐 아니라 누룩전, 쿠키 등 막걸리를 만들고 남는 부산물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상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체험해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증류주를 만드는 체험도 고민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신평양조장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서가 전시돼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 신평양조장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서가 전시돼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 6차산업으로 당진 신평 지역경제도 ‘쑥’
 
김동교 대표는 양조장에 체험사업을 더해 6차산업으로 연결시킴과 동시에, 앞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양조장으로 들어서는 어수선한 시장 길목을 아름답게 재정비하는 데 지원하고, 막걸리를 기반으로 지역 축제도 만들 생각이다.
 
김 대표는 “신평 주민연합단체와 협업한 결과, 올해 하반기 내에 양조장 앞의 시장 골목이 좀 더 깔끔하고 예쁘게 정리될 것”이라며 “양조장을 중심으로 신평이라는 지역이 조금 더 많이 알려지고 양조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신평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나올 신제품 등에 당진 지역의 특산물인 고구마를 재배하는 농가와 협업해볼 계획도 갖고 있다. 당진은 고구마 축제를 열 만큼 황토 고구마, 호박 고구마가 유명한 지역이다.
 
김 대표는 “당진 해나루쌀로 오랜 시간 막걸리를 만들어온 만큼, 지역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당진의 특산품인 고구마를 이용한 신제품도 고민하고 있다”며 “양조장을 중심으로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보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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