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국, 비기축통화국에 대외의존도도 높아”
기재부 “국가채무 비율, 이론·국제적으로 통용 기준 없어”

▲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 사태로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마지노선은 40%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국가채무 적정수준에 대해 통용 기준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한경연은 지난 23일 ‘국가채무의 국제비교와 적정수준’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가 우리나라의 적정수준 국가채무 비율인데, 올해 이 비율이 45.4%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연은 1989년부터 2018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률과 국가채무 비율이 ‘역U자’ 관계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채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경제성장률은 가파르게 추락한다는 얘기다.
 
특히 국가채무 비율은 기축통화국 유무와 대외의존도에 따라 적정수준이 크게 달라진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기축통화국의 국가채무 비율 적정수준은 97.8%~114%에 달하는 반면 비기축통화국의 적정수준은 37.9%~38.7%에 그쳤다. 두 그룹 간의 격차가 약 3배에 달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국개방경제 14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적정 국가채무 비율이 41.4%~45%로 추정됐다. 한경연은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40%가 적정 국가채무 비율”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비기축통화국이 기축통화국을 따라가면 심각한 정책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기축통화국은 아무리 빚이 많아도 발권력을 동원할 특권을 가지고 있어 국가부도 위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하지만 비기축통화국이 만성적 재정적자에 빠지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지고 환율이 불안해 지면서 자국화폐와 국채는 외국 투자자로부터 기피대상이 된다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또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수출입 변동성이 크고 경상수지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비한 국가채무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우리나가 국가채무가 OECD 국가 중 4번째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기준을 적용할 경우 지난 2018년 기준 국가채무 비율은 106.5%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의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GDP 대비 20.5%로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보고되는 OECD 7개국 중 가장 높고, 군인·공무원 연금의 충당부채도 49.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군인·공무원 연금도 특수직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덜 받고 더 주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매년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적자폭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연금충당부채도 국가채무에 포함해 국제비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들어 국회의 나라살림 지킴이 역할은 갈수록 약화되고 재정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며 “현 정부 출범 4년 만에 국가채무가 213조 원 증가했다. 정부 스스로 재정규율을 지키지 못한다면 강제성을 수반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재정준칙 준수 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 설립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의 이번 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곧바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우선 한경연이 △경제성장률 △기축통화국 △대외의존도 요소를 고려해 우리나라 적정 국가채무 비율이 40%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기재부는 “국가채무의 적정수준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국가의 채무 수준은 경제규모, 조세·재정제도, 정치·사회적 환경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단순히 3가지 요소만을 고려해 적정수준을 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연금충당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해 국제비교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된 부채비율을 산출하고 있는 국가는 4개국에 불과해 국제비교시 유의미한 기준으로 사용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통상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OECD 등 국제기구에서 국제비교시 사용하는 기준은 일반정부 부채비율(D2)로서 우리나라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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