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생산·소비·투자 일제히 상승
정부는 “3분기 경기반등” 낙관
현재 경제지표 기저효과일 뿐 지속성 불확실

▲ 유한일 기자
▲ 유한일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 사태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우리 경제에 모처럼 좋은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 6월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상승’한 데 이어 7월에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의 하락폭이 조금이나마 완화됐다.
 
전 세계가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 충격에 신음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력을 자랑하던 미국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32.9%를 기록했다. 분기별 GDP(국내총생산)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47년 이후 73년 만에 최악의 기록이다. 미국은 경제성장률을 연율로 발표하기 때문에 전분기 대비로 하면 –9.5%다. 스페인(-18.5%)·프랑스(-13.8%)·독일(–10.1%) 등 주요국은 줄줄이 두 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된 올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은 –1.3%로 고꾸라졌다. 2분기에는 –3.3%까지 추락하며 충격이 배가 됐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가장 참담한 성적표다. 통상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침체로 분류된다. 한국은행은 올 2분기 예상보다 큰 충격에 기존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0.2%) 달성이 어렵다고 봤다. 사실상 하향 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 최근 경제지표가 수치상으로 개선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침체돼 있던 실물경제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기업들의 업황 전망이 서서히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각종 조사를 통해 나온다. 정부가 3분기 경기반등론을 꺼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3분기 경기반등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의 ‘반짝 회복’을 앞세워 과도한 낙관론을 펼치는 건 경계해야 한다. 6월 소비·생산·투자 상승은 모두 전월(前月)과 비교했을 때 나온 결과다. 4~5월의 극심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다. 일찌감치 나타난 소비의 회복세는 최근 둔화되고 있다. 국가채무를 불려가며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는 약발이 다됐다. 재정 살포를 통해 끌어올린 2분기 경제 성적표에 무작정 박수만 보낼 수 없는 이유다.
 
우리 경제가 기댈 수 밖에 없는 대외상황의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언제든지 경제가 출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코로나19 가을 대유행이 현실화될 경우 주요 교역국의 강력한 봉쇄조치가 재현될 수 있다.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부진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미·중 양국의 전방위적인 갈등 탓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는 중국 경제도 쉽사리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 3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평균 1.3%대로 점치고 있다.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에는 플러스(+)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 1%대 성장률은 2분기 극심한 침체를 겪은 경제가 반등에 성공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순 있으나 정부가 말하는 ‘V자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온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적 같은 선방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3.3%라는 수치는 양호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치면 3분기 경제반등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빼놓지 않았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대통령과 정부의 의도는 이해한다. 전시(戰詩)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결속력 제고가 필수적이다.
 
다면 지금과 같은 무한 낙관론이 방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함께 한국판 뉴딜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마련·추진 중이다. 국내 경제 상황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대외 리스크 점검도 병행해야 한다. 어렵게 살린 경제 회복 불씨를 어떻게 키울까에 대한 현실적이고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 재정을 투입해 내수를 심폐소생한 2분기보다 더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할 때다. “기적 같은 선방”이라는 말은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뒤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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