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정부는 3분기 회복 발판으로 V자 반등론
코로나 2차 대유행 현실화, 내수·수출 충격 불가피
정치권 일각에선 4차 추경 편성 요구
지금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조기에 잡지 못할 경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끌어올렸던 내수가 다시 얼어붙고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될 경우 당장 3분기는 물론 4분기까지 경제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사이 정치권에서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올해 슈퍼예산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1·2·3차 추경까지 진행돼 나라 곳간은 바닥난 상태다. 정부는 일단 4차 추경에 선을 긋는 모양새지만 2차 대유행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 재정 투입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둑 터진 코로나 확진자...기관들 내놓은 ‘비관적 시나리오’로 가나
방역당국은 감염 확산 양상이나 통제 가능성 등을 종합해봤을 때 현재의 상황을 지난 2~3월 대구 신천지예수교 사태보다 더 큰 위기라고 보고 있다. 수도권의 인구 밀집도는 대구·경북과 비교가 안될 만큼 촘촘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우리 경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주요 교역국의 수요 감소로 인한 수출 부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내수 위축 등의 영향으로 올 1분기(-1.3%)와 2분기(-3.3%) 경제 역성장을 경험했다. 우리 경제가 역성장한 건 22년 만이다.
당장 3분기는 올해 우리 경제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시기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악재가 터졌다. 연간 경제성장률 0%대 방어를 위해 3분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 흐름대로라면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에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시나리오별로 나눠 발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0.8%를 내놨다. 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방역조치 강화가 이뤄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는 –2.0%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 역시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5월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하면서도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8%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나마 가장 높은 전망치인 0.2%를 내놓은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6%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반등 가능하다” 자신하던 정부
정부는 3분기 회복을 발판으로 V자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 같은 낙관론은 주로 수출 회복에 근거한다. 정부가 경제 회복세를 연이어 강조하던 지난달 수출은 작년 대비 –7.1% 감소했다.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두 자릿수 감소율이 모처럼 한 자릿수로 회복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1분기 –6.8%에서 2분기 3.2%로 V자 반등에 성공한 점도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다시 악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10일 기준 수출은 작년 대비 –23.6% 감소했다. 중국(-11.3%)·미국(-22.3%)·유럽연합(EU·-13.9%) 등 주요 교역국에서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내수 진작을 위한 소비쿠폰 지급을 잠정 중단했다. 내수 회복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17일 지정한 임시공휴일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방역을 강화하면 경기가 위축되고, 내수를 살리려면 코로나19로부터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할 때 정부도 더 이상 경제 낙관론을 펼치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간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와 수출이 다시 부진을 겪을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올 3분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위축을 고려한 조금 더 현실적인 시각과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위축 우려에 ‘4차 추경’ 고개 들지만...나라 곳갓은 텅텅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와 코로나19 재확산세를 복합재난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5조 원 규모의 4차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4차 추경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책 등을 위해 정부는 지출을 크게 늘린 상황이다.
국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6조4000억 원이다. 여기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112조2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나라살림살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다.
OECD 평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10%에 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위험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문제는 속도다. 국가채무 비율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GDP 성장은 갈수록 느려지고 있는데, 분자에 해당하는 국가채무 상승폭이 가파른 점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가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4차 추경에 대해 선을 긋는 것도 결국 재정건전성 우려와 직결된다. 다만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현실화될 경우 정치권의 4차 추경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정부도 반대 의견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집중호우 복구는 추경 없이 현재 예산으로 지원이 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정부도 만약 재원이 부족해 4차 추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당 추경에 대한 최종 확정권을 지닌 국회에 대해 협조요청을 구할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그러한 요청이 필요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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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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