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민관 합동 '디지털금융 협의회' 출범
금융사, 빅테크 견제 ICT기업과 합종연횡 추진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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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이정민 기자 | 4차 산업 기술로 무장한 빅테크(Big Tech)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위기를 느낀 금융사들이 상생안을 찾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은 최근 금융산업에 뒤늦게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비대면·디지털 서비스 중심 수요가 급증하면서 큰 수혜를 입었다. 또 기존에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플랫폼을 개발 및 보유하고 있어 일반 금융사들 보다 자산관리, 보험판매 시장 진출 속도가 빠르다. 

기존 금융권은 현재의 규제 체계가 빅테크 기업들에게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며 규제 역차별이라 반발했다. 잇따른 규제 차익 및 형평성 논란에 따라 정부는 금융권과 빅테크 간의 갈등 조율에 나섰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민관 합동으로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출범했고, 과감한 제도 개선을 통한 공정 경쟁 방안 마련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외부적으로 디지털 패권을 지키기 위한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포착돼 '불협화음'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제2차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금융회사와 금융이용자에게 제조·판매·광고와 관련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플랫폼을 통한 금융서비스의 투명성 확보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플랫폼 기업과 기존 금융회사 간 규제차익 문제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플랫폼과 기존 금융권 간 경쟁관계에 있는 금융서비스와 이에 적용되는 규제를 면밀하게 분석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하에 각 부문의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참석 위원들은 대형 플랫폼 기업 진입에 따른 규율 필요성 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국내 플랫폼 산업의 금융서비스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규제 수준과 속도 등은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금융위는 국제사회에서 투명성 중심 규제를 통해 플랫폼 이용자를 보호하되, 공정성·책임성 관련 규제는 플랫폼의 혁신효과 저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융사들,  폭넓은 자체 빅데이터 활용…디지털 전환 가속화

하지만 금융권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사들은 정부 및 빅테크 기업들과 규제 논의를 벌이면서도 동시에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금융사들은 클라우드, 오픈뱅킹, 핀테크 등 금융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들의 경우 자사의 독자적인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의 정체성, 인프라, 지원동력을 고객으로 연결하고 고객 중심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 BC카드 및 10개 데이터 기업이 협업해 '부산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 랩’을 가동한다. 사진제공=부산시
▲ BC카드 및 10개 데이터 기업이 협업해 '부산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 랩’을 가동한다. 사진제공=부산시
BC카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을지로, 부산시에서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 랩’을 구축해 운영해 오고 있다. 데이터 3법 시행에 따라 기존에 활용할 수 없었던 다양한 기업 데이터 활용을 통해  고객들이 보다 양질의 정보와 다양하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인  'AI 콜센터'를 올 하반기에 오픈할 예정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 3월 ‘챗봇 2.0’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디지털금융을 선도함으로써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더욱 혁신해 나갈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6월 금융에 특화된 한글 자연어 학습 모델인 ‘KB ALBERT’를 개발했다. ‘KB스타뱅킹’과 업무용‘챗봇’ 등에 도입해 활용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은 구글 클라우드, 메가존과 기술 협력을 지속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외부적으로는 빅테크 대항 ICT 기업과의 합종연횡 속도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외부적으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과의 합종연횡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일 KB증권은 엔씨소프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함께 AI 간편투자 증권사 진출을 위한 합작법인(JV) 출범 계획을 공식화했다. KB증권의 금융투자 노하우, 디셈버앤컴퍼니의 자산운용 플랫폼 기술,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을 집약해 '간편한 금융투자' 시대를 열어 나갈 계획이다.

우리금융과 KT도 금융·ICT 융합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공동인증체계도 도입하고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제도에 대응하는 공동사업으로 계열사 간 데이터 공유와 공동마케팅에도 나서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 금융사들이 부족한 기술력을 보충하기 위해 ICT 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최근 은행들이 본격적 합종연횡을 추진하면서 이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회사, 빅테크, 핀테크와 금융산업 발전방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갈등 속 여전한 정부의 숙제…손병두 "금융정책 과제 정기적으로 점검"

금융사들은 대표적인 역차별 규제로 데이터 공유 문제를 꼽는다. 개정된 신용정보법의 핵심 사안인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은행 등 금융사는 모든 정보를 개방하고 심사를 받아야하는 반면 빅테크는 자회사 정보만 개방하면 돼 광범위한 비금융 데이터,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공유 규정의 불공정함을 토로하고 있다.

또 규제 차익으로 인한 역차별도 주요 이슈다. 카드사에만 마케팅과 부가서비스 등에 있어서 과도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것인데, 핀테크 기업들은 경제적 이익 제공 등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된 빅테크 기업들은 금융감독원의 규제를 받지 않고 전자금융거래법에 규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금융위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거나 감독하에 금융 서비스를 지급하는 등의 규제를 피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경계를 허물고 영역을 넓히는 만큼 같은 수준의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제25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연말까지 수차례 회의를 열어 디지털금융 시대에 부합하도록 공정경쟁 기반을 강화하고 오픈뱅킹 고도화,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범위 등 디지털금융 인프라 확충 방안도 확정‧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다양한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규제환경 개선, 지원, 시범사업 등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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