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정규직 늘어난 이유 물어본 '회장님' 누구?
롯데쇼핑-FRL코리아, 서로에게 입장 떠넘기며 '모르쇠'

▲ 배우진 전 롯데쇼핑 상무보. 사진=FRL코리아
▲ 배우진 전 롯데쇼핑 상무보. 사진=FRL코리아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발송해 논란을 빚었던 유니클로 한국법인(FRL코리아) 배우진 전 대표가 올 연말 공식 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배 씨의 퇴임 사유에 대해 롯데쇼핑과 FRL코리아는 서로에게 입장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쇼핑 백화점 A프로젝트 팀장(상무보)으로 소속을 옮긴 배 씨가 퇴임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지난 4월 배 씨는 인사 부문장에게 보낼 이메일에 "어제 회장님 이사회 보고를 드렸고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 조정이 문제없도록 꼭 추진 부탁한다"고 적시한 바 있다.
 
또 ‘회장님’을 언급하며 “왜 올해 2월 기준 정규직 본사인원이 42명 늘었는지에 대한 회장님의 질문에 본사로의 귀임과 복직이 많기 때문이고, 다시 이동하면 본사 인원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회장님'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롯데쇼핑과 FRL코리아도 “배 씨가 쓴 이메일이기 때문에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FRL코리아 이사 9명 중 회장 직함을 가진 이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야나이 타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둘뿐이라 둘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FRL코리아는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51%, 49%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출된 이메일을 본 FRL코리아 임직원들은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불안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는 롯데와 FRL코리아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 하지만 노재팬 운동의 영향을 받아 영업 이익 883억6390만 원으로 적자 전환하면서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졌었다.
 
배 씨의 퇴임 사유가 보복성 인사조치인 것이냐는 질문에 롯데쇼핑 측은 “배 씨의 개인 사유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FRL코리아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FRL코리아는 본지와 통화에서 “배 씨가 롯데쇼핑으로 옮겼기 때문에 롯데쇼핑에 여쭤보라”고 대답하면서도 "구조개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배 대표가 실수로 이메일을 잘못 발신한 것이다. 인적 구조조정과 무관하며, 회사의 공식 입장과도 무관하다"라고 덧붙였다.
 
FRL코리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유통 BU)이 직접 등기임원을 맡고 있을 정도로 지주사의 입김이 적잖은 법인이다.
 
논란 이후 FRL코리아 수장은 정현석 신임 대표로 지난 6월 교체됐다. 일각에서는 배 씨가 타 부서 발령 후 반년 만에 퇴임한 것을 두고 보복성 인사조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내년 1월 말 유니클로의 국내 최대 매장으로 상징성이 높았던 명동중앙점도 폐점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FRL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9749억 원)이 2014년(1조356억원)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하락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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