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에 쏠린 포퓰리즘 의구심 커져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국정 현안에 관한 거침없는 제안과 행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여권 후보군 가운데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왔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재정과 세제 등 경제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건의로 지방이 아닌 중앙 정치판으로 활동반경을 한껏 늘려놓았다.
 
이 지사는 새해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집행되기도 전에 지난해 1차 지원금 수준을 뛰어넘는 4차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오는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 내에서 비슷한 제안이 뒤를 이었고 보편 지급이 아닌 선별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역시 대선주자 후보로 거론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7일 페이스북에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혀 이 지사 주장에 반대를 표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KBS 방송에 나와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불가피하다면 전 국민이 아닌 피해 계층에 집중하는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1차 지원금 논쟁과 유사한 전개다. 재정 악화를 걱정한 국민 여론은 오히려 소득 하위 가구에 선별 지급하는 방안에 기울었지만 표를 얻기에 급급한 정치권이 앞장서 주장해 2100만 가구 전체로 1차 지원금이 나갔다. 4차 지원금 역시 여권의 주장에 밀려 전 국민 지급으로 갈 공산이 커 보인다. 다만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어쨌거나 재난지원금에 관련해서는 이 지사가 단연 돋보이는 정치인으로 굳게 자리를 매겼다. 지난해에는 지역화폐 발행을 앞장서 추진하면서 이를 비판한 조세재정연구원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몇 년 전 성남시장 재직 당시에는 청년수당 제도를 내세워 중앙 정치 진출의 발판을 굳혔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득하위 계층과 청년층을 발빠르게 지원하는 유능한 지도자로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한 셈이다. 문재인 정권과 지지자들 사이에 이 지사를 아직 떨떠름하게 보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나름대로 지지층을 확실히 굳혀가는 추세다.
 
그러나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 확대 등 분배에 치중한 발빠른 주장으로 대선 예비주자로 떠오르는 사이 인기에 영합하는 ‘거친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시각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위기 국면에서 표심을 끌기 위한 전 국민 지원금을 선창해 재정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물론 재난지원금이 이 지사 혼자만의 주장은 아니지만 정치적 비중이 큰 인물이 앞장서 재정부담을 키우는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정부 운신의 폭을 압박한다는 비판이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보수 언론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 지사 지지자들은 당장 손님이 끊기고 장사가 막혀 휴폐업하는 업소가 줄을 잇는 판국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비판을 일축한다. 국가부채는 서류상 존재하는 부채일 뿐이라며 확장재정을 밀고 나가도 아직 여력이 있다 입장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00조원 이상 증가한 847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대비 43.9%까지 커졌다.
 
임대주택 종부세, 엄청난 후폭풍 몰아올 위험
 
이 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대 개시일이나 합산배제신청 연도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6억원 이하의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해도 종부세를 면제해주는 현행 제도는 ‘특혜’라고 규정,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기재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업자에게 종부세와 재산세 등을 감면해주는 법규는 특혜가 아니라 임대주택을 등록시켜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하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임대사업자들은 세금 감면을 받는 대신 10년 임대기간을 채우고 임대료 인상을 연 5% 이내로 하면서 세입자 보호를 위해 주택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의무를 안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를 등록임대주택에서 제외해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 등이 감면 대상일 뿐이다. 아파트 매입을 통한 재산증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 지사 주장대로 등록임대주택에도 종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임대 기간과 인상률 등에 제약이 따르는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 임대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질 우려가 크다. 지난해 임대차 3법으로 초래된 전·월세대란이 아파트를 넘어 다세대·다가구와 일반 주택까지 번져 세입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게 뻔하다.
 
그동안 토론이나 회견 등 다양한 행보를 통해 보여준 이 지사의 장점은 시원시원한 언변과 정곡을 찌르는 정책 제시로 집약된다. 대권 도전에 큰 도움이 되는 요건들이다. 하지만 채무 걱정은 붙들어 매두고 지원금이나 기본소득을 한참 늘려도 된다는 주장은 ‘너무 나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나게 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 빚을 전가해 갈수록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부른다.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과 건의도 마찬가지다. 정책의 장단점을 신중히 따지기보다 지지층 확대를 노린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층은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른 그를 보면서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된다면…’하는 불안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 지사가 지금까지 핵심 지지층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도 외연 확장이라는 다음 단계를 이룩하지 못하면 본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세금 더 매기고 호기롭게 나랏돈 풀겠다는 지도자는 한쪽에선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에게는 걱정을 안겨준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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