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사진=뉴시스 제공.
▲ 하나은행. 사진=뉴시스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벌였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하나은행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금감원이 내세웠던 징계 사유가 미흡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앞으로 있을 제재심 기류도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하나은행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에 관한 제재심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만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금감원이 오는 17일까지 우리금융 DLF 행정소송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하나은행 제재심 역시 재차 순연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 등 총 2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사모펀드에 대해 불완전 판매 책임을 물어 하나은행에는 ‘기관경고’를, 당시 은행장이었던 지성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는 ‘문책경고’를 사전통보한 상태다.
 
지 부회장이 받은 문책경고는 금감원이 금융사 임직원에 내리는 징계(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경고-주의) 중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 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3년간 금융사 재취업은 불가능하다. 보통 연임을 앞둔 은행장이나 금융그룹 회장 등에게는 치명적이다.
 
이제 관심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소송 결과가 하나은행 제재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가에 쏠린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7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중징계(문책경고)를 취소해달라며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손 회장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금감원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잘못 해석했고, 이를 준수하지 못했다고 손 회장을 징계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간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근거로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금융사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하나은행 역시 결과적으로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금감원 징계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금감원의 법적 근거 자체가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손 회장에 적용한 같은 논리로 하나은행에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손 회장 행정소송과 하나은행 제재심 쟁점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제공.
▲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제공.
정은보 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재심이 하나은행이라 금감원은 더욱 신중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손태승 회장 소송에 대한 항소 여부 등을 아직 결정짓지 못한 상황에 하나은행 제재를 매듭짓는 건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이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며 시장 친화적 지론을 밝힌 만큼 그간 이어졌던 강경 제재 기류에도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일정을 고려해 하나은행 제재심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두 사안이 100% 같은 건 아니기 때문에 제재심 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의 이번 손 회장 항소 여부는 다른 유사 금융사고 제재 사안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역시 DLF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문책경고)를 취소해달라며 금감원과 다투는 중이다. 금감원이 이번에 손 회장 항소를 포기할 경우 함 부회장 소송건도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함 부회장의 경우 손 회장과 같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판결이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함 부회장의 행정소송 판결은 내년 1~2월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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