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멸치·콩’ 이어 ‘자유시간’도 구매
김진태 “‘문파멸공’ 캠페인 어떤가” 제안
여권, 정용진 ‘군면제’ 언급하며 “천박해”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정치권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야권 인사들은 오는 10일부터 대형마트·백화점에 시행되는 방역패스 정책에 앞서 마트에 들러 ‘멸치’와 ‘콩’을 함께 구매하는 인증사진을 자신의 SNS에 잇따라 올리며 정 부회장을 옹호하고 있다. 반면, 여권에서는 이에 질세라 왼손에 ‘파’를 들고 자신을 ‘좌파’라고 맞받고 있다.
 
▲ 지난 8일 이마트를 찾아 장을 보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사진=윤석열 대선후보 인스타그램, 나경원 페이스북 캡처.
▲ 지난 8일 이마트를 찾아 장을 보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사진=윤석열 대선후보 인스타그램, 나경원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장보기에 진심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달·파·멸·공’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달·파·멸·공이란 ‘달’걀과 ‘파’를 합친 ‘친문(친 문재인)’ 세력과 ‘멸’치와 ‘콩’을 합친 ‘멸공(滅共)’ 발음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멸치 콩 등을 구매한 이유가 정 부회장과 관련이 있나’라는 질문에 미소를 띠며 “집에서 가까운 곳이고, 오랜만에 오전 일정이 없었다”고만 답 했을 뿐, 정 부회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나경원 전 의원도 윤 후보에 이어 같은 날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나 전 의원은 같은 날 이마트에서 ‘멸치’와 ‘약콩’ ‘자유시간’ 등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국가밖에 없을 텐데”라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다음날(9일) 자신의 SNS에 멸치와 콩이 담긴 식판을 놓고 아침식사를 하는 사진을 올리며 ‘멸공’ 인증사진에 가세했다.
 
당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은 앞서 언급한 정치 인사들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냈다. 김 전 의원은 SNS에 “문파멸공. 다함께 멸공 캠페인 어떠냐”고 제안했다. 김연주 부대변인도 이마트에서 장 보는 영상을 SNS에 올리고 “주말엔 달파멸콩”이라고 적었다.
 
◇ 열린민주당, 정용진 ‘군 면제’ ‘상속’ 언급하며 “천박하다”
 
여권에서는 정 부회장에게 발언의 신중을 기하라며 경고성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SNS에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한다’는 제목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 기사를 올렸다는 내용을 공유한 뒤 “사실관계도 정확치 않은 보도를 링크해서 중국을 자극하는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세계는 앞으로 중국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본인의 말 한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잇다는 점을 생각하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훈수를 뒀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열린민주당에서는 정 부회장의 군 면제 사실을 걸고 넘어졌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입만 살아서 떠드는 게 참 보기 그렇다”며 “공산주의든 무엇이든 다른 집단을 멸망시키겠다는 ‘천박함’도 문제지만, 전쟁하려면 군인이 필요한데, 신세계 부회장 상속 받은 정용진 씨는 면제죠?”라고 비꼬았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직접 멸공 논란에 참여했다. 정 의원은 SNS에 ‘멸공과 좌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윤석열이 ‘멸치와 콩’을 들었기에 나는 왼손에 파를 들었다. 좌파”라고 했다.다만, 그는 멸공과 좌파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피자집 응원글을 적으면서 자자기가 받은 카드 지갑이 빨간색이자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 오해 말라”고 적은 뒤 해시태그에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표현을 달았다. 이후 SNS 게시물에 ‘멸공’ 해시태그를 종종 올렸다.
 
이후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측으로부터 ‘폭력 선동 게시물’이란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를 캡처해 올리며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 난 공산주의가 싫다”며 공개 항의했다. 인스타그램 측은 정 부회장의 항의성 글에 ‘시스템 오류였다’며 게시글을 복구시켰다.
 
그러던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숙취해소제 사진을 올리며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라는 글과 함께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다시 달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를 놓고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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