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완화 불구 DSR 당분간 유지
사실상 대출 불가능 “실효성 없어”
미래 소득 반영·50년 주담대 출시
새 정부, 실수요자 비판 의식한 듯
우회 완화 방안, 규제 회피하는 셈
가계 부채 증가 억제 어려울 수도
업계 “정책 보완, 정교히 손 봐야”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새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완화하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출 규제 완화 속도가 다소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미래 소득 반영,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DSR 규제를 우회 완화하는 정책들을 선보이면서 시장의 혼란은 점차 가중되는 모양새다.

11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지역과 상관없이 LTV를 70%로 적용하기로 했다. 또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해 LTV 한도를 현행 40%(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하 주택 기준)에서 최대 80%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현금 부자가 아닌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주택이라는 충분한 담보가 있는데도 과하게 대출을 틀어막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DSR 규제는 유지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 부채의 증가세를 꺾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시장에선 LTV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차주 단위의 DSR 규제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더라도 DSR 규제 비율을 넘어서면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 규제 하에선 모든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의 합이 2억원이 넘으면 DSR 규제 비율 40%에 따라 연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 LTV를 풀더라도 실제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이 별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이같은 목소리를 의식했는지 정부는 최근 들어 DSR 규제를 우회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DSR 규제를 유지하는 대신 청년의 미래 소득을 반영해 DSR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미래 소득이 반영되면 DSR의 분모인 소득이 증가해 DSR 비율도 함께 낮아져 대출 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또 정부는 40년 주담대에 이어 50년 주담대 출시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기가 늘면 DSR의 분자인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 대출 한도가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금융 업계에서는 정부가 DSR 규제를 유지함과 동시에 우회 완화 정책을 내놓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가계 부채 증가 억제라는 DSR 규제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우회 완화 정책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출 규제의 문턱을 낮춰 준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결과적으로 DSR 규제를 피하는 결과를 낳아 가계 부채 증가 억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경우 DSR 규제를 우회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DSR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우회 완화하는 상품을 출시하면 가계 부채 증가를 방관하고, 규제를 회피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다.

업계는 실수요자를 위한 DSR 규제 우회 완화 방안을 더욱 정교하게 손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LTV를 완화하고 DSR 규제를 유지하면 고소득자가 아니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대출 관련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의식해 마련된 DSR 규제 우회 완화 방안은 단순히 만기와 대출 한도만 늘려주는 방식이라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입장에서 ‘조삼모사’로 느껴질 수도 있다”며 “보다 꼼꼼하게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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