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지 2주차에 접어들었다. 화주를 비롯한 건설 업주들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여론은 일부 조합원의 일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파업의 ‘약빨’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나온 가운데 화물연대는 앞으로도 노동자의 권리와 요구를 외치며 정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지속되는 파업의 이유는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봤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화물연대는 무엇을 원하나

▲ 사진=화물연대 본부
▲ 사진=화물연대 본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차종·품목 확대’를 골자로 파업에 돌입했다. 일반 시민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에 대해 화물연대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울타리”라고 설명했다. 안전운임제란 “최저임금과 같은 제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번 화물을 싣고 달리는 데 있어 적정 운송료를 법으로 정해둔 것”이라며 “안전운임제가 없어지면 노동자는 최소한의 소득을 얻기 위해 오래 일하고 빨리 달려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사고가 다수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의 주요 원인 1위가 졸음(42%), 주시태만(34%), 과속(8%)이다. 낮은 운송료가 강요하는 장시간 노동과 야간운행, 그리고 과로와 과적이 도로의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표준운임을 정해 화물 기사의 과로, 과속, 과적을 막아 도로 위 사고를 예방하고자 2019년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3년 시한으로 올해 폐지될 예정이다. 이처럼 일정 기간 이후 사라지는 법안을 ‘일몰제’라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결과 안전 개선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라며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는 대신, 3년의 시한을 더 주겠다”라고 밝혔으나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일몰제로 규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더불어 화주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안전운임제로 인해 인건비가 상승하고, 자연스레 물류비 또한 올랐다고 지적한다. 

안전운임인상률은 2020년 12.5%, 지난해 1.93%, 올해 1.57%인 것으로 드러났다.
 
첫해 급격하게 인상된 운임률에 대해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소득 구조를 바꿔 나가는 첫 번째 과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해서 물가가 상승하고 있어 (해당 수치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봐도 무방하다”라며 “평균 노동시간이 14시간에 달하지만, 최저임금도 못 받는 상황에서 운임료가 상승했다 보다는 정상화의 수치에 오른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 간 화물운송운임은 컨테이너의 경우 0.14%, 시멘트는 무려 14.41% 인하됐다”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폐지 반대를 비롯해, 시멘트와 컨테이너 업종에만 적용되는 해당 법률을 다른 차종 및 품목에 확대하자는 의견 또한 제시했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시멘트와 컨테이너를 담당하는 노동자에게만 해당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다섯 가지 품목(위험물, 곡물·사료, 자동차 운송(카캐리어), 철강, 택배) 등 더 많은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철강이나 위험물을 싣고 달리는 화물차는 사고가 나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모든 품목으로 확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 다섯 가지에는 안전운임제가 시급하게 적용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자의 평균 소득 수준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안전운임제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확대 요구 업종인) 운송 분야는 월 임금 수준이 500만∼600만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처우 개선 관련 절박성이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 사진=고용노동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기준 보수액 및 평균임금 등 산정을 위한 소득수준 실태조사'와 화물연대본부 '안전운임 확대를 위한 조합원 실태조사'를 취합한 자료
▲ 사진=고용노동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기준 보수액 및 평균임금 등 산정을 위한 소득수준 실태조사'와 화물연대본부 '안전운임 확대를 위한 조합원 실태조사'를 취합한 자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운송과 곡물·사료 부문의 월 평균 소득을 보면, 자동차 운송 운전사는 527만9천원, 곡물·사료 운전사는 525만4천원으로 원 장관의 발언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현장은 달랐다. 화물연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동차 운송 운전사는 월 평균 363만원, 곡물 운반 운전사는 월 409만원의 평균 소득을 보였다. 안전운임을 산정하는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는 현재 안전운임제가 시행 중인 시멘트·컨테이너 업종에 대한 월평균 차량 할부금으로 120만원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차량의 감가상각비 104만원에 금융비용(이자) 16만원을 합친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기름값, 차량 유지비, 통행료 등 고정지출을 빼면 정부가 발표한 임금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운송 운전자를 ‘고소득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동료에게 쇠구슬 쏘고 천막에서 도박···눈살 찌푸리는 여론

화물연대와 정부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여론은 일부 조합원의 비도덕적인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6일 화물연대 조합원이 비조합원이 운행 중이던 트레일러 차량 2대에 쇠구슬을 쏴 차량 앞 유리와 안개등을 파손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이 농성 중인 천막과 지부 사무실, 방송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쇠구슬 등의 증거를 확보하고 2일 이들을 체포했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지난 5일 도박 혐의로 화물연대 전북본부 소속 A(50대)씨 등 1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판돈 약 115만 원도 모두 압수했다.

그리고 지난 6일 원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화물연대 조합원이 설치한 현수막 사진을 게시했다.
 
▲ 사진=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페이스북 캡쳐
▲ 사진=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페이스북 캡쳐
현수막에는 ‘지금 일하고 있는 의리없는 XXX들아 오늘 길 바닦(닥)에서 객사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원 장관은 이러한 화물연대의 행태를 ‘조폭’이라고 간주하며 조합원의 폭력성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연일 이어지는 사건에 대해 화물연대 관계자는 “파업을 진행하다 보면 일부 일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파업 초기부터 현장을 압박하거나 업무명령개시 등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했다”라며 “조합원은 정부의 공권력 행사와 탄압에 분노했고, 이와 같은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부에서는 잘못된 집회 문화를 바꾸기 위해 최대한 평화적인 파업을 진행하자는 지침을 내렸고, 조합원 대부분 이에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화물연대에 속한 노동자 43만 명 중 조합원은 2만 5천여 명 뿐이다. 이들 모두가 비조합원의 운행을 방해하고, 압박을 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의 일탈 행위를 부각시킨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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